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휴게시간을 임금억제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돼”

최근 고용노동부가 시간당 432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고시함에 따라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3456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에 비해 168원이 오른 금액이다.
이에 대해 일부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에 적용되는 휴게시간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도 만만치 않은데 현 금액에서 또다시 경비원 임금을 상승시키기에는 입주민 부담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의 80%를 적용토록 하고, 그 이후 감액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은 물론 오는 2012년 이후에도 경비원 휴게시간 적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비원에 적용되는 휴게시간제가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중 휴게시간을 부여했지만 실제 경비원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주장이다.
이에 올해 초 경비원 휴게시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는 전국아파트노동조합연맹 신승현 위원장을 만나 경비원 휴게시간제에 어떠한 문제가 있으며, 해결책으로 무엇을 제시하는지 들어봤다.

경비원 휴게시간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대부분 아파트에는 경비원 휴게장소가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또 대표회의 회의실이나 노인정, 지하실 등을 휴게장소로 지정해 놓았다 해도 실제 휴게장소로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휴게시간을 이용해 휴게장소로 지정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도 거리상 문제가 있기도 하고, 초소를 비운 동안에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냉·난방 시설이 갖춰 있지 않아 눅눅한 지하실에 경비원 휴게장소를 지정한 단지도 있는데, 이는 인권침해의 소지도 다분하다.
결국 대부분 경비원들은 초소에서 휴게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휴게시간이라 해도 입주민이나 차량이 출입할 경우 통제업무를 해야 하고, 각종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초소에서 휴게시간을 이용해 잠시 조는 형태로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입주민들의 불만민원이 접수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은 사실상 근무시간이다.

위원장의 주장대로라면 경비원 임금조정, 보전이 필요한데.
휴게시간을 이용하지 못했어도 경비원들의 임금보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연맹과 소속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제를 임금을 착취당하는 제도라고 판단한다.
휴게시간을 휴식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사실상 근무하고 있는데, 임금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지급되기 때문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경비원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항의하지 못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휴게시간을 제외한 뒤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임금만 수령할 뿐이다.

근무시간중 휴게시간 적용에 대한 입주민 홍보가 부족한 것인지.
입주민 대다수가 경비원의 근무시간에 휴게시간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휴게시간중’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아도 마찬가지다. 휴게시간 적용 여부는 물론 왜 휴게시간이 적용되는지조차 모르는 입주민들도 많다.
심지어는 ‘근무시간에 근무는 안하고 휴식하는가’라고 항의하는 입주민들도 많다. 입주민 경비비 부담을 고려해 채택된 휴게시간제인데, 입주민들의 불만만 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경비원은 감·단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세대 택배배달에 재활용품 분리수거, 주변지 청소, 조경수목 가지치기, 입주민 차량 관리 등을 경비원들이 도맡아 하고 있고, 크고 작은 공사가 있을 때마다 공사장에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밤낮으로 출입하는 차량이 세대 차량인지도 확인해야 하고, 취객이나 청소년 범죄가 있는지도 수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경비직은 ‘잡부’나 ‘관리보조원’ 성격이 크다.
현재 경비원들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고용노동부 승인이 있을 경우 최저임금의 20%를 감액 적용받는다. 그러나 이같이 다양한 업무를 격일, 삼교대로 하고 있는 경비원들이 과연 감시·단속적 근로자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고용노동부 감·단 승인에 대한 생각은.
특단의 개선책이 있지 않는 한 현 감시·단속적 근로자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노동청은 각 단지 내 경비원들의 감·단직 승인에 대해 서류만으로 심사를 벌여 승인을 한다. 경비원이 감시·단속적 업무를 위해 취업한 근로자인지 여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지방노동청은 감·단직 승인에 앞서 해당 단지 현장을 방문한 뒤 휴게장소 지정 여부와 경비원들의 실제 업무를 정확히 판정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감·단직 승인을 받았으나 본래의 업무보다는 다른 업무에 종사하고 있을 경우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 서류접수·처리업무 외에 각 사업장이 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분명히 지방노동청 업무에 속할 것이다.

입주민들은 경비비 부담을 토로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부유층만이 아파트에 거주했지만 지금은 국민 다수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연맹은 경비원 임금을 무조건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 적용, 경비원들의 업무범위 등을 고려해 근로의 대가는 정확히 지켜져야 한다.
경비원들이 아파트의 안전,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애착심, 책임감을 갖고 좀더 노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근로여건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지출하는 경비비의 상당액이 경비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아파트와 자체적으로 경비원들을 고용한 아파트의 경비원 임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경비원 고용불안 실정에 대해서도 주장했는데.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만큼 경비원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 경비원 정년제를 개선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각종 장려제도 중 아파트에 관련된 제도를 재정비하고 예산을 확충해 정년에 달한 경비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토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화된 임금피크제를 통해 아파트에서는 경비비 부담을 줄이면서 업무에 익숙한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경비효과를 높일 수 있고, 경비원들은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현재 정년에 달한 경비원 중 일부를 저임금으로 1년여간 재고용하는 촉탁제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환경 속에서 저임금에 만족해야 하는 경비원들의 실정을 외면하기보다는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는 말을 입주민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난 10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55일간 경비원 파업이 일어난 후 지금까지 경비원들의 파업은 없었다. 결국 지난 10년간 경비원들의 단체행동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파트 내 노사관계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민경제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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