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외부회계감사 실시가 의무화됐다. 이로써 오는 10월 31일까지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하고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본지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전국의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9925개 중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회계감사계약을 체결한 단지는 638개 단지로 약 6.5% 밖에 되지 않아 93.5%의 단지가 앞으로 3개월 동안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마감시한까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며, 올해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입주민 2/3 이상의 서면동의를 받고자 많은 단지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단지들이 법에 규정된 것을 마감시한이 촉박할 때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러 관리 관계자들과 입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첫째, 외부회계감사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꼽을 수 있으며 둘째, 업무부분을 제외한 회계부분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이기에 관리비리를 적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외부회계감사를 미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부회계감사 비용을 살펴보면 지난 1월 세대당 평균감사 비용이 1122원 하던 것이 지난 6월에는 3858원으로 세배 이상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시간 100시간 준수 등에 관한 지침을 회계사들에게 내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 직업군 중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는 회계사가 공동주택의 회계감사를 하면서 100시간을 할애한다면 이 비용은 적정한 비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회계는 일반 기업회계와는 달리 특별한 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매월 입주민들이 내는 관리비 수입과 단지 내의 관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수입 말고는 수입이 없으며, 나가는 비용도 전기료, 수도료, 급탕비, 난방비 등 전유부분에서 사용된 요금과 공용부분에서 사용된 요금, 제반 용역비 등 말고는 복잡한 내용이 없다. 그렇기에 공동주택의 외부회계감사는 그동안 1백만원이 넘지 않는 비용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몇몇 아파트 관리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바대로 그동안 감사비용의 3배가 넘는 돈이 지출됐음에도 예전과 큰 차이가 없는 감사보고서를 받고 나서 허탈하기까지 하다는 푸념은 그냥 넘길만한 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국토부가 관리비리 척결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외부회계감사는 장부나 전표를 담당하는 회계 관계자의 비리를 잡아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로 나타났던 관리비리는 잡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기에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 3개월 정도 남은 외부회계감사 기한 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예상해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너무 촉박한 기한으로 인해 부실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감사인원 부족 등으로 기한 내 감사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대대적인 과태료 부과 대상을 양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이번 상황을 계기로 외부회계감사 실시를 규정한 주택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받아들여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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