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설렘의 계절, 봄

▲ 제비가 돌아오는 삼짓날에 꽃이 핀다해 이름 붙여진 제비꽃(상), 금 노다지와 같이 바닥에 가득하다해 이름 붙여진 꽃다지(하)
봄이다. 봄이 왔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목련의 희고 큰 꽃망울이 터지고 노란 산수유 꽃이 피면 우리는 길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온걸 안다. 봄의 길목이 길고 소란스러웠지만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봄은 올해도 모두에게 선물처럼 왔다.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제비가 날아오듯 남쪽지방으로부터 위로 위로 마술처럼 산은 노랗게, 푸르게 변한다. 먼 산으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새소리가 가득해지면 그 옛날 고향마을 기억에 가슴이 벅차다.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라는 노랫말 속 연분홍치마는 우리 모두의 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분홍과 노랑은 봄의 빛깔이다. 진달래의 분홍과 개나리의 노랑이 연분홍치마가 되고 노랑저고리가 됐다.

먼 산에 물이 가득 오르면 진달래와 생강나무의 꽃이 먼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진달래는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불리는 봄을 대표하는 키작은 나무로, 진분홍의 꽃은 진달래 화전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달래 꽃은 겨우내 꽃눈을 잘 감싸고 있다가 잎보다 먼저 핀다. 진달래는 곤충을 부르는 점박이 무늬의 허니로드(Honey road)가 선명해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이 길에 암술대를 휘어 놓아 꿀을 내주고 수분을 유도한다.

아파트 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목련이야 말로 긴 겨울을 오롯이 견뎌낸 인내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털로 감싼 꽃눈은 봄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먼저 희고 큰 꽃망울을 터뜨린다.

산수유는 목련과 비슷한 시기에 노란 꽃을 피우는 꽃으로, 가을이 되면 타원형의 붉은 열매가 모여서 달린다.

생강나무는 잎이나 가지를 따서 냄새를 맡아보면 생강 냄새와 비슷한 향이 나 생강나무라 부른다.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는 꽃의 모양이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쉽지 않지만, 산수유는 꽃대가 길고 꽃잎과 꽃받침이 합쳐져 화피가 6장이며 생강나무는 꽃대가 가지에 딱 달라붙어있고 꽃잎도 4장이다.

매화는 매실나무의 꽃으로 열매는 매실이다. 흰색 꽃을 피우는 것은 흰매화, 붉은 꽃을 피우는 것을 홍매화, 청색 꽃을 띄는 것은 청매화라고 한다. 매화는 꽃샘추위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그 뒤를 따라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 진달래, 목련이 핀다. 조선왕조에 들어 사군자의 하나로 꼽히면서 양반사회를 대표하는 귀한 꽃으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수수꽃다리는 꽃향기가 좋아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꽃으로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고 라일락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꽃의 향기는 진한 반면 잎은 쓴맛이 아주 강해 그 맛을 첫사랑에 비유하기도 한다. 꽃이 핀 모양이 수수와 비슷해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봄꽃은 보통 여리고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디서나 소리 없이 피어나고 하나같이 향기로우며 아름답다. 그 중 꽃마리라는 꽃이 그러하다. 꽃마리라는 이름은 꽃이 피기 전에 꽃줄기가 달팽이 모양으로 도르르 말리는 것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꽃대가 펴지고 올라가면서 차례차례 꽃이 핀다. 작지만 하늘빛을 가득 담고 있는 아주 아름다운 꽃이다.

꽃다지는 냉이꽃과 비슷하게 생긴 노란꽃을 피운다. 금 노다지와 같이 바닥에 가득하다고 해 꽃다지라고 부른다.

제비꽃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번식력이 좋아 장수꽃, 병아리꽃, 오랑캐꽃, 앉은뱅이꽃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 즈음에 꽃이 핀다해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제비꽃은 꽃잎을 열지 않고 씨앗을 맺어 폐쇄화이며 벌이 없어도 자립적인 방법으로 가루받이가 가능하다. 또 제비꽃 근처에는 개미집이 있는데 개미가 제비꽃씨를 번식기키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공생관계에 있다.

냉이와 쑥은 우리 밥상에서 먼저 봄을 알려주는 들풀이다. 냉이된장국과 쑥버무리를 통해 우리는 입안 가득 봄을 느낄 수 있다. 사실상 봄에 나는 들풀들은 대부분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모두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봄이 되면 개구리나 도룡뇽들도 알을 낳으려 개울을 찾기에 바쁘다. 보통 개구리나 도룡뇽은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알을 낳기 마련이지만 요즘은 가물어서 공원의 인공연못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싱그러운 풀내음과 꽃향기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먼 산에 잔뜩 물이 오른 나뭇가지에 연두빛 움이 돋아나면 우리는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기운을 자연에서 얻는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모두의 봄이 되길 소망해 본다. 

생태안내자 임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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