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유휴공간에 ‘입주민 사랑방’ 만들었어요”

최근 아파트의 삭막한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단지 내 자투리 공간을 입주민 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무관심과 체계적이지 못한 관리로 이러한 공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내 아파트가 함께 협의회를 만들어 단지 내 문화공간을 지역 전체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울산 북구 아파트 문화공간협의회’의 활동은 아파트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문화공간협의회는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쌍용아진1차아파트, 벽산아파트, 문화청솔아파트 등 11개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여 지난 2001년 11월 출범한 단체다.
문화공간협의회는 입주민들이 행정지원을 받아 단지 내 자투리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으며, 주요 사업으로는 문고 및 어린이 공부방 운영, 각종 문화강좌 운영, 문화행사 기획 등이 있다.
이에 문화공간협의회 정미숙 회장에게 아파트 문화공간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

■ 아파트 문화공간이란?
아파트 단지 내 작은 공간을 이용해 마을도서관 및 주민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아파트 공동체 공간으로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작은도서관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교실을 운영해 어머니들이 직접 어린이들에게 글쓰기, 한자, 미술, 동화구연 등의 교육을 실시하고, 어린이날 행사, 생태문화기행, 사생대회 등도 운영하고 있다.

■ 문화공간협의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아파트 문화공간은 구의 초기 시설비 지원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하므로 입주민 스스로 신규도서를 구입하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지난 2000년 북구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쌍용아진1차아파트 문화공간의 경우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서 어느 정도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하자 주위의 많은 아파트들이 준비 없이 급작스럽게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공간이 운영상 어려움에 직면해 문을 닫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아파트 문화공간 대표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고,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문화공간협의회가 탄생했다.
현재는 협의회를 통해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눠 어느 정도 안정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 처음 단지 내 문화공간 조성시 문제는?
아파트에 도서관 및 사랑방 등의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힘들었다. 아파트 공간의 특성상 이웃과의 소통이 단절돼 있었고, 귀찮은 일이나 시끄러운 일들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지금은 문화공간을 통해서 이웃간 서로 친숙하게 되고 어린이들도 매우 즐거워 해 입주민들도 소중한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 문화공간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활동은?
처음에는 봉사자 어머니들이 아는 것이 없어 막막했으나 우선 어린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그림책 고르는 방법 등을 ‘동화 읽는 어른들 모임’을 통해 1년간 공부하고, 슬라이드를 통한 동화구연을 실시하며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미술 전시회, 천연 염색, 요리하기, 생태체험 등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종이접기, 천연비누, 화장품 만들기, 요리교실, 연극교실 등 어린이 수업도 꾸준히 진행해 어린이들이 아무 때나 찾아와도 항상 문화공간에서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입주민들의 참여를 더욱 높이기 위해 아파트 행사가 있으면 문화공간에서 떡볶이와 순대 등 먹거리 장터를 열고, 책 전시와 함께 커피와 음료를 팔아 도서 구입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 문화공간 운영시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처음 개설시 5백만원의 지원금 외 운영자금은 자체 충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봉사자들도 점차 줄어 걱정이다.
일단 자금문제는 각종 프로그램의 강사료와 대표회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공간이 아파트의 사랑방 역할을 해 누구나 편히 쉬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봉사자들도 늘어날텐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아파트 문화공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버팀목을 만들어 주고, 도우미(입주민) 강좌를 통해서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할 예정이다.
어린이는 물론 입주민 누구나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는 사랑방이 되도록 만들겠다.
‘남을 위해서’라는 생각보다 ‘내가 좋아서’라는 생각으로 문화공간 운영을 즐긴다면 아파트 공동체 문화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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