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과 나무

▲ 봄을 향기로 채우는 수수꽃다리(상),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중), 가을이 되면 붉은 색으로 물드는 단풍나무(하)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 속한 나라여서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기후다. 그 많은 꽃과 나무 중 한국인은 어떤 꽃과 나무를 가장 좋아할까.

한국 갤럽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장미고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국화, 난초, 느티나무 등을 좋아한다는데, 과연 어떤 이유로 그러한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걸까.

가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국화는 쑥부쟁이, 과꽃, 구절초처럼 산과 들에 피는 야생 국화를 말한다. 국화는 향기가 강하고 여러 겹의 꽃잎으로 이뤄져 있다. 가을에 핀 꽃을 따서 말린 후 따뜻한 물에 우리면 은은한 향의 국화차가 된다. 모든 꽃들이 시들어 가는 늦가을에도 굳건히 서리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기에 국화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야생화를 이야기하다보면 아무리 짓밟혀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고운 꽃을 피워내 우리나라를 닮았다고 말했던 방정환 선생의 민들레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작고 낮은 곳에 펴서 허리를 굽혀 자세히 봐야 눈에 띄는 꽃, 그러면서도 가장 흔한 꽃 중의 하나가 바로 민들레다. 첩첩산중에서부터 아스팔트가 깔린 도시에 이르기까지 민들레의 홀씨는 가지 못할 곳이 없고 어느 곳에서나 뿌리를 내려 샛노란 꽃을 피워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민들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이런 친숙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그림들을 보면 난(蘭) 그림이 많은데 난초는 외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된 식물군으로써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피는 종을 말한다. 그 중 동양란은 일본, 중국,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것을 일컬으며 보춘화, 한란, 석곡, 풍란 등이 이에 속한다. 난은 사군자의 하나로 예로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로 자주 쓰이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깊은 산중에서도 청초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로 주위를 맑게 하는 매력이 있는 꽃이다.

봄에 어디선가 달달한 향기가 나면 바로 라일락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라일락이라고 알고 있는 이 꽃의 정식 명칭은 ‘수수꽃다리’다. 유명 가수의 노래에 나와서 우리를 아련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이 꽃은 봄바람을 타고 퍼지는 향기가 으뜸인 꽃이다. 봄에 피는 꽃잎은 하트모양인데 씹으면 아주 쓴맛이 나서 그런지 라일락의 꽃말에는 ‘첫사랑의 감동’ 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매화는 매실나무의 꽃을 말한다. 꽃의 색깔에 따라 청매, 홍매, 흰매화로 나누기도 한다. 봄소식을 일찍 알려주는 꽃이기도 하면서 향기와 매실이라는 열매까지 수확할 수 있으니 나무 한그루가 주는 즐거움은 매우 다양하다.

매화꽃이 지고 나면 모란꽃이 핀다. 크고 우아한 꽃 모양으로 꽃 중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은 옛날부터 부귀를 상징하는 꽃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5월 초순이 되면 하양, 빨강, 노랑, 분홍 등의 빛깔로 꽃을 피우며 그 어느 꽃보다도 화려하고 탐스러워 보인다. 중국의 당나라 태종이 선덕여왕에게 모란도 석 점과 모란꽃씨 석 되를 선물로 보냈다고 전해질 만큼 역사가 깊은 꽃이기도 하다.

봄을 대표하는 식물로 민들레와 함께 벚꽃이 있다. 벚나무의 꽃은 피어 있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바람에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과 같아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벚꽃놀이를 간다. 또한 꽃이 떨어지고 나면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가 열린다. 과실로서 가치가 높지 않지만 깊은 산골에 열린 버찌는 단맛이 강해 맛있다.

장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꽃 중에 하나다. 화려하고 향기가 매력적이지만 도도하게 가시를 가지고 있어 쉽게 가까이 할 수 없는 꽃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장미는 꽃집에서 파는 장미의 종류가 아닌 덩굴장미가 대부분이다. 가시를 갖고 있어 담장에 핀 장미는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도둑의 침입을 막는 역할도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물가에서 한들한들 흔들리는 가련한 코스모스와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생각난다. 연분홍, 진분홍, 하얀색 코스모스가 무더기로 피는 모습은 마치 꿈속 나라를 연상케 한다. 사실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일제강점기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작은 꽃만 좋아한 것은 아니다. 큰 키에 커다란 꽃을 가진 해바라기는 사실 진짜 꽃은 해바라기 씨앗이 맺히는 중간의 둥근 부분에 작게 모여서 피어나고 그 둘레로 크게 피는 노란 잎은 벌들을 유혹하기 위한 가짜꽃 즉 헛꽃이다. 큰 키로 인해 옥수수와 함께 울타리를 만들기에도 좋고 해바라기씨앗은 열매로서의 기능도 큰 실용적인 꽃이다.

한국인은 집 주위에 나무를 키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가 만드는 그늘 아래에서 쉬기도 하며, 땔감이나 가구 또는 집을 만들 때도 사용했다. 그 중 느티나무는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로 자리매김 했으며 그 때문인지 지금도 마을마다 정자 옆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얼핏 보면 잎의 모양과 수형이 벚나무와 구별이 쉽지 않다. 느티나무 꽃을 연상하면 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작은 녹색의 꽃을 피운다. 느티나무는 살아가는 방식이 느긋하며 늠름한 수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느티나무 아래는 느림의 공간이며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어머니의 품처럼 크고 푸근하다.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 같은데 속은 비어있고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사시사철 푸르른 나무, 이것이 바로 대나무다. 사군자에 속하며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해 지조·절개의 상징이 되는 대나무는 그 쓰임새가 많아 대중이 선호하는 나무 중 하나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일까. 단연 1위는 소나무다. 새해를 여는 그림을 살펴보면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과 함께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하지만 국난의 시기마다 민족정신을 대표하며 국민을 하나로 모았던 나무이기도 하다.

소나무와 같은 상록침엽수이면서 소나무에 비해 잎이 짧고 굵은 전나무는 수형이 위로 올라갈 수록 좁아지는 특징이 있어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잎을 살살 문지르면 피톤치드향이 강하게 나며 전나무를 심은 뒤 7~8년 동안은 매우 느리게 자라다가 그 이후에는 생장 속도가 빨라진다. 아쉽게도 공해와 에틸렌 아황산가스에 약해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는 나무 중 하나다.

소철,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함께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다. 은행의 뜻은 한자로 은빛 살구를 의미한다. 은행나무를 ‘공손수’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할아버지 대에 심은 나무의 열매가 손자 대에 열린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 나무가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구별하기 위해서는 30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는 나무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식재된 이유는 뿌리가 깊게 자라 도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생명력이 강해 오래 살고 병해충이 거의 없어 약을 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을이 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흡사 금빛 나무와 같이 화려하다.

가을이 되면 붉게 또는 주황색으로 색이 바뀌는 대표적인 나무인 단풍나무는 손바닥처럼 생긴 단풍잎과 양쪽에 날개가 달린 열매가 특징이다. 최근에는 잎이 9개로 갈라지는 당단풍이나 잎이 큰 복자기 나무 등을 많이 심는다.

이처럼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와 꽃들은 화려한 것도 있고 우리 민족만의 사연을 담고 있는 종류도 있다. 기후가 변하고 외래종들이 정착하면서 100년 후에는 지금과 다른 나무와 꽃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과 노래가사나 속에 담겨있는 한국인의 나무와 꽃은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글/사진 생태안내자 임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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