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관리 투명성·공동체 활성화 이끈다

▲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 13단지 김이현 관리소장이 아파트 인터넷 카페에서 입주민의 민원을 살펴보고 있다.

아파트 홈페이지·카페 등 통한 관리주체·입주민간 의사소통 ‘활발’
인터넷 문화 성숙·효율적 관리운영 등이 커뮤니티 활성화 ‘키워드’

최근 아파트 입주민이나 관리주체가 인터넷 커뮤니티(홈페이지, 포털 사이트 내 카페 등)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관리주체가 관리현황을 인터넷 홈페이지(이하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입주자 등에게 개별 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정부는 모든 공동주택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를 통해 입주민들이 수시로 관리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러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지사항과 관리비 내역 등을 올리고 있으며, 입주를 앞둔 입주민들은 아파트 분양과 함께 결성된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사전 현장점검을 하는 등 적극적인 권리행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벼룩시장, 봉사활동, 동호회 활동 등의 행사는 자연스럽고 활발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입주민들이 많아 정작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입주민은 한정되어 있는 점과 커뮤니티 공간에 관리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투명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홈페이지를 통해 효율적인 관리를 실현하고 있는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홈페이지 통한 관리업무 활성화
최근 아파트 홈페이지 등이 여론 수렴의 장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홈페이지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주체가 입주민들에게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단지 내 방송이나 게시판을 통해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아파트 관리를 위한 홈페이지 공간에서는 공지사항, 입주자대표회의 회의결과, 관리비 부과내역을 확인하고, 건의 및 민원제기 등도 할 수 있어 관리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세대는 관리사무소의 공지사항 등을 놓치기 쉽지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관리와 관련된 사항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 시흥은행4차푸르지오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살기좋은 아파트 시흥은행4차푸르지오’라는 홈페이지(www.prugio4.com)에 단지 내 공지사항과 대표회의 결과 등을 빠짐없이 올리고 있어 입주민들이 언제나 편하게 단지의 주요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또 관리사무소는 공사나 보수작업의 전·후 사진을 빠짐없이 게시해 입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단지 내 CCTV 설치공사 때는 각 동에 설치한 카메라가 실제로 단지의 어느 위치를 촬영하는지 홈페이지에 올려 입주민들이 직접 확인하도록 한 다음 의견을 반영해 CCTV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홈페이지를 이용한 관리가 활성화 돼 있다.
경기 오산시 운암대동아파트는 포털사이트에 ‘오산 운암대동아파트’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osdaedong)를 개설하고 아파트 입주민간 갈등을 겪으며 단지 일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입주민들을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으로 결집시킬 수 있었다.
아파트의 모든 사업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정보를 공개함은 물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주민 화합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 입주자 모임도 증가 추세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홈페이지 등은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제3의 공간으로 입주자들은 이 공간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거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분양과 동시에 입주자 모임이나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울산시 중구 남외푸르지오아파트 입주민들은 아파트 분양과 함께 포털사이트에 ‘울산 남외푸르지오’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prugio)를 개설하고 입주 전부터 ‘미래의 이웃알기’, ‘사랑의 수박 나누기’, ‘입주예정자 대축제’, ‘함께하는 사전점검’ 등을 통해 이웃간 화합을 도모했다.
총 892세대가 입주해 있는 이 아파트의 인터넷 카페 회원수는 2284명(2007년 5월 현재 기준)에 이르며, 하루에도 평균 2~3개의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등 매우 활성화돼 있다.
특히 ‘입주예정자 대축제’에서는 이웃간 정나누기 행사와 더불어 A4용지 8장 분량의 아파트 사전점검 안내문을 통한 사전점검 요령을 배우고, 자신이 살게 될 아파트를 미리 점검했다. 이후 정기모임 때 지적된 문제점을 시공사측에 전달해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입주 전부터 모임을 결성해 활동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입주 전에는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며, 이렇게 형성된 친목이 입주 후에도 이어져 다양한 공동체 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까지 펼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 인터넷 커뮤니티 활성화 방안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문제점과 한계도 있다.
홈페이지 등 인터넷 커뮤니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입주민이 홈페이지에 가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활성화된 홈페이지나 카페라고 하더라도 가입자가 전체 입주자의 50%를 넘는 곳이 드물며, 가입자 수가 많다고 해도 활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동체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극소수를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홈페이지를 개설하지 않은 단지의 관리주체는 이러한 이유를 들며 홈페이지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송파구 풍납동 H아파트의 한 관리직원은 “개정된 주택법에서 단지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관리현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지만 입주민들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만큼 형식적인 정책이 되고 말 것”이라며 “관리직원들 입장에서는 홈페이지 관리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라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흥은행4차푸르지오아파트 심영설 대표회장은 “홈페이지에 가입한 입주민이 한명만 있어도 입주민간 이야기를 나누며 공지사항이 짧은 시간에 단지 전체로 퍼지는 등 분명히 이점이 있다.”며 “홈페이지에 가입한 입주민의 수가 가입하지 않은 입주민의 수보다 적지만 이 수치가 홈페이지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온라인상의 익명성이라는 특징도 홈페이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고 있다.
‘아름다운 철산주공13단지’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chelsan13apt)를 관리하고 있는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13단지 김이현 관리소장은 “단지 내 방송 등 기존에 알리던 공지사항에 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지를 하는 것은 서식이 더 추가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다.”며 “하지만 맞벌이 세대가 많은 요즘 추세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관리는 필수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관리업무도 정보화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소장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듯이 입주민들이 장난스럽게 쓴 글이나 익명으로 던진 말들이 관리주체나 이웃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자의 의식수준 향상과 더불어 홈페이지 등의 올바른 관리도 필요하다.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커뮤니티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리가 쉽지만 웹호스팅 업체 등을 통해 만든 홈페이지의 경우 전문 관리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제와 해킹으로 인해 관리비 내역 및 입주민의 신상정보가 공개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 관리소장은 “정부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점만 생각하고 이러한 이면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지원 등도 고려해 현실적인 정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페이지 제작 업체를 통해 개설한 아파트 홈페이지의 경우 업체에 철저한 관리를 요청할 수 있고, 관리소의 경우 커뮤니티 관리로 인해 단지 관리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표회의 임원들이나 입주자들과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노인 세대 등 컴퓨터를 이용하기 힘든 입주민들을 위해 단지 내 정보센터를 만드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광주 서구 상무우미아트빌은 지난 2004년 단지 내에 마을주민의 정보화교육과 문화편의 시설 공간인 ‘정보화마을 정보센터’를 신축하고 입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입주민들이 쉽고 편하게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화 교육을 하고 있으며, 홈페이지(woomi.invil.org)를 통해 단지 안팎의 정보와 아파트 관리 사항 전달은 물론 문화·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미장터 코너 중 농수산물 장터의 경우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나물과 계절과일 등을 한눈에 비교·구입할 수 있어 인기다.
이처럼 정보화센터 등을 단지 내에 조성하고 입주민에게 정보화 교육을 제공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성화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시설 설치에 따른 비용부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근 단지 내 유휴공간을 헬스장이나 카페테리아 등 편의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고려해 볼만하다.
건설업계도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확충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에 홈페이지를 개설해주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무료로 아파트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웹호스팅 업체도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쉽게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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