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 물리적 객체로서 공간의 환경체계를 의미한다면 ‘주거’는 인간이 주체가 돼 생활을 영위해 가는 장소로서 인간의 정서적인 내면과 공간 사이에서 맺어지는 심리적·사회문화적인 개념도 포함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즉 물리적 객체로서의 ‘주택’은 인간에게 정체성을 갖도록 디자인되고 관리될 때 비로소 ‘주거’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주택과 주거의 개념이 다르듯이 ‘공동주거’의 개념 또한 ‘공동주택’과는 의미를 달리한다. 다시 말해 ‘공동주택’이 물리적 집합체로서의 하드웨어라 한다면 ‘공동주거’는 물리적 하드웨어인 공동주택을 기반으로 그 곳에 사는 주민이 주체가 돼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가 형성됨으로써 공동체 삶과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는 장소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공동주거 관리로의 인식 전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기 이후 주택의 양적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의 대량 공급 정책을 기본 축으로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양의 주택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건설 공급에만 힘을 기울여 왔으나, 이제는 주거 환경 정비를 목표로 해 양질의 공동주택 스톡 형성을 위한 여러 방안과 대책이 강구돼야 할 시점에 와 있으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를 위한 새로운 관리방안 모색이다. 예전의 공동주택 관리라 하면 건물의 유지관리 중심과 그에 따른 운영관리 업무, 입주민들의 공동생활에서의 민원처리를 위주로 사안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심과제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동주택 관리는 건물의 유지관리는 물론 거주자들의 다양한 생활 변화와 요구 조건에 대응해 공간을 개선하거나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즉 기존의 공동주택 관리 접근법인 공동주택 관리에서 이제는 새로운 인식 전환으로 공동주거 관리 개념의 도입을 강조하고자 한다.

기존의 공동주택 관리 범위가 통상적으로 건물의 운영관리, 유지관리, 입주자관리(생활관리)로 구분해 그 업무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현재 관리 업무내용 현황으로 볼 때 극히 수동적이고 통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거주자 중심의 공동체 의식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며 단지와 지역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적극적 관리의 방향을 공동주거 관리 개념의 접근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앞서 서술한 공동주거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공동주거 관리의 접근은 기존의 운영, 유지, 입주자 관리 내용에 덧붙여 공동체 주거문화 발전을 위해 사회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보다 적극적 관리주체로서의 관리자의 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입주민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체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공동체 주거문화 향상을 위해 입주민은 주거관리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의식을 제고하고 관리자는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입주민은 물론 관리회사, 지역 사회, 지자체와의 상호 협조체계가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휴먼웨어의 네트워크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공동주택의 물리적 성능 노후화를 지연시키고 계획적인 수선계획을 통해 건물의 자산 가치를 유지시키는 하드웨어관리에는 자산관리라는 적극적인 개념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를 배려한 디자인 계획이 필수적이며 지속가능한 유지관리 기술 도입과 정보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관리가 요구된다.

셋째, 입주민들이 참여하고 협조하는 공동체 규범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체 의식 고취를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강화돼야 하며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등의 소프트웨어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동주거 관리로의 전환이란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의 조화를 잘 이루게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앞으로 사회적 자산인 공동주택을 잘 보전하고 지속적인 커뮤니티로부터의 주거문화 계승을 위해서 입주민, 관리주체, 지역사회,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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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주 교수
건국대학교 건축학부 주거환경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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