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도우미로 다시 본 세상

- 서울시 성동구 A아파트 / 입주민 B씨
희망근로 도우미는 내게 여러모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큰애를 학교에 보내고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해야 하는 일이라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희망근로 도우미를 함께 하게 된 주부인 이웃 입주민의 용기 어린 말에 ‘그래. 용기를 내보자. 엄마는 용감한 거야’라며 나 자신을 격려하며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쪼그리고 앉아 아파트 단지에 무성한 잡초를 뽑고 있는데 1층에 사는 입주민이 우리를 봤는지 “여름에 수고 많으시네요. 이거 마시고 쉬었다 해요.”라며 시원한 캔 커피를 건네는 것이었다. 무더운 여름, 땀 흘리고 난 후 마신 캔 커피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생전 일면식도 없었던 이웃이었는데 새삼 감사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신 되풀이했다.

이렇듯 일을 하다 보니 주위의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다른 이웃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특히 우리 아파트 단지에 가장 부지런하고 절약정신이 투철한 경비반장은 같이 일하는 입주민이 “우산살이 망가졌는데 혹시 고칠 수 있으세요?”라고 물으니, 서슴지 않고 그 우산을 새 것처럼 수리해 다시 가져다 줬다. 정말 그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나도 ‘다음에 망가진 물건 있으면 그냥 버리지 말고 경비반장에게 가져가 고쳐달라고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경비반장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관리하고 단지에서 버린 쓰레기들을 다시 철저히 분리해 버리는데, 나무에 붙어있는 철재부터 베게 속까지 뜯어 내용을 분리할 만큼 꼼꼼하다. 더욱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이나 실용적인 물건을 일일이 챙겨주기도 하는 인정 많은 할아버지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경비반장의 초소 앞에 상추와 고추 등 여러 화분이 있는데 경비반장은 그 채소를 손수 재배해 먹는다. 그런데 하루는 내가 그만 심어 놓은 콩나물을 잡초로 착각해 냉큼 뽑아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경비반장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했는데 “허허, 괜찮아요! 또 심으면 되죠.”라며 오히려 나를 더 위로해 줬다.

이렇듯 단지를 둘러보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내던 이웃들이 보인다.

어느 날은 운동기구 앞에서 일하는데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한 분이 의자에 앉아 한참 책을 읽는 모습을 봤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조용히 책을 읽는 그분의 여유로움이 몹시 부럽기도 했다. 또 이른 아침 ‘딱딱~’ 하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매일매일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하며 운동하는 어르신이 있었다. 전에는 전혀 관심 없던 이웃이었는데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 이웃을 보니 건강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일할 수 있는 지금이 감사했다. 아마도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감사한 마음도 없이 늘 생활에 쫓겨 하루하루를 지냈을 것이다.

늘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는 경비반장과 회의시간이면 귀에 쏙쏙 박히는 말로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는 관리소장, 그리고 늘 희망근로 도우미를 배려해주는 관리과장과 환경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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