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팀장(左), 오사카시립대학 카지우라 츠네오 명예교수(右).

최근 일본 맨션관리사협회의 국내 관리업체 방문과 (사)한국공동주택전문관리협회 관계자의 일본 맨션업계 방문 등 한국과 일본간 공동주택 관리 관련 국제 교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는 지난 3일 송파구 서울올림픽기념관에서 일본 집합주택유지관리기구 관계자들을 초청, ‘한·일 공동주택 유지관리의 상호이해와 공동발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팀장과 그의 대학 은사이기도 한 일본 오사카시립대학 카지우라 츠네오 명예교수(집합주택유지관리기구 이사장)를 만나 양국의 공동주택 관리 관련 제도와 현안, 교류증진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정부·지자체의 공동주택 행정지원 절실”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팀장

일본의 맨션 관련 제도·지원 활동 등 도입 필요
장충금, 일본의 1/10 수준 불과…제도 보완해야

◈ 관리업계에서 일본 관계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세미나 준비의 총괄책임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텐데 준비과정에서 어려움과 아쉬웠던 점은.
우리관리에서 일본 관계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일본 연구자·실무자의 우리관리 방문, 주거문화연구소 연구원의 일본학회 참석 등을 통해 이미 일본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었고, 많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을 특화한 유지관리 연구와 제도적 측면에서 아직은 취약한 면이 있어 이 분야 전문가 초빙이 힘들었고, 관련 연구자료도 많이 부족한 것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야 하고, 특히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 일본의 맨션관리 관련 법령이나 제도 가운데 우리나라에 도입이 가능한 것은 어떤 것들인지.
일본의 맨션관리 관련 제도 가운데 우리나라에 도입할 만한 것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맨션관리 정책 및 제도 관련 연구 등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는 정부 유관단체인 ‘맨션관리센터’는 맨션의 ‘수선이력 정보’를 등록하고, 장기수선적립금의 적정금액을 산출해 주는 서비스를 실시해 계획적·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맨션 관리조합에 관리활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상담을 실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관련 비영리단체, 지자체 지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나 지원활동이 우리나라에서도 활성화된다면 충분히 관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맨션관리 적정화의 추진에 관한 법률’에는 맨션관리에 대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강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부기관에 ‘맨션관리 적정화 추진센터’를 설치해 각종 조사 실시, 제도개선 등을 실시하는 것과 지자체에 맨션관리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상담에 응하는 등 행정지원책을 검토해 도입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 제도상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꼽는다면.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시의 적절하게 실시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계획, 자금조달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관리풍토는 입주민의 참여나 투자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개별 단지에 대한 행정적인 지도나 지원 또한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장충금의 경우 일본의 약 1/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적정한 금액이 적립되지 않아 계획적인 대규모 개·보수를 실시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주민의 관리 참여를 위한 인식 강화, 행정지도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 앞으로도 세미나 개최 등 일본과 공동주택 관리 관련 교류 증진을 위한 계획이 있는지.
일본 집합주택유지관리기구로부터 오는 11월 개최하는 ‘맨션 라이프 페어’의 초청을 받아 참석여부를 검토중이다.
앞으로도 일본과 공동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더욱 심층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공동체 활성화는 일본 맨션에도 중요 과제”
오사카시립대학 카지우라 츠네오 명예교수

맨션의 특징 따라 공동체 활성화 여부 좌우된다
일본 맨션, 전문가 관리체제로 확산…발전 기대

◈ 일본 맨션관리 제도의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일본은 관리회사에 관리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맨션(분양아파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위탁관리 비율이 높다.
반면 전문회사에 관리를 위탁하지 않거나 한국과 같이 관리전담기구나 주택관리사를 두지 않고 관리운영 일체를 입주민 스스로 하는 맨션이 수십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도 일본의 특징이다. 이는 한국에 비해 세대수가 적은 단지가 미친 영향일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에는 한국과 같은 행정지도가 실시되지 않는 점과 주택관리사와 같은 전문가가 관리에 관여하지 않는 점 등이 취약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행정지원, 특히 지자체의 지원시책이 증가했으며, 맨션관리사 제도가 확립됨에 따라 앞으로 전문가가 맨션 관리를 이끌어나가는 체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맨션의 노후 방지 노력 못지 않게 공동체 활동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일본에서는 입주민간 교류 등이 활발한지 여부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주로 어떤 활동이 전개되는지.
공동체 활성화는 일본의 맨션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맨션의 특징에 따라 좌우된다. 자녀를 양육하는 세대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가족 타입의 맨션에서는 입주민간 교류가 활발한 경향이 있다.
그러한 맨션에서는 △어린이회 활동 △여름축제 및 겨울 떡방아 찧기 대회 △소프트볼 경기 등 스포츠 경기대회 △노래경연대회 △독서·사진 등의 공동체 활동으로 입주민간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또 방범·방재를 위한 순찰활동이나 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활용품 수거를 통해 공동체가 활성화된 맨션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관리조합의 임원이나 일부 입주민들이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다른 입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해도 반응이 없어서 곤란하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 집합주택유지관리기구는 한국에 없는 기구인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집합주택유지관리기구는 맨션 관리조합의 연락조직(관리조합연합회)에서 관리조합을 지원하여 달라는 요청으로 설립된 NPO(비영리조직)로서, 자원봉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24년이 된 기구다.
이 기구는 ▲대규모 수선 설계·감리 ▲시공업자가 적절한 수선 실시토록 지도·감독 ▲수선계획 작성 ▲건물·설비 조사 및 진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맨션닥터’라는 제도도 둬 평소 설비 고장시 필요한 조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술 측면의 상담에 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리조합과 입주민을 대상으로 강좌와 세미나를 개최해 맨션관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수선공사 견학 실시로 현장에서 지식을 얻도록 하는 등 계몽과 연구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맨션측에서 요청해 실시한 지원업무는 현재까지 약 2000여건이 넘는다.

◈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 제도에 대해 한 말씀한다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공동주택 건설의 속도가 빠르고, 그 수도 많아 관리 정책이 지속적으로 검토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의무관리 대상을 설정하는 등 일찍부터 관리분야를 행정적으로 규제하고 지도해 관리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과 전문가를 배치해 유지관리를 적절히 추진하도록 하는 점 등이 한국 공동주택 관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