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투명화에 기여…자율성 제한‘지적’

정부가 공동주택에서 주택관리업자 및 공사·용역 사업자를 투명·공정하게 선정토록 하기 위해 제정·고시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올해로 시행 5주년을 맞았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투명하고 공정한 업자 선정제도를 통해 공동주택 관리 관련 부조리를 예방하겠다는 공익상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150세대에서 5000세대 이상까지 그 규모가 다양하고 신축아파트부터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까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적 자치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전면 개정할 뜻을 밝힌 가운데 본지는 4회에 걸쳐 그동안 선정지침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고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최저가격으로, 청소·경비·소독 용역 등 각종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관리주체가 경쟁입찰(2백만원 이하는 수의계약)을 통해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는 자를 각각 결정·계약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의 이러한 고시는 매년 급증하는 공동주택 분쟁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 각종 사업자를 경쟁입찰방식 등으로 선정토록 함으로써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일정부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선정지침 도입 초기부터 위탁수수료를 1㎡당 1원 또는 0원으로 입찰하는 업체가 낙찰되는 등 최저낙찰제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고, 입찰공고 게시, 관리소장의 공사·용역 계약체결권, 주체와 범위가 애매한 규정 등으로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선정지침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012년 9월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표에 따라 주택관리업자 및 공사·용역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적격심사제를 도입, 이듬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지난 2013년 6월 전자입찰시스템을 이용해 주택관리업자 및 공사·용역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8차례에 걸쳐 선정지침을 개정했다.

그러나 적격심사제의 도입 이후 표준평가표에 제시된 기준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평가항목 등 공정성 우려, 입찰가격 배점이 높아 기존 최저낙찰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최저낙찰제를 고수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관리업체 A사 관계자는 “입찰가격 이외의 비가격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단지에 맞는 사업자를 선정하자는 적격심사제의 도입취지는 좋았지만, 현행 적격심사 표준평가표로는 관리업체나 사업자의 관리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단순한 수치상의 관리능력으로 적격여부를 판가름할 것이 아니라 각 업체가 특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적격심사 평가항목을 세분화하고 평가내용에 대한 배점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자 선정지침은 주택관리업자 및 공사·용역업자 선정시 지역제한을 두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의 안전, 하자발생시 신속한 보수문제 등의 이유로 지역제한을 하는 경우까지 획일적으로 선정지침을 적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관리업체 관계자는 “승강기 유지보수나 전기안전공사 등은 입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용역이기 때문에 신속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용역별 특성에 맞게 지역제한을 둬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업체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 선정지침은 일률적으로 지역제한이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정지침은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대상을 일반경쟁입찰로 제한해 단지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고, 수의계약 가능금액을 2백만원으로 정하고 있지만 300세대 공동주택과 5000세대 공동주택을 동일한 금액으로 허용하는 것은 단지별 공사·용역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선정지침의 개별조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원은 “관리주체의 공정·투명한 업체 선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단지별 다양성과 특수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부정 시비의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격 위주의 업체 선정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이 있다.”며 “적격심사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의 충분한 정보와 공정·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관리주체의 발주능력이 요구되는 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박사는 “일본의 경우 관리표준지침을 통해 표준적인 대응과 바람직한 대응 등 두 가지로 나눠 제시함으로써 의사결정 주체가 관리를 수행하는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지침은 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점이 돼야 하며 처벌을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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