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아파트에 갑자기 강풍이 불어 단지 내 조경수 가지가 부러지면서 주차장에 주차해 둔 내 차량이 파손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져 다치거나 세대 발코니 옆에 설치된 우수관이 막혀 갑자기 빗물이 역류해 와 세대 내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면 과연 누구에게 손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까?

이러한 사고는 아파트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며, 대부분 입주민들은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피해 구제를 요청할 것이다.

관리주체와 피해를 입은 입주민 사이에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이러한 사건들 중 상당히 많은 경우가 법원에 소를 제기해 결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사고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이 마땅할까?

먼저 태풍으로 인한 차량파손의 경우를 보면, 지난 2011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순간 최고풍속 초속 52m의 강풍으로 베란다 유리창이 깨지거나 조경수가 뿌리째 뽑혀 쓰러지면서 주차돼 있던 차량을 파손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심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 여건 하에서 단지 내 수목을 점유·관리하는 대표회의로서는 여름철 태풍으로 나무가 꺾이거나 부러져 이 나무 주변을 통행하는 사람이나 그 주변의 차량에 위험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나무가 바람에 버틸 힘이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점검해 부러질 위험이 있으면 이를 아예 뽑아버리거나 가지치기 또는 지지대를 세워 주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해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태풍 ‘곤파스’가 불어오기 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를 초래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다만 자연력의 기여도와 피해자 측의 과실을 감안해 대표회의 책임의 범위를 통상 30~40%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놀이터 사고 또는 우수관 역류로 인한 침수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우선 관리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아파트 시설물 일체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자로서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해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체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령의 취지에 따라 이러한 관리주체를 지도·감독할 권한이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아파트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할 주의의무도 있다고 봐 관리주체에게 유지·관리상의 과실이 있을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도 함께 책임을 부담하도록 판단하고 있다(이 경우에도 대표회의의 책임 범위를 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 여부는 고려한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입주자대표회의가 최종 배상책임을 진다는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 필자는 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다.

우선 태풍으로 단지 내 시설물이 차량을 파손하는 경우,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내 시설물의 점유·관리자가 된다고 보고 점유·관리상의 과실 유무를 따지고 있으나, 아파트의 각종 시설물은 아파트의 공용부분에 해당하고 단지 동별 대표자의 집합체에 불과한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내 시설물을 직접 ‘점유하는 자’라는 해석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위탁관리업체에게 아파트 관리를 위탁한 경우 단지 내 시설물을 점유하면서 관리책임을 지는 것은 관리주체이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아니기 때문이다(참고로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중에 있다).

또한 아파트 시설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관리주체에게 위탁한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관리주체를 지도·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주체와 같은 정도의 유지·관리상의 주의의무를 갖는다는 해석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굳이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관리주체에게 위탁할 필요가 없을 것이 아닌가.

더구나 주택법령의 규정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하기로 한 경우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는 관리주체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승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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