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도 막을 내렸고 아울러 부동산 경기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쉽게 팔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택을 지으면 팔리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사를 통해 차익을 얻던 시대는 지나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는 그 시대에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기능이나 성능을 갖춘 주택을 지어 파는 공급자 중심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도 예전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는 거의 없다.

그야말로 지금까지의 상식은 이제 상식이 아닌 것이 돼 새로운 발상과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새로운 부동산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서 필요한 키워드의 하나가 주택의 장수명화이다.

주택의 장수명화는 모든 주택의 기본이 되는 성능으로 100세 시대에 맞춘 100년 지향의 구조체 내구성과 더불어 안전성, 차음성 등을 갖춤과 동시에 시대변화와 생활의 다양화를 담고 있는 가변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시간의 경과로 성능이 저하됨에 따라 교체와 보수 등을 용이하게 하는 리모델링에 대비한 유지관리를 통해 오랫동안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수명을 연장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장수명화를 위해서는 2가지 방향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재고시대에 어울리는 좋은 주택재고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주택의 기능과 성능의 저하를 막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의 장수명화는 장애요인도 있다. 바로 초기 비용의 상승문제이다. 기존의 일반적인 주택에 비해 구조체 시스템이 벽식구조에서 기둥식구조로 전환되고 다양한 내장과 설비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성능 향상에 기인하는 비용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장수명화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0~ 20% 정도의 초기 비용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고, 시스템 전환에 따른 업무의 전환과 산업의 전환도 뒷받침돼야 하는 점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의 장수명화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입주자에게는 맞춤형 주택의 실현과 장기적인 주택 비용부담을 경감할 수 있으며 평생주택의 잠재성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비용을 절감해 일반주택과 유사한 수준으로 건설할 수 있는 주택모델개발을 위한 기획연구를 추진 중에 있고 장수명 주택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책으로 인증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주택의 구조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기둥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보다많은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다.

한편 기존의 일반적인 주택의 재고정비와 관리도 장수명화의 또 하나의 축이다. 기존 주택 재고의 내구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재건축이 바람직하지만 내구성이 충분히 남아있는 주택에 대한 리모델링과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주택의 비용과 비교되지 않은 자동차의 경우는 유지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택에 대한 유지관리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유지관리를 고려해 설계를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주택에서 수명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은 설비이다. 15~20년 정도에서 많은 설비들이 노후화한다. 정기적으로 이를 교체하고 보수하는 유지관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공용설비와 전용설비로 명확한 구분으로 단지차원과 개인차원으로 구분해 이뤄져야 한다.

이제 사회여건은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다. 이제는 건설 후 20~30년 지나 설비가 노후했다고 곧바로 재건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좋은 성능을 가진 주택으로 장수명화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 건설하고 유지관리를 잘 해 성능을 유지하다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리모델링하고 다시 유지관리와 리모델링을 반복해 내구수명이 다하면 재건축하는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기반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민간업체도 이를 위한 방향 전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소비자도 주택 성능의 중요성과 함께 맞춤형 주택 실현, 장기적인 주택부담 경감 차원의 인식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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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선임연구위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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