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입주민들이 단지에 거주하면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불편 중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은 시설물의 파손이나 고장으로 인한 불편이다. 공동주택이 오래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많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입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가장 많이 겪는 승강기 갇힘 사고의 경우나 단지 내 도로 유실, 보도블럭 유실로 인해 입주민이 다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주민의 불편과 안전을 위해 지역제한을 한 아파트에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른 제한경쟁입찰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 아파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승강기 갇힘 사고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단지에 도착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코자 지역제한을 두고자 했으나 선정지침으로 인해 이런 입주민의 요구가 충족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단지 내 시설물 보수 공사를 하면서 하자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역제한을 두고자 했던 아파트에서도 선정지침으로 인해 입주민이 원하는 사항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입주민과 단지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가격보다는 안전을 우선해 업체를 선정하고자 해도 이를 이룰 수 없는 제도에 대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업체의 입장에서도 거리가 먼 곳에 있는 대형업체가 지역에 사무소가 있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가해 수주를 함에 따라 지역경제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민간 아파트 보수공사 시공실적 현황만 보더라도 전국 아파트 소규모 공사의 75% 이상을 수도권 대규모 업체가 수주했다는 사실은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국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선정지침에 대해 별다른 수정을 가하지 않고 기존의 내용을 유지했다는 것은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입주민의 선택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향상시키기 보다는 입주민의 안전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입주민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에 사무소만 차려놓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업체가 가격만으로 수주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입주민의 안전은 도외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박사의 말처럼 지역제한 금지 조항은 입주민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입주민의 안전에 대한 부분과 공사·용역의 경우 하자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분적으로 지역제한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원이 제안한대로 지역제한은 원칙적으로 두지 않도록 하되, 수도권 대형업체의 지나친 독식을 막도록 도급하한과 같이 일정규모 이하의 공동주택 단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정도의 보완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선정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자 선정시 지역제한 금지 조항은 공동주택 관리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기에 이번 전면개정을 계기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격을 따지기 보다는 입주민의 안전이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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