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원속에 아파트 담장 허물기 사업 활발

최근 여러 아파트들이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등 아파트가 열린공간, 녹색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담장 허물기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도로변 아파트의 노후한 담장을 철거하고 가로변 녹지를 조성해 녹지율을 높이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아파트 담장 허물기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73.7%(737명)로 조사돼 녹지확충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말 구로구 현대연예인아파트와 신도림 우성1·2차아파트를 ‘아파트 담장 허물기’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지난 5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시의 자치구들 역시 주거여건의 개선을 위한 녹지공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와 노원구는 서울시의 정책적 사업이기도 한 ‘아파트 담장 허물기’를 통해 개방감 있는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주거공간의 쾌적화와 이웃간 녹지를 나누는 것에서 나아가 도시공간까지 재구성하는 아파트 담장 허물기 사업의 성과와 향후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본다.

♣ 담장 허물어 ‘열린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거공간에서 담장은 싸리담, 돌담 등 낮은 담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전통적인 담장은 담 위의 담쟁이와 담 아래의 화단 등으로 주변환경을 아름답게 해주는 기능을 했다.
그러나 주거공간 변화에 따라 담장 설치시 콘크리트나 철재를 사용하면서 담은 점점 단단해지고 높아져 붕괴시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요소가 됐다.
이처럼 사생활 보호와 공간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담이 이제는 이웃간의 단절과 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구지역에서 단절과 분쟁의 단초가 되고 있는 담장을 허물고 공동체 문화를 싹틔우자는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1996년 대구의 한 시민운동가의 발상으로 시작된 담장 허물기는 당시 서구청의 조경시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담을 모두 없앤 것이 최초였으며, 이후 지난 1999년부터 대구시민과 사회단체가 참여해 민관이 하나된 시민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확대됐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아파트, 주택, 관공서 등 358여곳 17km의 담장을 헐고, 콘크리트 담이 있던 공간에 7만8000여평의 녹지공간을 만들었다.
담장 허물기는 도시의 공원 및 녹지면적을 확대 추진함에 있어 적용하기 수월한 기법으로 활용 정도가 떨어지거나 잃어버린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또 공간영역 표시나 경계 대신 열린 공간으로 개방해 이웃간의 화합과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밖에도 서울 등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도시의 경우 담장을 허문 자리를 주차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좁은 공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구의 사례를 보고 서울, 광주, 부산, 인천 등도 이 사업을 시작하는 등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담장 허물기 운동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구로구 현대연예인아파트와 신도림 우성1·2차아파트를 시작으로 매년 30~50개 아파트 단지의 담장 허물기를 추진해 도심의 녹지공간을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문의: 02-3707-9658) 관계자에 따르면 “담장 허물기 사업을 신청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현장실사 등을 통해 사업 기준을 확보한 아파트에는 내년까지 100% 지원을 해주고, 이에 따른 녹지 공간도 조성할 예정”이라며 “마포구, 서초구, 성북구 등 각 구별로 공동주택 지원조례에 담장 허물기 사업 지원을 제시한 경우에도 지원 받을 수 있으므로 참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업 추진시 문제점과 해결방안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입주민들만의 정원이나 공간을 외부인에게도 개방해 열린공간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아파트 담장 허물기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소유지를 개방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감과 범죄 우려,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담장 허물기를 반대하는 입주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담장을 허문 구로구 현대연예인아파트의 이은산 입주자대표회장은 “담장 허물기 사업을 처음 시도했을 때 사생활 침해, 보안상의 문제를 들며 반대하던 입주민들이 있어서 각 세대를 직접 돌며 사업의 필요성과 장점을 설명해야 했다.”며 “담장을 허물고 나니 우려하던 문제도 생기지 않고, 주변 단지 입주민과 함께 녹지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자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고 자랑했다.
앞서 서울시 노원구로부터 50%의 지원을 받아 담장을 허문 마들대림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길가에 위치한 세대는 소음이나 범죄 문제 등이 걱정됐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담장이 없어지면서 사방을 감시할 수 있어 청소년 탈선 등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담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집과 거리가 보이기 때문에 저절로 감시가 되어 오히려 범죄가 줄어든다는 의견이다.
아파트에서 담을 허물기까지의 과정은 입주민의 의견 수렴부터 설득까지 보통 6개월 이상 소요된다.
담을 허물자는 의견에 모든 입주민이 동의하기 힘든 만큼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직접 나서 사업설명회나 주민토론회를 개최하고, 사업을 통한 효과를 설명해야 한다.
현실적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가로공원형 공간, 화단형 공간, 차폐담장형 공간 등 개방형 울타리의 개념을 도입해 융통성 있게 변형된 모습으로 담장을 개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경기녹지재단(문의: 031-250-2736)의 지원으로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한 경기도 하남시 부영아파트의 경우처럼 조경석을 계단식으로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아파트의 한 동대표는 “어차피 담장이 있어도 항상 열려있는 정문이나 출입문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답답한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더 낫다.”며 “타 단지들도 계단식 조경석을 쌓아 최소한의 경계를 두는 방법을 고려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입지여건·환경 등도 분석해야
아무런 계획 없이 담장을 허물고 수목을 식재한다고 해서 녹지공간과 열린공간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담장 허물기를 결정한 경우에는 우선 아파트의 입지여건과 자연·인문환경, 이용자 등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시설의 종류와 배치계획을 세우고 입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현대연예인아파트의 경우 확충될 녹지공간을 ‘영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영화와 시’를 절충한 공간 중 어떠한 테마로 꾸밀 것인지에 대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입주민들은 ‘영화’를 주제로 한 테마를 선택하여 필름식 문양의 바닥포장 위에 각각의 영화포스터 이미지와 타일을 부착해 포장하고, 기존 휴게공간은 ‘영화의 쉼터’로 새롭게 조성했다.
시설물 설치에 있어서도 공간을 고려해 공간이 협소할 때는 간단한 시설물을 적게 설치해야 하며 기존 수목과의 조화를 고려한 수목을 식재하는 것도 중요하다.

♣ 조경시설의 유지관리 중요
담장을 허물고 새롭게 녹지공간이 확보되면 무엇보다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조경수목은 도심 내의 환경보전기능, 방재기능 등과 함께 푸르름으로 인한 심리적 효과까지 매우 중요한 기능이 있으므로 초기의 식재계획을 살릴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수목의 생리특성 및 제반특성을 감안하여 연간 관리일정을 수립하고 작업항목별 작업 적기를 선정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새롭게 만들어진 시설의 보전을 위해 이용객의 계도를 통한 보호방안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열린 공간인 만큼 외부인의 이용이 쉬우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호우, 폭설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예방해야 한다.
시설물이 손상됐을 경우에는 바로 파악해 전면적인 교체 또는 개조를 실시해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입주민들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는 환경·위생 관리일 것이다. 도로와 단지 간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폐기물,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의 홍보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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