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가려 쓰는 것이 중요…세심한 주의 필요

2. 경어법
⊙ 가정에서
우리말은 경어법이 복잡한 편이다. 문법적으로는 주체를 높이는 존경의 표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공손의 표현, 지금은 그 용법이 거의 사라진 객체와 주체 그리고 말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른 겸양의 표현 등이 있고, 어휘적으로도 존댓말과 예사말이 나뉘어 있는 경우도 있어 적절한 말을 골라 쓰는 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존경의 표현은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가 되는 사람을 높이고자 할 경우 ‘웃으시다’, ‘건강하시다’와 같이 서술어에 ‘-시-’를 넣어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이밖에 따로 존댓말을 써서 주체를 높이기도 하는데 ‘밥’을 ‘진지’로, ‘자다’를 ‘주무시다’로, ‘먹다’를 ‘잡수다’, ‘잡수시다’와 같이 바꿔 말한다.
용언이 여러 개 함께 나타날 경우 일률적으로 규칙을 세우기는 어렵지만 문장의 마지막 용언에 높임의 선어말 어미 ‘-시-’를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밖의 용언에도 ‘-시-’를 넣을 수 있다.
용언마다 ‘-시-’를 넣는 것이 더 높이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용언마다 ‘-시-’를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친 존대는 도리어 예의가 아니고 모든 용언에 ‘-시-’를 넣는 것이 항상 자연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름]이/가 일을 마치고 갔다.’를 높여 말하는 경우 ‘○○[이름]이/가 일을 마치시고 가셨다’ 또는 ‘○○[이름]이/가 일을 마치고 가셨다’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가능한 말이다.
그런데 ‘왔다가 가셨다’ 보다는 ‘오셨다가 가셨다’가 자연스러운 반면 ‘읽으시고 계시다’보다는 ‘읽고 계시다’가 적절한 말이다.
‘할머님이 주무시고 가셨다’에서 ‘자다’에 대한 존경의 어휘가 ‘주무시다’처럼 따로 있는 경우에는 언제나 존경의 어휘를 쓰고 함께 나타나는 다른 서술어에 ‘-시-’를 붙여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존댓말을 잘 가려 쓰는 것도 중요하다.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았다’ 보다는 ‘아버지한테 걱정을 들었다’, ‘아버지한테 꾸중을 들었다’, ‘아버지한테 꾸지람을 들었다’처럼 말하는 것이 전통 예절에 가깝다. ‘묻다’는 ‘여쭙다’로, ‘말하다’는 ‘아뢰다’나 ‘말씀드리다’로, ‘주다’는 ‘드리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
존칭의 조사 ‘께서’, ‘께’는 대화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용언의 ‘-시-’로도 충분히 높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어에서는 ‘께서’, ‘께’ 등과 같은 조사보다는 ‘이/가’, ‘한테’ 등을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깍듯이 존대해야 할 사람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께서’나 ‘께’ 등으로 높이도록 한다.
존경의 어휘를 쓰지 않아야 할 자리에 존경의 어휘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아버님은 9층에 볼 일이 계시다’는 옳지 않고 ‘볼 일이 있으시다’가 옳다.
이는 ‘볼 일이 안 계시다’는 안되고 ‘볼 일이 없으시다’가 옳은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또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꼭 한 가지씩 저에게 여쭈어 봐요’처럼 자신에게 물어본 것을 아랫사람이 물었다고 해서 ‘여쭈다’를 쓰는 것도 잘못 쓰는 예 가운데 하나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경어상의 등급이 달라지는데 이를 공손의 표현이라 한다.
공손의 표현은 문장의 끝에 나타나는 것으로 대체로 ‘왔습니다’, ‘왔어요’, ‘왔소’, ‘왔네’, ‘왔어’, ‘왔다’와 같이 등급에 따라 어미를 달리한다.
이 중 문제되는 것이 ‘제가 했어요’, ‘그러셨어요?’등과 같은 ‘해요체’의 말이다. 이 ‘해요체’는 깍듯이 존대를 해야 할 사람에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지만 가정에서는 분위기나 화제에 따라 적절히 쓸 수 있는 친밀한 표현이다.
그러나 ‘고맙습니다’처럼 굳어진 인사말이 있는 경우에는 ‘고마워요’와 같은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국립국어원 제공>
※ 본고는 국립국어원에서 발간·보급한 ‘표준 언어예절’을 기준으로 집필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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