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 비율이 높아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수식이 붙을 정도다. 한정된 면적에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기 위한 기능적 성격을 갖고 있는 아파트는 도시 외관을 획일적으로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입주민끼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는 등 이웃간 단절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입주민간 갈등이 심화돼 칼·도끼 등으로 이웃이나 관리직원 등을 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웃간 소통의 부재가 심화돼 대화로 해결가능한 일들조차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공동체 활성화를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의 지원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좀더 살기좋은 단지를 만들기 위해 ▲녹색장터 ▲텃밭 조성 ▲공동육아 ▲주민축제 ▲다목적실 조성을 통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이웃간 소통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물론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한 입주민들의 친밀감이 높아져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공동체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특정 계층의 참여만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은 아파트가 비록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 마을 단위로 삶을 살아가던 그 시절처럼 세대간 교류가 자유롭게 이뤄져 이를 토대로 이웃과 정겹게 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에서 시행되는 공동체 활동의 대부분은 유아와 어린이 및 주부, 노인 등을 중심으로 유아는 유아대로, 주부는 주부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소통하게 해 다른 세대와의 교류·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앞으로는 10대와 60대, 20대와 70대 등 세대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정한 의미의 ‘아파트 공동체’를 구현해야 한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도 세대간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닌지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 모두가 공동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특정 세대만 참여하는 공동체 활성화가 진정한 의미의 ‘아파트 공동체’를 구현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밖에 지자체 및 아파트에서는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반영할 수 있는 열린 공동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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