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삶의 질’ 중시 경향 뚜렷…공기질 관리 중요성 부각

▲ 공기 정화식물들(좌측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글라오네마, 판다고무나무, 꽃베고니아, 안스리움)

 새집증후군, 기관지염·아토피·두통 등 유발…해결책 강구 시급
친환경 인증 타당성 재검토 필요…공기질 개선 교육 활용해야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신축 공동주택 실내공기질 측정·공고제도 모니터링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내공기질에 대한 인식 및 관리실태’에서 공동주택 50여개 단지 입주민(528명) 중 93.9%가 실내공기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주택 선택시 실내공기질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93.5%였고,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10~50만원, 42.9%)까지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생활습관 변화와 생활수준 향상으로 실내활동 시간이 증가하고, 건물의 밀폐화·고층화 등으로 실내공기질 문제가 부각되고 있으며, 새집증후군 등 환경문제와 건축자재 개발에 의한 새로운 유해물질의 발생 등으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실내공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은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미세먼지, 중금속(라돈 등), 석면, 부유세균, CO, CO2, NO2, 오존 등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호흡기와 순환기 계통에 영향을 주며 물질에 따라 발암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특히 신축 공동주택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 등이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등 입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실내공기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그 해결방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 국내·외 실내공기질 관리 실태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내공기질 실태와 오염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실시해 공기질의 목표치를 정하고 꾸준히 해결책을 모색해오고 있다.
또 실내공기 관련 학회나 협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환경성에 대한 정보를 제품에 표시함으로써 기업체로 하여금 환경친화적 제품의 개발 및 생산을 촉진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환경친화제품을 구매·사용케 하는 ‘환경라벨링제도’를 시행해 시장에서 문제를 자발적으로 개선토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2년부터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환경라벨링제도가 ‘환경표시제도(환경마크제도)’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국가가 직접 실내공기를 관리하고자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시행중이며 최근 서울시는 ‘실내공기질 검증제’를 도입, 실내공기질 측정 결과 기준치에 미달하는 경우 건설·감리업체 등에 행정조치하고 언론에 공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 신축 공동주택과 새집증후군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은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한 건물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로 인해 입주자가 각종 알레르기 질환 등에 걸리는 경우를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지난 1980년대,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환경성 질환이다.
벽지나 페인트, 바닥재, 본드 등 각종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유해화합물질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며, 실내에서는 약 250가지 유해오염 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농도로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새집증후군은 기관지염, 기관지 천식, 폐렴, 아토피, 두통, 현기증, 정서불안, 기억력 저하 등을 야기하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국환경정책학회가 지난해 새집증후군에 대해 조사한 결과(표 1 참조)에 의하면 공동주택 50여개 단지 입주민 528명 중 ‘새집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의 29.8%였으며 약 25% 정도는 새집증후군으로 병원에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집증후군 증상으로는 눈이 따갑거나 건조한 증상이 64.4%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실내공기질 측정·공고 제도의 이행 및 관리에서는 실내공기질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에 비해 측정·공고 제도와 측정결과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입주민 응답자 중 35.4%가 실내공기질 측정·공고 제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으며, 실내공기질 측정공고 내용을 확인한 경우는 33.5%로 낮아 홍보가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 생활 속 실내공기 오염원
실내공기질 문제는 생활환경과 습관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오염된 실외 대기와 실내 바닥의 먼지 등으로 인한 먼지 및 중금속은 진폐증 등 폐질환을 야기하기도 하고, 담배연기는 두통과 피로감을 주며 중추신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또 가스렌지 사용과 연료연소에 따른 연소가스는 만성 폐질환을 일으키거나 중추신경에 영향을 준다. 이와 함께 가습기나 냉방기, 냉장고, 애완동물은 박테리아나 곰팡이, 바이러스 등 미생물성 오염물질을 만들어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을 가져온다.
이처럼 생활환경이나 습관에 의한 실내공기질 오염은 오염원을 제거함으로써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의 양을 증가시켜 실내공기 오염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대부분 아파트 세대에서 사용하는 냉·난방 시스템은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들이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잦은 환기나 팬이나 환기시스템을 가동해 실내공기를 개선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공기청정 시스템은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먼지 등의 여러 오염물질을 고효율로 제거해 지속적인 환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친환경건축물 인증 제도
실내공기질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2000년대 초반 ‘고급화’를 지향하던 아파트들이 현재는 한단계 더 나아가 ‘고급화+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정부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건설사들은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크레비즈큐엠, 한국교육환경연구원 등 4곳 중 한 곳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아파트의 실속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공동주택 인증심사 분야는 크게 △에너지 자원 및 환경부하 △생태환경 △실내환경 △토지이용 및 교통 등 4개 부문으로, 44개 지표 총 136점 중 65점 이상이 합격선으로 우수등급을 받을 수 있고, 최우수등급은 85점 이상일 때 받을 수 있다.
최근 인증을 받는 아파트의 경우 친환경마크를 획득한 건축자재를 많이 사용해 실내환경 부문에서의 불합격률은 낮지만 생태환경 부문에서 인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환경적인 요소나 생태계 조성 및 보호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관상만을 고려해 조경공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또 예비인증을 받은 후 본인증을 받는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시공사가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예비인증을 받은 후 입주자들을 모집하고 본인증을 받지 않는 경우나 실제 시공시 주요 항목서 친환경 자재를 썼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주공 주택도시연구원 한 관계자는 “실제로 대부분의 시공사들이 예비인증 때보다 본인증을 받을 때 점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인증제도에 대한 타당성과 실효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실내공기질 개선 방안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까지 공동주택 실내공기질 오염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건강한 공동주택 실내공기질 관리 방안 마련에 활용할 예정이며, 환경부는 실내공기질 측정결과의 인터넷 공개 등 홍보를 확대하고, 지도점검 강화, 관리대상 확대 등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해서 각 세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공기 오염원을 제거하고, 환기를 개선하거나 공기청정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사항으로 실내환경정보센터에서는 ‘실내공기를 위한 10계명’을 제시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먼저 실내온도를 18~22℃, 실내습도를 40~50%로 조절하는 것이 좋고, 환기는 하루에 3회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실시하는 것이 좋다. 또 베개 및 침구류는 수시로 물 세탁해 햇빛에 말리고, 공기정화용으로 숯의 사용을 권장한다. 이와 함께 센터는 ▲공기정화 식물(표 2 참조) 키우기 ▲공기청정기 사용 ▲드라이크리닝 한 의류 환기 후 보관 ▲베이크아웃(Bake-Out) 실시 ▲친환경 인테리어 등을 제시한다.
특히 ‘베이크아웃’은 새집 입주 전 반드시 실시하는 것이 좋은데 외부의 창문을 모두 닫은 후 실내온도를 30℃ 이상 높여 5~6시간 유지시키고, 외출했다 돌아와 모든 창문을 열어 1시간 정도 환기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1주일에 2회 이상, 1달 이상 반복하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이나 포름알데히드를 저감하는데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실내공기질 개선 방안에 대한 교육 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아파트 입주 전 공기질을 직접 검증하는 ‘실내공기질 검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와 지자체가 직접 공기를 채취해 측정하는 방식의 이 검증제는 지금까지 건축주 자율신고제로 운영돼 오던 실내공기질 측정이 미흡했다는 판단 하에 개선된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 도봉구는 아파트 등 건축물에 간이측정기를 이용한 실내공기의 포름알데히드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측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와 노원구 등은 시민녹화교실을 진행해 공기정화식물 가꾸기 등을 교육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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