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 이웃사랑 실천으로 ‘공동체 문화’ 한층 성숙

▲ 경기 광명하안13단지 어머니회는 최근 '사랑의 반찬 나누기' 행사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바자회·김장담그기 등 통해 사랑 전파…부녀회 등 활동 돋보여
‘에너지(-) 사랑(+)’운동, 도·농간 교류 등 단지마다 사례 다양

일부 아파트의 입주민간 분쟁·다툼, 집값담합 등의 사례로 아파트 문화가 ‘집단이기주의’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지만, 아파트 문화를 단순히 ‘이기주의’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평소 이웃과 기쁨, 슬픔을 함께 하며 서로 돕는 ‘두레문화’가 아파트 내에서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움에 닥친 주변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온정과 정성을 모아 격려하는 모습은 전국 어느 아파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따라서 아파트 문화를 이기주의, 개인주의로 평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일부 입주민, 일부 아파트 사례로 속단한 결과일 수도 있다.

▣ 아파트 입주민 온정 잇따라
영구임대아파트인 경기 광명하안13단지는 최근 ‘따뜻한 이웃, 사랑의 반찬나누기’ 행사를 통해 단지 내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했다.
이 행사는 관리소가 각 동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120세대를 선정해 어머니회원들이 정성껏 조리한 음식을 선물하는 행사였다. 이 아파트는 관리동 지하에서 직접 만든 불고기와 멸치볶음, 전 등을 떡과 함께 상자에 담아 이들 세대에 전달했다.
이 아파트의 사례는 넉넉한 살림살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을 위해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사랑을 실천한 것으로 그 의미가 컸다.
탈북 후 남한의 임대아파트에 정착한 ‘새터민’들도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로 만 2년째를 맞이하는 새터민들의 모임 ‘둥지’는 그동안 서울 종로 황학동시장에서 버려지는 물품을 수거·재활용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웃 세대의 병원 치료비와 독거노인·장애인 생활비,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등을 지원했다. 또한 지난 여름에는 수해로 고통받는 수재민들에게 라면과 식기, 의류 등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피해지역을 직접 찾아 수해복구를 돕기도 했다.
서울 등촌아이파크아파트는 지난 가을 음악회를 열어 심장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돕는 등 온정을 펼쳤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들의 갈채 속에 색소폰 악단, 바이올리니스트, 초청가수 등의 아름다운 공연을 마련했으며, 음악회를 통해 거둔 수익금 전액을 심장병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의 부모에게 전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경기 의정부 그랜드아파트는 지난해 재활용품 판매수익으로 적십자 회비를 일괄 납부해 재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적십자 운동에 힘을 보탰다.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적십자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아파트의 적십자 회비 납부의 사례로 향후 적십자 운동이 탄력을 받게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적십자 회비 일괄 납부를 제안한 이 아파트 입주민 손기완 씨는 “전국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조금씩 힘을 합치면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십자 운동 등 봉사활동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입주민들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단지 내 이웃이나 경비직원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고 있다.
경기 산본11단지주공아파트 입주민들은 재생불량성 빈혈로 2주에 한번 혈액제재를 수혈해야 하는 딱한 사정에 처한 중국동포 입주민을 위해 약 1년간 수혈을 받을 수 있는 헌혈증서 200매를 모아 전달했으며, 용인 동아솔레시티아파트 입주민들은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경비원을 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서울 강동 암사한솔아파트 입주민들은 교통사고로 뇌와 두 다리를 크게 다친 경비원을 위해 성금을 모아 전달했으며, 인창현대홈타운 입주민들도 근무중 뇌출혈로 긴급후송된 경비원에게 병원비를 지원하고 건강 회복을 기원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주변 어려운 이웃에 대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심과 사랑 실천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돌보고 격려하는 입주민들도 적지 않아 훈훈한 정을 더하고 있다.

▣ 부녀회의 관심과 사랑 돋보여
이처럼 아파트 내 이웃사랑 실천이 활발할 수 있는 데에는 부녀회 등 자생단체의 힘이 크다. 바자회 등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주변 이웃을 돕고, 정성껏 담근 김장김치를 선사하고 있는 부녀회가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 한강현대아파트 부녀회는 최근 단지 내 회의실에서 이웃사랑 실천을 위한 바자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물론 인근 입주민까지 초청해 행사를 개최했다. 그 결과 부녀회는 적잖은 수익을 거둬 주변 이웃을 도왔으며, 인근 군부대를 위로하기도 했다.
울산시 북구 대동1·2차아파트 부녀회와 아남아파트 부녀회, 쌍용아진1차 ‘열린문화공간’ 등은 최근 동사무소에서 ‘한부모가정 돕기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부녀회원 등은 정성이 담긴 김장김치는 물론 벼룩시장 수익금까지 보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정을 지원했다.
경기 산본주공11단지 부녀회원들도 최근 ‘김장 담가주기 행사’를 통해 인근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도왔다. 인근 대형 마트와 지자체 등의 협조를 얻어 매년 실시되는 이 행사로 주변 독거노인 등은 부녀회원들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김장김치를 맛보며 위로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 수원 현대2차아파트 부녀회는 최근 대표회의의 협조로 재활용품 수거와 바자회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쌀을 구입해 동사무소에 전달했다. 동사무소에 전달된 쌀은 이 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골고루 전달됐다.
서울 강북 해모로아파트 부녀회는 최근 ‘만원의 행복 만들기 운동’을 통해 입주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동사무소에 수백만원 어치의 라면을 기증, 인근 장애인 등을 돕기도 했다.
매년 아파트연합회, 관리소장협의회와 함께 ‘따뜻한 손잡고 포근한 겨울나기를 위한 사랑 전달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서울 동작구 부녀회연합회 도인채 회장은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공동체 문화 조성이라는 부녀회의 목표와 일맥상통한다.”며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격언처럼 전국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전국 4700여 단지 에너지 절약 동참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해 추진한 ‘에너지(-), 사랑(+)’ 캠페인도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웃사랑 실천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이 캠페인은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7∼8월 전기사용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5% 이상 절약된 경우 아파트에 적립금을 부여해 해당 아파트명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로, 지난해 전국 4763개 아파트 3백7만6000세대가 참여해 큰 성과를 거뒀다.
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캠페인으로 약 2억원이 적립돼 전국의 소년·소녀 가장 297명과 장애인 복지시설 51개소의 이웃들이 입주민들의 온정을 느꼈다. 또한 이 캠페인에 참여한 입주민들은 전기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불우한 이웃을 도와 큰 보람을 느끼게 됐다.
공단 관계자는 “전국 아파트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모은 에너지 절감액을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는 경험을 통해 에너지절약 실천의 중요성을 인식함은 물론 주변 이웃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행사를 주최한 공단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명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웃사랑은 최근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등 대도시 아파트 상당수가 수년 전부터 농어촌과 자매결연을 통해 농어민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
아파트와 농어촌간 자매결연은 입주민들에게는 직거래 방식으로 양질의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을, 농어민들은 가격하락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 자매결연은 또 도·농간 교류촉진의 수단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경실련 주거공동체특별위원회 은난순 정책위원은 “아파트에서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기보다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는 계승돼 오고 있다.”며 “이웃사랑 실천을 통해 조성된 공동체 문화는 자연스레 아파트 관리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이어질 수 있어 의미가 더욱 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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