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징계절차 준수 엄격히…노·사간 신뢰 구축 중요

실질 노무관리 주체로 사용자 판단…입대의에 사용자 지위 부여하기도
아파트 근로자 징계시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절차 철저히 준수해야

위탁관리 아파트 근로자들은 한번쯤 ‘내 사용자는 누구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 자치관리라면 입주자대표회의, 위탁관리라면 관리업체 대표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이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상당수 아파트는 위탁관리·용역경비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일부 대표회의 구성원 등이 근로자에게 업무상 지휘·명령을 내리거나 인사·노무관리를 직접적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 근로자들의 해고를 두고 해고절차 준수 여부와 관련해 정당한지 여부를 묻는 구제신청도 상당한 실정이다.
이에 아파트 근로자의 해고와 관련해 사용자가 누구인지의 다툼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해고절차의 정당성 여부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최근 법원·노동위 판결·정 내용을 살펴본다.

실질적 노무관리 주체가 ‘사용자’
위탁관리 아파트 근로자 해고를 둘러싸고 대표회의가 사용자인지 여부를 노동위나 법원에 판단을 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당사자 판단이 해고의 정당성을 따지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임금 지급·청구 대상의 결정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0년 ‘위탁관리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용자가 아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른바 ‘E아파트 사건’으로 세간에 잘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감독권의 행사로서 관리사무소 운영과 인사에 관여해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관여하기도 했으나, 원고(대표회의)와 참가인들(관리직원 등)간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위탁관리 아파트 대표회의가 관리직원의 노무관리를 했다면 대표회의는 관리직원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판정(2008부해565)을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중노위는 이 사건에서 “아파트 대표회의는 관리회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 아파트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도 가입했을 뿐 아니라 대표회의가 C관리에 직원교체를 요청할 경우 권고사직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위·수탁관리계약서에 담았다.”며 “결국 대표회의는 근로자들의 인사와 업무, 임금지급 등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실질적 사용자”라고 설명했다. 당시 재심을 신청했던 대표회의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않아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더불어 노동부는 ‘퇴직금 적립주체’를 묻는 민원에 답하면서 “외형상 위탁관리더라도 대표회의가 관리직원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임면·인사 등에 관여했다면 대표회의에 사용자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노동부 종합상담센터 08. 12. 29>
이에 대해 한겨레노무법인 정강희 노무사는 “두 사건의 결과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는 아파트가 많지만 대법원 판결과 중노위 판정내용은 ‘실질적 사용자’ 판단에 있어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며 “사용자란 근로자의 고용·해고, 임금 결정·지급, 업무지시·명령을 내리는 주체로서 이를 실질적으로 대표회의가 했는지, 관리업체가 했는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노무사는 “민사소송 절차와 달리 노동위 구제신청 등 행정심판 절차는 다수를 당사자로 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으므로 아파트 근로자들은 이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사용자가 대표회의인지, 관리업체인지 불분명하다고 판단되면 양측을 ‘사용자 1·2’로 구분해 모두를 당사자로 하는 구제를 신청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자치관리 아파트에서도 사용자 적격을 두고 다툼이 적잖아 주의가 요망된다.
중노위는 최근 아파트 임시 대표회장과 대표회의 이사 등이 관리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사용자를 대표할 권한 없는 자에 의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은 부적법하다.”고 각하했으며(2008부해705), “통장이 당연직 동대표가 된다는 규정에 따라 동대표·대표회장이 된 피신청인은 신청인(관리소장)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신청인의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바 있다.<2008부해290>
따라서 정당하게 구성되지 않은 대표회의의 회장이나 관리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대표회장직을 위임받은 자가 아니라면 관리직원들의 사용자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밖에 ▲관리주체 변경은 영업양도가 아니므로 대표회의가 관리직원을 고용승계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서울행법 제12부) ▲용역계약 해지로 해고된 근로자에 대한 대표회의 책임 없다(수원지법 민사9부) 등의 최근 판결도 아파트 근로자의 사용자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구지방노동청 근로기준과 박삼동 팀장은 “대표회의가 용역 근로자들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업무를 지휘·감독하려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위험하다.”며 “경우에 따라 ‘위장도급’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명시된 징계절차 준수해야
아파트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적법한 징계절차를 지켰는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전남지노위는 최근 관리소장 등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관리규약에 명시된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고 해고했으므로 대표회의가 내린 관리소장 해고처분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2008부해179>
지노위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근로자를 징계하려면 징계사유를 사전에 통보하고 소명의 기회를 부여토록 하고 있음에도 대표회의는 이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해고사유 정당성과 관계 없이 징계에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노위는 “취업규칙에 징계사유 발생시 시말서와 경위서를 접수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본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시말서를 제출할 경우 재검토할 수 있다고 돼 있음에도 대표회장 등 징계위원들은 이 과정 없이 근로자를 해고했다.”며 관리소장을 구제했다.
이같이 근로자 해고시 징계절차 준수 여부는 해고의 정당성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노동위는 해고는 가장 무거운 징계이므로 해고사유가 충분해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해고처분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법원이 “취업규칙에 ‘징계결정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인사위 개최나 해고원인 사실의 고지, 소명의 기회부여 등 해고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으므로 그 자체만으로 해고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명시적 징계절차가 없는 사례의 판단기준을 세우고 있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강희 노무사는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징계절차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게 법원·노동위의 확고한 입장이지만 만일 이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지킬 필요는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관리비 절감 위한 정리해고 ‘인정’
최근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정리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체로 꼭 필요한 인력만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에 대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것 ▲사용자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할 것 ▲근로자 대표에게 사전 통보하고 협의할 것 등의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아파트만의 특수성을 고려, 정리해고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CCTV 설치·운영으로 인한 경비원 감원은 정당’(2007부해543), ‘감원대상자 시말서 제출 횟수를 참고해 경비직을 축소한 것은 정당’(2006부해879) 등의 판정을 잇따라 내린 바 있다.
또한 경북지노위는 “전기설비공사에 따른 전기 관련 직책 폐지로 전기주임을 정리해고한 것은 정당하다.”(2005부노17)고 판정했다.
노무법인 가람경영컨설팅 이형복 노무사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법원·노동위는 경비인력 감축에 대해 관리비 절감을 들어 경영상 필요요건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그러나 경비원 수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오히려 범죄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사용자측의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아파트 근로자 해고를 둘러싸고 근로자에게 실제 사직의 진의사가 있었는지,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따른 신청인의 실익이 있는지 등과 관련한 다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노동위는 이에 대해 △관리계약 만료로 관리직원 사직서 일괄수리했다면 진정한 사직의사 없어 부당한 해고(직원·경비) △사직의사 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했다면 사직의사 철회 못한다(경비) △두 차례에 걸친 사직의사는 진의(경비) △권고사직 요구 받아들였다면 부당해고 아니다(경비) △정년도래 후 구제신청, 실익 없어 기각(경비) △해고 후 위·수탁관리계약 해지됐다면 부당해고 소송 부적법(소장) 등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근기법 개정으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원직복직 대신에 보상을 원할 경우 사용자가 금전으로 보상토록 하는 ‘금전보상제’(금액은 노동위 직권 결정)와 근로자가 해고예고를 30일 전 서면으로 받지 못한 경우 수당을 받을 수 있는 ‘해고예고제’(30일분 통상임금)가 시행됨에 따라 근로자가 해고를 당한 뒤 타 사업장에 취업했더라도 금전적 구제를 신청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사 모두 분쟁예방 노력해야
이같이 아파트 근로자들의 해고를 두고 다양한 분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으며, 감정적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주민과 관리업체, 관리직원 모두 노동 관계 법령을 정확히 인식해 분쟁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형복 노무사는 “아파트 노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사용자 모두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근로자는 성실한 근로제공의 의무를 다하고, 사용자는 법규 준수 및 근로조건 유지·향상을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이 노무사는 특히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사용자(사업경영담당자)이기도 한 관리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관리소장이 평소 관리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꾸준히 청취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타단지 사례 수집 등을 통해 입주민들이 원하는 관리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신뢰에 기인한 노사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