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은 공동주택은 편의성에 관해 여타의 주거형태보다 월등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민의 과반수가 공동주택을 선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한 편의성을 갖춘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입주민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 하자 문제다. 우리나라의 평범한 급여생활자들이 10년 이상을 노력해 돈을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의 하자 문제가 원활히 처리되지 않는다면 이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는 아파트에서 거주를 포기할 만큼의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입주민들의 고심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정부에서 하자판정기준을 제정해 그동안 갑론을박하던 하자판정에 대한 기초적인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이 하자판정기준은 개별 소송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과 상이한 부분이 나오기도 하고 불명확한 기준에 따른 불만과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방법 및 하자판정기준 전부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입주민들이 요구했던 부분을 많이 수용한 것이라 입주민들이 불편해하고 불만을 가졌던 것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하자 문제와 관련해 소송에 들어간 사례를 보면 하자판정을 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하자를 판정해야 할지 명확치 않은 것이 주된 논란거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개정안에서 설계도서 등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주택공급계약서, 견본주택, 안내홍보책자, 특별(공사)시방서, 설계도면, 일반시방서·표준시방서·수량산출내역서, 구조 및 설비 등의 계산서, 승인된 시공도면의 순서로 하자 여부를 판정토록 규정했다. 이는 입주민들이 불만을 품었던 하자판정의 기준을 잡아주는 것이라 이후 하자판정으로 인한 논란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기준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데 있어서 조금 더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하자 관련 소송이나 분쟁을 살펴보면, 하자를 판정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준비돼 있었다면 입주민들이 지루하고 힘든 소송까지 가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건설업체와 하자를 마무리 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각 공동주택을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지어진 아파트를 제외하고 입주민이 하자를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설계도면과 자료가 제대로 구비되지 못한 아파트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하자판정 기준이 세워져 운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입주민과 건설업체간의 논란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하자 문제에 대해 입주민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의 입주 시점 이후 기간을 확정해 건설업체가 관리사무소에 관련 자료를 비치하도록 강제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모든 제도와 규정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활용성의 범위가 결정된다.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제도와 규정을 만든 취지를 얼마나 잘 따르느냐 하는 것에 제도와 규정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목적과 취지는 입주민이 하자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어려움과 불만 없이 명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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