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화합으로 다시 찾은 행복
- 서울 강서구 A아파트 / 주거복지상담사 B씨
어느 날, 모자를 눌러쓴 57세 C씨가 절뚝이며 관리사무소로 들어왔다. 그 분은 멋쩍게 웃으며 어눌한 목소리로 ‘이거 드세요. 내가 강원도에서 직접 딴 업나무와 버섯이에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며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그날은 C씨가 오랫동안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지내던 딸들과 화해를 하고 집을 합쳐 일산으로 이사 가는 날이었다.

임대료, 관리비 장기체납으로 강제퇴거 대상자인 C씨 집을 처음 찾아간 것은 지난 2013년 4월이었다. 몇 가지 안 되는 가구와 정갈하게 정리해놓은 집기류 등 집은 깨끗했다. 한참을 주저하더니 과거 사업을 하며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지냈으나, 20여년 전 부도가 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풍비박산됐다고 했다. 이혼과 함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아 쓸쓸히 지냈다며 그동안의 안타까운 사정을 털어 놓았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후부터는 후유증으로 말도 어눌해지고 우측 편마비로 보행도 몹시 불편해 사업 재기는 커녕 이제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희망도 꿈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세 명의 딸들과는 가끔 전화연락만 주고받지만 딸들이 차갑게 대하고 할 말만 하고 뚝 끊어버린다며 못내 섭섭해 했다.

건강을 잃고 생활력이 없어 퇴거 위기 등의 막막한 어려움에 처한 C씨를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 양천주거복지센터에 체납된 임대료, 관리비 지원 여부를 의뢰했다. 그러나 C씨가 쓰러진 후 병원비 해결을 위해 4대 보험 신고를 해주는 조건으로 지인업체에게 건축 관련 면허증을 무상 대여해준 것이 소득으로 잡혀 주거비 지원이 무산됐다. 그래서 나는 4대 보험만 신고해주고 실질급여를 주지 않는 지인업체에게 퇴직 처리를 요구하도록 설득했다. 대신 차상위본인부담경감 대상자 신청을 통해 의료비 걱정을 덜게 했다.

한편 나는 C씨가 부양의무자인 자녀들 때문에 수급자 신청이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주민센터를 찾아가 그동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결국 서울복지재단 후원금 30만원과 쌀, 라면을 지원받았다. 또한 기아대책본부에서 난방비 40여만을 지원받아 임대료와 관리비 체납 비율을 줄여나가도록 했다.

이렇게 C씨와 지속해서 면담을 가져오던 1년이 지날 즈음 딸들이 아버지와 이제라도 같이 살아보고 싶다며 행복한 고민을 한동안 하더니 결국 합치기로 하고 이사를 준비하게 됐다.

C씨가 비바람 치는 삶의 길목을 굽이굽이 돌아 다시 어렵게 만난 가족들과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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