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주체, 입주민 안전사고 방지 위해 제설·제빙작업 만전 기해야

최근 서울과 수도권, 영동 및 호남지방 등 상당수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하루 동안 내린 눈의 양이 25.8cm로 지난 1907년 기상관측(공식 적설량 관측자료 기준으로 1937년) 이래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또 내린 눈이 대부분 녹지 않은 가운데 연일 한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폭설과 한파가 계속됨에 따라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등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철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그동안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이 단지 내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사고를 당하거나 제설작업을 하던 경비원의 사망이나 부상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입주민의 경우 법적 소송을 제기, 관리주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
이에 아파트 내 안전사고 관련 판결례를 통해 겨울철에 관리주체 등이 주의해야 할 아파트 안전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 아파트 빙판길 사고

관리주체, 제설작업 소홀했다면 손배 책임 있어

관리주체가 아파트 단지 내 제설작업을 소홀히 해 입주민이 빙판길서 낙상사고로 부상을 입었다면 관리주체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 2007년 8월 서울 마포구 W아파트 입주민 P씨가 “단지 내 제설·제빙작업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으므로 5백만원을 배상하라.”며 이 아파트 관리주체인 S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P씨가 패소한 원심을 취소하고, 피고 S사는 원고 P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1백9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민 P씨는 지난 2006년 1월 13일 0시 40분경 자신이 거주하는 동(棟) 현관 앞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전치 8주의 골절 상해를 입자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관리주체 S사의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제1민사부의 판단은 1심 재판부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P씨가 빙판에서 미끄럼 사고를 당한 장소 주변에는 배수관 3개가 설치돼 있는데도 배수로에는 하수시설이 전혀 연결돼 있지 않아 물이 고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고 장소는 북서 방향의 응달이어서 겨울철에는 눈이 내린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얼음이 잘 녹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S사는 눈이 내린 날 위주로 주통행로인 보도블록 위와 현관 앞에만 제설작업을 했을 뿐, 배수로에 대한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으며, 이 사고가 발생하기 3∼4일 전인 지난해 1월 9일과 10일 다른 곳에는 제설작업을 했으나 이 사고 장소부근에는 염화칼슘을 사용하는 등의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 S사가 이 아파트 주출입구 옆의 경비초소에 염화칼슘을 갖춰 놓고, 관리사무소에는 제설작업에 필요한 넉가래, 삽, 빗자루를 비치했으나 다른 곳에는 비치하지 않아 입주민이 장비가 필요해도 수시로 사용할 수 없었다.”며 “원고 P씨 외에 다른 입주민들도 실제로 미끄럼 사고를 당한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S사는 이 아파트를 관리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다만 원고 P씨는 빙판에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자갈이 깔린 길을 지나 경계석을 내려서다가 이 사고를 당한 과실이 있어 피고 S사의 책임을 40%로 제한, 피고 S사는 원고 P씨의 치료비 중 40%인 40만여원과 위자료 1백50만원 등 모두 1백9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관리주체가 평상시 아파트 시설물의 설치·구조상 결빙되거나 얼음·눈이 잘 녹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 조치를 취하는 등 제설·제빙작업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의미가 있다.
특히 관리주체는 단지 내 비탈이나 경사로, 미끄럼 사고 등이 발생했거나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곳에 입주민들이 수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설작업 도구와 염화칼슘을 비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제설·제빙작업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 입주민들이 빙판길에 미끄러지거나 차량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방송이나 게시판 등을 통해 충분히 홍보하고, 입주민들이 제설작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 경비원, 제설작업시 사망·부상사고

제설작업중 부상 입은 경비원 ‘업무상 재해’

아파트 제설작업에 나섰던 경비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해 4월 충북 증평군 A아파트에서 제설작업중 허리를 다친 경비원 H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공단이 원고 H씨에 대해 내린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H씨가 승소한 원심을 인정, 피고 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H씨는 지난 2006년 2월 7일 단지 내에서 제설작업중 넘어져 허리를 다쳐 척추 수술을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고령인 원고 H씨가 아파트 제설작업중 미끄러져 허리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고 후 집중적으로 계속 치료를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 H씨의 상병은 업무로 유발됐거나 적어도 기존의 질병이 악화됐다고 보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아파트 제설작업에 참여했었던 경비원이 사망했으나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전북 군산시 J아파트에서 지난 2005년 12월 5일 눈을 치우던 중 쓰러져 사망한 경비원의 유족 S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전주부는 원고 S씨가 패소한 원심을 인정,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망 당일 30∼40분 가량 아파트에 쌓인 눈을 치운 것만으로 망인의 사망과 사망 당시 업무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망인이 사망하기 몇 주전 검강검진결과 고혈압이 의심되므로 수시로 혈압을 확인하라는 권유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주체는 겨울철 눈이 내리면 우선적으로 경비원들을 동원해 제설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상당수 아파트가 전자경비시스템 도입 등으로 경비원을 감축하는 바람에 경비원들은 이번처럼 폭설이 내릴 경우 장시간의 제설작업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관리주체는 경비원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다른 직원들과 교대해 휴식을 취하게 하고,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는 한편 안전·보건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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