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사업, 올 들어 주춤…입주민·ESCO업계 인식 전환 필요

아파트 의사결정과정서 입주민간 마찰·업계 과당경쟁 등 문제로 지적
정부, 연구용역 통해 ‘ESCO사업 중장기 발전방안’등 대책 수립 나서

지난 2002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던 아파트 열병합발전 도입사업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소형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준공한 아파트는 모두 11개 단지. 그러나 이들 아파트 사업은 지난해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이용한 실적이다.
지난 2005년을 마지막으로 아파트 열병합발전 시공사업을 중단한 ESCO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지원신청 현황에는 아파트 소형 열병합발전 도입사업이 단 한 건도 없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였던 아파트 열병합발전 도입사업이 이처럼 주춤한 이유는 무엇인지, 활성화 대책은 없는지 진단해봤다.

◈ 아파트 열병합사업 주춤
지난 98년 국내 처음으로 시작된 소형 열병합발전 도입사업(서울 잠실 롯데월드)은 2002년부터 아파트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충남 계룡대아파트와 대전 신동아아파트를 시작으로 2002∼2003년에는 15건의 사업이 추진됐으며 2004년 25건, 2005년 38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준공한 아파트는 모두 17개 단지. 지난해 하반기에 사업을 시작해 올해 준공식을 가진 아파트를 포함해도 28개 단지에 그친다. 강원지역과 울산지역 등 그동안 사업건수가 없었던 지역에서의 열병합 도입은 상당한 성과로 꼽히지만, 대폭 증가하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건수 자체가 줄었다.
특히 올해 들어 아파트 열병합발전 사업을 위한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지원신청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자칫 아파트 ESCO사업이 위축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아파트 의사결정구조 문제
지난 2002년부터 아파트 열병합 부문의 상당한 시공실적을 거둔 바 있는 A사는 최근 아파트 열병합발전사업을 더 이상 수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사 관계자는 “아파트 열병합사업의 경제성과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사업에 동반되는 여러 문제로 기업이미지가 타격을 입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파트 열병합 시공을 활발하게 해 왔던 B사도 최근 아파트 열병합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B사 관계자는 “사업은 이어가되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아파트 열병합 부문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체측은 아파트 내 의사결정구조, 입주민간 분쟁 등의 문제로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다른 열병합 시공사인 C사 관계자는 “입주민 동의와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사가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입주민들의 반대와 대표회장 자격 문제 등이 복합돼 업체가 입주민간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사업이 중도에 백지화되면 기업이 입는 손해는 상상 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사)에너지절약전문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며 각종 송사에 휘말린 업체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입주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파트 대표회의의 독단에 가까운 사업 추진으로 좋지 않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업자들의 과당경쟁도 원인
아파트 입주민들은 정부의 확고한 방침과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열병합발전 도입사업이 주춤한 것은 사업자들의 난립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열병합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서울지역 모 아파트 입주민은 “아파트에서 열병합발전 도입사업 추진계획이 알려지자 여러 업체에서 대표회의 임원은 물론 부녀회 임원, 통·반장단까지 접촉, 도저히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근래 부쩍 늘어난 열병합 시공사들이 입주민들을 이간질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원지역 모 아파트 입주민은 “업체간 에너지 절감량 산출방식이 다른 점도 큰 문제”라며 “어느 업체의 설비가 더 경제성이 있는가를 두고 입주민들이 옥신각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담당자는 “아파트는 법령과 규약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데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대표회의를 제외하고 관리주체와 접촉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부녀회원들을 선동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공단 담당자는 또 “업체간 절감량 산출방법의 상이에 따른 혼란은 산업자원부가 제정한 표준안을 따르면 해결될 것”이라며 “올해부터 표준안을 반드시 준수해야 정부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므로 앞으로 이같은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업자-입주민 인식 개선 필요
업체 관계자들은 아파트 열병합 도입이 주춤한 것은 사업을 할만한 아파트는 대부분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당초 정부의 전망과는 상충된다. 정부는 지난 2002년 연구용역을 통해 노후 아파트, 대규모 아파트일수록 경제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북지역의 한 입주민은 “서울·경기·대전을 제외하면 소형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아는 대표회의·입주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노후화가 진행돼 난방설비의 교체가 시급한 아파트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많으므로 남부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홍보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병합발전을 도입한 서울의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열병합사업이 주춤해진 것은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을 실시하던 관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본다.”며 “대표회의가 가격 덤핑이나 부대조건 등을 보고 특정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의 사후관리 등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계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에너지절약전문기업협회 고근환 사무국장은 “일부 업체가 손을 떼는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사업자들이 바라보는 아파트 열병합발전의 시장 잠재력은 매우 크기 때문에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일부 사업자-아파트간 뒷거래와 로비 등을 원천 봉쇄하는 정부 표준안이 자리잡고 입주민, 사업자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정부가 ‘ESCO사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수립 중에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ESCO사업 관련 전문가 회의를 개최, 전주대 산학협력단 등이 실시하고 있는 ‘ESCO사업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의 중간점검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민간부문 에너지 절약 확산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자금 외에도 다양한 지원방안 및 활성화 대책을 시행해 수요를 창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의지는 아파트 ESCO사업의 활성화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ESCO사업 전체 실적의 상당부분이 아파트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ESCO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정부가 앞으로 어떠한 정책을 통해 아파트 ESCO사업과 관련해 산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지 입주민과 관련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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