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면적별 타입별로 창가 쪽으로 세대 바닥에 점선으로 발코니 내벽의 위치가 표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면적별로 붙여놓은 평면도도 발코니가 있는 것과 발코니 확장을 한 평면도를 동시에 붙여두고 있다. 분양 팸플릿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면 발코니 확장에 대한 유의 사항에도 확장과 관련되는 사항이 들어 있고, 분양 모델하우스의 설명자도 이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발코니 확장은 2005년 12월 2일자로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서 발코니의 정의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정부에서는 아파트 발코니의 30 ~ 40%가 불법으로 확장해 사용해 온 것에 대한 단속의 어려움을 이유로 2005년에 당정협의를 거쳐 아파트 발코니의 확장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발코니의 정의에서 주택에 한해 발코니를 거실·침실·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발코니 확장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근거가 됐다. 이를 위해 발코니의 설치기준을 구체화 해 구조적인 안전, 단열기준, 사용을 위한 안전기준, 피난, 비용 등 관련 사항을 정비했다.

발코니 확장의 법적인 허용은 기존의 발코니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고, 물리적으로는 공간적인 측면과 실내 환경적인 측면이 있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발코니 확장의 법적인 허용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평면변화다. 초기에는 기존 공간 구성을 그대로 두고 확장 여부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계획으로 변화했다. 즉 확장을 하지 않으면 방, 거실, 부엌 및 식당 등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거나 최소의 공간 크기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확장형을 선택하지 않고 기본형으로 사용하기에는 애매한 공간이 그만큼 많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 평면형에서 침실은 깊이가 얕아 침대가 겨우 들어가는 정도이거나 부엌 싱크대·준비대·가열대 등의 길이가 짧거나 거실의 깊이가 얕아서 가구나 기기의 배치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안방과 부엌의 발코니 일부와 화재대피공간을 제외한 모든 발코니가 확장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분양시에 기본형 혹은 비확장형과 확장형으로 나눠 세대평면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델하우스는 대부분 확장형을 기준으로 해 꾸며져 있다. 그리고 확장형에서도 몇 가지의 유상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발코니 확장은 결과적으로 면적의 증가를 가져온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왔으며 면적의 증가분만큼의 평면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면적 증가분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평면의 칸수(베이수)가 증가됐다. 전용면적 60㎡에서도 전면 3칸의 일반화와 4~5칸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전용면적 85㎡에서 4칸은 기본이고 4.5 ~ 5칸은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확장이전의 평면에 비해 최소 방 1개 정도는 더 증가된 넓은 공간구성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곧바로 확장의 다양성을 가져왔고 방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알파룸으로 불리는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등 기존의 일률적인 공간구성에서 탈피한 공간구성의 풍부함을 가져온 긍정적인 면과 동시에 기존의 잡다한 생활용품의 수납공간, 빨래·건조 등의 가사작업 공간, 외기와 내부공간의 완충공간 등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이 축소됐고, 유상옵션으로 인한 비용증가와 비용의 불합리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발코니 확장비용 심사 참고기준이 있으나 업체별로 차이가 있고 일관성이 없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었다.

발코니 확장이 가져온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실내환경적인 측면이다. 기존의 발코니가 내벽과 외벽으로 나눠져 있어 단열, 결로, 누수, 차음 등의 실내 환경을 부담하는 역할이 2개의 벽으로 구분돼 있었던 것에서 이제는 발코니 외벽이 모든 환경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발코니가 내벽과 외벽으로 나눠져 완충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발코니 확장은 발코니의 내벽이 없어지고 외벽만 남게 돼 외벽이 가져야 하는 환경적인 성능을 담보해야 함은 물론 디자인 측면, 화재 및 안전 측면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증가했다. 발코니 확장은 시행 초기에 시공상의 하자나 실내환경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창호재 산업분야의 단열, 차음, 기밀, 누수, 결로 등의 실내환경과 관련된 성능과 안전을 고려한 기술의 발전을 가져 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발코니 확장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평면계획의 다양화, 창호산업의 발전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전용면적 증가와 유사한 논리상의 한계, 시공과 관련한 하자의 문제, 확장옵션으로 인한 일방적 선택 강요와 비용의 일관성 한계, 사용상의 제약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는 기본형에서도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방법, 환경을 조절하는 완충공간의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은 없을까. 주택시장에서는 공급자의 측면에서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으면 사용상의 효율이 떨어지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살아보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인식되면 부정적인 측면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의 모색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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