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안내자와 함께 떠나는 사계절 푸른 상록수의 세계

▲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전나무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다 보면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 꽃이 화려하거나 달콤한 향기를 내지는 않지만 늘 그 자리에 푸르게 서 있는 상록수처럼 말이다. 봄, 여름, 가을 내내 화려한 꽃과 잎으로 아름다움을 과시하던 나무들이 수피만 남아 앙상해질 때가 되면 우리는 그제야 상록수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

가을이 되면 많은 나무들이 단풍이 들고 낙엽을 떨어뜨리며 겨울 준비를 하는 반면, 상록수는 겨울이 돼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계절 푸른 나무를 상록수(常綠樹)라고 부른다.

상록수에는 잎이 넓은 형태를 나타내는 상록활엽수와 잎이 바늘처럼 좁은 상록침엽수가 있는데, 좁은 잎을 가진 상록침엽수는 열의 손실과 증산작용으로 배출되는 물의 손실을 막아 건조하고 추운지방에서 잘 자라며 넓은 잎을 가진 상록활엽수는 따뜻한 지방에서도 잘 서식하는 반면 열대지방의 상록활엽수는 잎이 더 넓고 큰 경향이 있다.

우리 주변의 흔한 상록수는 사철나무, 회양목, 주목, 소나무, 향나무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친근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고 주변 어디를 가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소나무의 잎이 항상 그 자리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생겨난 솔잎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의 잎은 2년마다 잎갈이를 하는데 잎들마다 그 시기가 달라 계속 잎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소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피어나는 수종으로 암꽃은 위쪽에 달리고 수꽃은 아래쪽에 여러 개가 달린다. 3, 4월이 되면 노랗게 바람에 날리는 수꽃의 가루가 바로 송화가루다. 이렇듯 매년 봄이 되면 송화가루로 인한 불편함이 있지만 비단 우리에게 불편함만 주는 것은 아니다.

송화가루를 꿀이나 물엿에 반죽하면 노란 꽃모양의 송화다식을 만들 수 있고, 솔잎은 차로 만들어 마시거나 떡을 찔 때 이용하며 소나무의 속껍질과 찹쌀가루를 반죽하면 송기떡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파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스트로브잣나무다. 스트로브잣나무는 잎이 두 개씩 나는 소나무와 달리 다섯 개씩 모여서 나고 열매도 길쭉한 모양인데 공해에 강하고 자생력이 좋아 도심지나 공원에 많이 심는 나무의 일종이다.

소나무나 스트로브잣나무처럼 바늘모양 잎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보다 짧고 넓은 잎을 가진 나무도 있다. 바로 전나무와 주목이다. 전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수종으로 추위에 강해 전국 어디에서나 월동이 가능하며 자생력이 강하고 젓나무라고도 부른다. 흔히 말하는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무인데, 잎을 떼어 살짝 비벼 보면 그 향이 일품이다.
주목은 붉은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나무로 가을에 붉은 열매가 아주 예쁘기도 하고 전정을 통해 원하는 나무 모양을 만들기에도 좋다. 특히 침엽수는 ‘피톤치드’라는 사람에게 좋은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은 사실 동물들의 근접을 막기 위한 방향성 살균물질이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라는 물질인데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뿐만 아니라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상록수에는 키가 큰 나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양목이나 사철나무, 측백나무 등은 작지만 사계절 정원에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나무이며, 회양목은 잎이 작고 나무껍질이 회색으로 네모져 있다. 3월에서 5월 사이에 노란 꽃이 피면 벌들이 회양목 주위로 날아드니 봄이 오는 소리를 알려주는 자연 속 자명종이 되는 셈이다. 반면에 사철나무는 회양목보다 키가 크고 잎도 더 크며 맹아력, 즉 싹이 트는 힘이 좋아 번식이 잘되는 나무다.

향나무는 목재를 향으로 써왔기 때문에 향나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친환경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원래 향나무는 햇볕이 잘 드는 건조한 지역에서 주로 자라나기 때문에 아파트 내 그늘진 곳에 심겨진 경우에는 성장이 느린 편이다. 서양측백나무는 높이가 2~3m 가량으로 방풍용이나 생울타리로 심으면 좋다.

황금측백나무는 낮게 자라며 황금처럼 노란빛의 잎을 달고 있다. 인디언들은 예전부터 서양측백나무를 찧어 약으로 쓰기도 해 ‘생명의 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 황금측백나무는 해충을 막아주기도 해 아파트 정원에 심으면 좋다.

무심코 지나가면 늘 그 자리에 있던 나무이기에 잘 몰랐던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며, 올 겨울 소복하게 흰 눈이 쌓인 상록수 길을 거닐어 보면 어떨까?

글/사진 생태안내자 임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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