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수와 여러 가지 관계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주택에서는 관리와 관련한 중심, 기준이 될 만한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 기준은 한번 정해지기까지 부단한 연구와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고 기준이 정해지고 나면 사회의 큰 변화나 구성원들의 인식이 변하기 전까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너무나 빠른 변화로 인해 기준을 잡는데 충분한 통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충분한 연구와 통찰, 고찰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을 경우 그 기준을 생활에 접목시켜 살아가는 집단에게 큰 혼란과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그렇기에 이 기준을 제시하는 곳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며 책임감을 갖고 기준 정립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최근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중요한 기준을 잡아주는 정부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답변을 내놓는 일이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질의한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입주민에게 받는 초과 주차비, 게스트 하우스·독서실 사용료, 한전으로부터 받는 전기검침비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 대상인지’에 대해 국세청이 부가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답변을 했다가 지난 2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있다고 정정했다.

국세청은 법령심사 절차를 거치지 못해 처음의 답변이 잘못됐었다고 답변 정정 이유를 밝혔지만 정부의 답변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관리 관련자나 입주민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준을 단순히 설명해주는 답변일 경우 파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빠른 답변이 있어야 하겠지만 기존의 기준이 변경되거나 근간을 변화시키는 답변을 해야 할 경우에는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답변 변경 사안은 너무 안이한 대처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번 국세청의 답변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각 부처간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각 부처간 의견 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파생되는 혼란이 그대로 관리현장에 전달돼 입주민들과 관리 관계자들의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답변 정정만으로 봉합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만 하더라도 국토부와 기재부, 국세청의 의견이 미묘하게 달라 입주민과 관리 관계자들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 행동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호 본지 사설에서도 밝혔듯이 입찰가격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아 많은 관리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 각 부처에서는 관리현장의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다른 법령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벗어나지 않게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기준을 정해야 한다.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준을 잡고 이를 실행한다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입주민들과 관리 관계자들의 혼란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어떤 사회든 기준을 잡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여러 난관을 넘어야 정리가 된다. 그러나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관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부가세 납부 의무에 관한 것이든 적격심사 표준평가표에서 제시하는 입찰가격에 대한 것이든 명확한 기준을 잡아 관리현장에 적용시켜야 입주민과 관리 관계자들의 혼란이 사라질 것이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부의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한 명확한 기준 정립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