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자동제세동기 등 응급장비 구비의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이 공포, 시행에 들어간 지 어느덧 1년여가 지났다.

법령에서는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자동제세동기 등 응급장비 구비의무를 부여했지만 해당 공동주택에서 응급장비 구비의무를 위반 했을시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이더라도 입주민들의 합의 하에 해당 공동주택의 여건 등을 고려, 자율적으로 설치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율적으로 설치해도 된다는 말에 관리주체가 한숨 놓은 사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에 ‘자동제세동기 미설치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한 법적분쟁’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자동제세동기 설치문제가 다시금 논란의 주축에 서게 됐다.

지난 7월 게재된 해당 게시물에는 강원 춘천시 A아파트 입주민이 자동제세동기 등 응급장비를 구비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입주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공동주택 관리주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자동제세동기 등을 설치하지 않은 관리주체는 민사상 불이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법령에 따른 구비의무는 있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같은 달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자동제세동기 등 응급장비를 구비하지 않을 경우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동제세동기 등 응급장비 설치를 유도하는 움직임이 있음에도 정작 관리현장에서는 자동제세동기 설치가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관리주체(대표회의를 포함한)는 법령에서도 처벌조항을 명시하지 않았고 주무부처에서도 각 단지에서 자율적으로 합의해 결정하라는 사안인데다 입주민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자동제세동기를 쓰게 될 일이 있을지 싶은데 자동제세동기를 꼭 설치해야 하냐고 의문을 품는다. 대당 백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제세동기의 가격 또한 큰 문제다. 가격이라도 저렴하면 예방적 차원에서 단지 내에 설치해 두겠는데 워낙 가격이 비싸다 보니 구입을 할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관리주체 입장에서 자동제세동기 설치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응급상황에 처한 입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자는 법령의 취지에 맞게 자동제세동기가 보급되길 바란다면 그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직접 지원이 어렵다면 일전에 한 기업에서 자동제세동기가 비치된 광고판을 설치해 준 것처럼 기업과 연계해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이 활성화되도록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에 더해 자동제세동기 설치에 관심이 없거나 회의적인 입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홍보사업도 병행돼야 한다.

자동제세동기 설치가 ‘그림의 떡’으로 남지 않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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