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을 둘러보면 복잡한 서울의 아파트를 벗어나 근교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광주의 남한산초등학교나 양평의 조현초등학교 등지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새로운 교육모델, 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동체 등이 갖춰져 근처에 집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가 밀집한 도시의 삭막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탈서울, 탈아파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울 근교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자연환경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만족스러워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입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직업을 가졌거나 또는 새로운 주거지 근처로 직장이동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전철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결국 이러한 선택은 주거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살기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총 주택의 58.4%가 아파트이고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1980년도 우리나라 아파트 재고는 37만 호에 불과했으나, 2010년 조사결과 8백17만 호에 달할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해왔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도시를 벗어나 전원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살기좋게, 자녀를 키우기 좋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살기좋은 아파트는 어떤 것일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아파트를 둘러보면 아파트 내부는 점점 고급화돼가고 있지만 단지환경은 삭막할 뿐이다. 주동의 모습은 성냥갑처럼 획일적이고 손바닥만한 놀이터나 노인정 등을 빼면 입주민들이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아파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웃과 더불어 관심과 사랑을 나누기보다는 각자의 바쁜 삶에 지쳐 집은 그저 쉬는 공간의 의미이거나 또는 투자의 대상으로서만 인식돼왔을 뿐이다.

살기좋은 아파트가 되려면 단지의 물리적 환경도 변화해야 하고 단지 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태도 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파트 내에서 주민들이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조성이 필요하다.

살기좋은 도시의 제일 조건은 여성, 아동, 장애인이 살기 편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로 여성, 아동, 고령자들이 살기 편하게 ‘사람 중심’으로 지어지고 관리돼야 한다. 단지 내 녹지공간이 더 많이 확충돼야 하고, 놀이터도 아동의 연령대를 감안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엄마와 아기들이 같이 쉴 수 있는 쉼터 공간도 필요하다.

아파트 단지 내 쉽터 공간을 조성하는데 있어 독일에서 운영되는 ‘마더센터’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마더센터’에서는 야간보육, 부모교육, 북카페 운영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나눔, 아이돌봄 품앗이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아파트 내 이런 공간이 주민공유공간으로 만들어지면 부모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고 아파트 관리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바림직한 아파트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문화에서 탈피하여 주거유형이 다양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8백만 호에 달하는 아파트를 어떻게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큰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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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숙 연구위원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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