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업체 입찰담합 방지 위해 법령 등 보완해야…의식개선도 시급

과당경쟁·비현실적 수수료가 담합 원인…적정 수수료 고시 등 조치 있어야
주택관리업 등록·관리감독 강화 필요…관리 질 향상 위한 자구 노력 절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가 낙찰되도록 하는 등 입찰을 담합한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 10개사를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우리관리(주) △서림주택관리(주) △한국주택관리(주) △대원종합관리(주) △서일개발(주) △광인산업(주) △쌍림건설산업(주) △(주)무림개발 △대한종합개발(주) △대한종합관리(주)로 대부분 대형업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1백만∼2천4백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공표명령 등 시정명령을 내리고, 10개 업체를 모두 고발 조치키로 했다.
관리업체가 입찰담합을 이유로 공정위에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공표명령·고발 조치 등으로 관리업계와 아파트에서는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에 관리업체들의 입찰담합의 과정과 반응 등을 짚어보며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 봤다.

① 입찰담합 어떻게 했나?
     관리업체들, 들러리 세워 특정업체 선정 도와

공정위는 관리업체들이 아파트 관리업체 입찰과정에서 전화나 팩스 연락을 통해 입찰참여 여부나 입찰가격 등을 합의·결정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관리하는 아파트의 계약기간이 끝나 업체선정 입찰공고가 나오면 A업체 관계자는 B나 C 등 다른 업체 직원에게 연락해 ‘자신보다 높은 위탁관리수수료의 견적가격을 적어달라’고 요청했고, 요청받은 업체는 이에 응했다. A업체는 들러리 업체의 견적서나 지명원을 확인한 후 입찰에 참가해 재계약할 수 있었다.
이후 들러리로 참여한 B나 C업체도 이런 방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아파트와 다시 계약할 수 있었다.
이는 대부분 업계에서 장기간 근무한 업체의 관리·영업담당 실무자들이 업체간 이직도 잦고, 업체간에 관리이행보증을 입보해 줘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상대방이 관리하는 단지를 빼앗지 말고 상부상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관리업체 10개사가 이같은 방법으로 2005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을 비롯해 경기·인천지역의 아파트 43개 단지 입찰에 참가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② 공정위 적발 따른 파장
     입찰담합 비판 여론에 관리업체 ‘억울하다’ 항변

공정위가 관리업체 입찰담합을 적발해 발표하자 업체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대부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리업체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업계만 담합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공정위가 다른 업계와 달리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고발 조치까지 하기로 한 것은 과도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에 적발되지 않은 업체들도 공정위 발표에 우려를 표출했다.
B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의 입찰담합은 당연히 안되지만 담합까지 한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공정위 발표에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입찰담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입주민 단체의 한 관계자는 “관리업체들의 입찰담합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위탁관리제도가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파트공동체문화연구소 변영수 공동대표는 “업체들이 그동안 관리업체 선정과 관련해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고, 업체간 관리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하면서 입찰시 담합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잘못된 행위다.”고 지적했다.

③ 업체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업체, 소송 제기 등 공동대처…사건 장기화 조짐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과징금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공표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의결서를 받은 후 30일 이내 공정위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업체들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C업체 관계자는 “해당 관리업체 대표들이 모임을 갖고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공동 대처키로 했다.”며 “이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의결서를 받는대로 내용을 검토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업체들이 공정위에 이의를 신청하면 공정위는 60일 이내에 재결해야 하고, 업체들은 이 재결 결과에 불복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업체들이 공정위에 이의신청 없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1심 없이 서울고법의 전담재판부가 사건을 맡게 된다. 서울고법이 판결선고를 내리면 패소자측에서 불복, 대법원의 판결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많아 사건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또한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10개 업체들은 모두 검찰에 고발되고, 검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따라서 10개 업체 대표들과 입찰담합에 가담했던 관련자들의 검찰 소환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 업체와 관련자들의 혐의 등이 인정되면 기소하고, 기소된 업체와 관련자들은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입찰담합 등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져도 결과에 불복, 2심이나 3심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 연내 최종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일부 아파트 동대표와 관리소장 등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지난 1999년의 아파트 비리사건 수사처럼 사건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공정위가 입찰을 담합했다고 밝힌 43개 단지 가운데 일부 아파트에서는 업체와 관리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이들 단지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담합과 관련이 없는 일부 아파트에서도 이들 10개 업체와의 재계약을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④ 입찰담합의 원인은 무엇인가?
     과당경쟁·비현실적 수수료가 업체간 담합 부추겨

아파트 관리업체의 입찰담합은 업체들의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비현실적 위탁관리수수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994년 주택관리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면서 관리업체 수는 급증하고 있다. 허가제였던 지난 1992년 7월 기준으로 전국의 관리업체는 총 136개였으나 등록제로 바뀐 1994년 12월 196개로 늘었고, 이후 ▲2001년 264개 ▲2002년 290개 ▲2003년 346개 ▲2004년 393개 ▲2005년 437개 ▲2006년 499개 ▲2007년 585개 등으로 해마다 큰 증가세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600개를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경기·인천의 업체수는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해 92년(30%)보다 2배 가량 높아 수도권 업체들의 경쟁이 심한 상태다.
이처럼 업체들의 경쟁이 심하다보니 위탁관리수수료는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지는 실정이다. 지난 90년대 초 3.3㎡당 평균 50원 정도를 하던 위탁관리수수료는 90년대 말 30원대에 이어 현재는 평균 20원대로 떨어졌고, 현재 10원대는 물론 한자리 수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D업체 관계자는 “관리업체에 대한 책임이 커지고 입주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지만 주택관리업 인·허가 기준이 없다보니 업체수가 과도하게 많아져 수수료가 갈수록 낮아지는 실정이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찰담합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 등도 이같은 문제를 방치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관리업체 입찰선정공고 참가자격의 무리한 제한 등이 담합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아파트 동대표 등 입주민들이 위탁관리를 하나의 보험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낮은 가격만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비싼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상의 관리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적정 비용의 지불이 불가피하다.
입주민들이 이같은 인식을 가진 데에는 관리업체들의 책임도 크다. 입주민들이 건실한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업체들이 전문관리자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한 채 제도나 입주민들 탓으로만 돌리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타업체를 비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적 성장만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리업계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입찰담합을 선택한 것은 문제가 있으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법·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자발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⑤ 해결방안은?
     수수료 고시 등 제도 보완 필요…의식 개선도 시급

관리업체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주택관리업을 허가제로 바꾸는 등 법·제도를 정비해 업체들의 과당경쟁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표준위탁관리수수료도 고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관리업계 관계자들은 “관리업체를 설립하기가 쉬워 업체들과 입주민 모두 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택관리업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관악구 B아파트 관리소장은 “정부가 적정한 표준위탁관리수수료를 고시한다면 아파트에서는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피할 것이고, 업체들도 입찰담합보다 관리기법의 차별화로 경쟁해 관리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업체 관계자도 “정부가 위탁관리수수료를 고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사적 계약을 강제하진 못해도 기준은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윤순철 사무국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파트 관리에 적극적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는 문제가 있는 관련 법령·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도 관련 조례를 제·개정하는 한편 관리업체와 아파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서울 노원구 S아파트 입주민 K씨는 “관리업체나 동대표 등이 입찰담합 등 업체 선정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경기 고양시 H아파트 관리소장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의해 업체간 담합이 가능해졌으므로 관리면적이나 단지수 등 관리실적을 참가자격에서 제외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동대표 등 입주민들의 의식 변화도 시급하다.
법무법인 새빌 주규환 변호사는 “입주민들이 낮은 가격만을 선호하기보다 적정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질 높은 관리서비스를 받겠다고 의식을 바꿔야 입찰담합 등 현재 위탁관리제도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관리업체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주거문화연구소 은난순 연구위원은 “관리업체들이 입찰을 담합한 것은 이유를 떠나 건전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다.”며 “업체들은 입주민들이 스스로 건실한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관리기법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 군포시 D아파트 입주민 H씨는 “업체들이 타업체를 비방하며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양적 성장을 지향하기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관리 질을 높이고, 업체간이나 업체와 입주민 사이에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등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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