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판결 재판부마다 달라…헌재 결정 지연이 혼란 키웠다

최근 아파트 하자 소송과 관련해 선고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법원마다 5·10년차 하자 인정 유무와 소멸시효를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재판부에서 다른 판단을 내리기도 해 아파트에서는 하자 업무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법원에서 판결선고된 아파트 하자 소송 판결문 가운데 168건(지난해 150건, 지난달 18건)을 분석했다. 본지는 사건별 선고결과를 비롯해 5·10년차 인정 여부, 전체도장 인정 여부, 소멸시효 등 소송에서 주요 쟁점이 됐던 사항들과 항고 여부를 조사했다.

◎ 입대의 패소율 매년 증가
지난해 하자 소송은 150건으로 지난 2006년 87건에 비해 42% 증가했다. 지난달도 18건으로 지난해 1월 9건에 비해 2배가 늘었다.
하자 판결선고 분석 결과 대법원 5건을 제외한 163건 중 원고인 아파트 대표회의나 입주민 등의 승소율(일부 승소 포함)은 73%였고, 패소율은 27%로 조사됐다.
대표회의 패소율은 지난 2003년 1.9%, 2004년 3.3%에 불과할 정도로 현재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결정을 기다리는 주택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극히 낮았다. 하지만 2005년 5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2005년 6.1%, 2006년 16.1%에 이어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27%를 기록하는 등 대표회의 패소율이 매년 눈에 띄게 늘었다.
원고인 대표회의나 입주민들이 패소한 이유는 ▲대표회의 하자담보추급권 불인정(27.3%) ▲소멸시효 도래(25%) ▲5·10년차 불인정(22.7%) ▲하자 미존재(9.1%) ▲하자비 불인정(4.5%) ▲원고 대표자 부적격(4.5%) ▲기타(하자보수기회 미제공, 대표회의 손배 청구권 양도 불인정, 하자종결합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5·10년차 하자 인정 엇갈려
아파트 내력구조부의 5·10년차 하자 여부를 놓고 법원마다 엇갈린 결론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28민사부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남양주시 O아파트 대표회의가 사업주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내력구조부에 관해서는 공동주택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와 같은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서울고법 제11민사부는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 K아파트가 대한주택보증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력구조부의 5·10년차 하자에 관해서는 무너질 염려가 있는 등의 한정된 경우에만 보수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서울남부지법 민사12∼15부, 서울서부지법, 수원지법, 대전고법, 대전지법, 대구지법 등은 5·10년차 하자를 인정하는 반면 서울고법, 서울북부지법,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산지법 동부지원 등이 5·10년차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는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시 Y아파트 소송에서는 5·10년 하자를 인정했지만 같은 해 1월 서울 구로구 S아파트 소송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등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또한 사용검사 전 하자도 서울고법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3·24·29부, 서울남부지법, 대전고법 등 12개 법원·지원 18개 재판부가 인정했다. 하지만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는 사용검사 전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 소멸시효 판단도 변화 추세
재판선고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하자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도 동일 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오는 추세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2민사부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K아파트 대표회의가 사업주체와 보증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채권은 민법상의 권리로서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의 판결선고 경향이 바뀐 것으로 추정돼 주목된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해 2월 “손배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5년이 도과됐다.”는 이유로 소송 4건 모두 입대의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번 판결과 같은 재판부인 제2민사부도 지난해 9월 하자 존재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표회의에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서울동부지법 민사11부와 서울서부지법 민사13부도 지난달과 지난해 12월 각각 소멸시효 10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려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소멸시효 5년을 내린 판단과 엇갈렸다.
이처럼 일부 1심 법원에서 소멸시효 판단 기준을 변경한 것은 지난해 11월 대전고법 민사1·2부, 서울고법 민사28부 등 항소심 재판부에서 소멸시효 10년을 적용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 수원지법 성남지원 등 대부분의 법원에서는 상사 소멸시효 5년을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6개 법원·지원 8개 재판부가 소멸시효 10년을 인정했으며, 다른 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하자범위 판단도 제각각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허용균열과 전체도장 등 하자범위를 놓고 같은 재판부에서도 다른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는 지난해 8월 대구시 달성군 S아파트 소송에서 0.3mm 균열을 하자로 인정했지만 다음달 서울시 노원구 D아파트 소송에서는 0.3mm 균열을 하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하자보수비 산정시 전체도장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각양각색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 J아파트 대표회의가 제기한 소송에서 부분도장으로 보수비를 산정했으며,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시 C아파트 소송에서 부분도장 2회를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반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는 지난달 30일 인천시 Y아파트 대표회의가 P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전체도장 2회를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는 지난해 1월 광주시 S아파트가 소송에서 전체도장을 인정한 반면 같은해 12월 경기 수원시 Y아파트가 소송에서는 전체도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 하자 소송 결과 불복 높아
이처럼 같은 재판부에서도 하자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오면서 하자 소송에 대한 불복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심 하자 판결선고 총 145건 중 110건이 항소나 상고 등 항고해 항고율 7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 아파트 하자 소송 항고율 67.1%보다 8.8%가 증가한 수치다.
대표회의가 패소한 사건의 항고율은 95.2%로 매우 높았다.
법원별로는 서울북부지법,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대전고법 등이 항고율 100%를 기록했다. 이어 △수원지법 성남지원 87.5% △서울중앙지법 69% △서울남부지법 64% △서울고법 50% 등의 순이었다.
또한 하자 판결선고결과가 좋지 않은 법원을 중심으로 소송 신청을 기피하는 경향이 실제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지난해 입대의 패소율 79.2%를 기록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대한주택공사와 3개 보증사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 소송을 조사한 결과 2006년 25건에서 지난해 12건으로 급감했다.
특히 아파트 대표회의가 무더기 패소 판결을 받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해 10월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에는 하자 소송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또 지난해 대표회의가 제기한 하자 소송 5건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도 지난 2005년에는 하자 소송이 34건 제기됐지만 2006년 2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한 건도 없었다.
하자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어느 법원에 하자 소송을 제기했는지 여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 성향에 따라 소장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헌재 결정만이 근본 해결
이와 같이 법원마다 아파트 하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 관리업무에 혼란을 겪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기도 안양시 S아파트 관리소장은 “현재 10년차 하자종결을 하지 않았는데 법원마다 5·10년차 하자에 대한 판단 등이 엇갈려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라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타단지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경기도 수원시 S아파트 관리소장도 “법원마다 하자 판단 기준이 달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어 관리업무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gk법률사무소 박홍규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같은 재판부에서도 다른 결론을 내놓으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판결결과를 불신하게 된다.”며 “헌재의 조속한 결정과 함께 법원에서도 일관된 판단기준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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