서울중앙지법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입주자총회 결의나 장기수선계획으로부터 아파트 외벽 균열에 대한 자치관리회의 보수의무가 구체화 되지 않았다면, 관리규약상 외벽 균열로 인한 누수 피해를 입은 입주민은 자치관리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단독(판사 이성진)은 최근 서울시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자치관리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자치관리회가 입주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청구소송에서 “입주민 B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B씨는 자치관리회에 1175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입주민 B씨 세대는 비가 오면 천정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이 아파트 외벽 균열로 유입된 빗물이 B씨 세대 천정 슬라브 균열을 통해 하부로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B씨는 2010년 5월부터 지난 3월분까지의 월 3만여원의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아 미납한 관리비의 원금이 255만여원이고, 관리규약에 따라 미납관리비에 대해 월 10%의 비율로 계산한 연체료가 920만여원이 이르렀다.

이에 입주민 B씨는 “자치관리회는 이 아파트 공용부분, 부대시설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업무 등을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공용부분인 외벽 균열을 보수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세대에 누수가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자치관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자치관리회는 “B씨가 미납한 관리비 및 연체료 1175만여원을 지급하라”며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이 아파트 공용부분,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의 유지보수와 안전관리를 자치관리회의 심의·결정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치관리회에게는 공용부분인 아파트 외벽 균열을 보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치관리회는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이 확보돼 있는지를 고려할 필요성과 그 자금의 집행에 있어 입주자들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입주자들의 회의 등 총의를 모으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관리규약은 자치관리회의 공용부분 보수의무를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공용부분 보수에 관해 자치관리회로 하여금 심의·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치관리회의 1차적 임무는 공용부분 하자보수에 관해 심의하고 결정하는 것이지 곧바로 보수공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리규약은 자치관리회의 사원총회라고 볼 수 있는 입주자총회에 관해 입주자 20인 이상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주민 B씨로서는 이 조항에 따라 아파트 외벽 하자보수를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의 소집을 요구해 하자보수를 의결함으로써 자치관리회의 하자보수의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점 등을 종합하면 입주자총회에서의 결의나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아파트 외벽 균열에 관한 자치관리회의 보수의무가 구체화된 경우에 한해 자치관리회의 보수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자치관리회가 외벽 보수공사를 하지 않은 것이 의무 위반임을 전제로 하는 B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자치관리회의 반소청구에 대해 “입주민 B씨는 자치관리회가 세대 누수에 대한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이므로 관리비 미납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연체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자치관리회에게 외벽균열 보수 의무가 구체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치관리회에게 보수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불이행이 B씨가 관리비 납부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치관리회는 관리비 채무는 매월 납부해야 하는 채무로서 민법 제163조 제1호의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무에 해당해 소멸시효기간이 3년이므로 반소제기일인 지난해 5월로부터 3년 전에 발생한 채무는 소멸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B씨는 자치관리회로부터 2012년 5월 미지급 관리비 납부독촉을 받고 그 금액을 다투지 않은 채 같은 달 일부 금액인 10만여원을 변제했고, 채무 일부변제는 그 채무전부에 관해 승인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연체 관리비 일부를 변제함으로써 연체된 관리비 채무전부를 승인했다고 할 수 있어 소멸시효는 B씨의 승인에 의해 중단됐다”고 서술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자치관리회의 반소청구는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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