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놀이터 관리기준 제시 등 안전대책 마련해야

▲ 한 아파트 놀이기구에 설치된 목재 사다리(왼쪽)와 시설물이 파손돼 있어 어린이들의 사고가 우려된다.
최근 아파트 어린이놀이터에서 놀이시설을 이용하던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달 초 정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놀이터 안전성 확보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놀이터 사고와 관리 실태를 알아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 봤다.

◈ 아파트 놀이터서 사고 잇따라
지난달 24일 경북 영주시 H아파트 어린이놀이터에서 놀던 조모 양이 그네에서 떨어져 숨졌다. 숨진 조양이 놀던 어린이놀이터 바닥은 우레탄으로 조성돼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그네의 위치도 다른 놀이기구와 가까워 위치 변경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부산시 남구 J아파트 어린이놀이터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그네 지지대 2개와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그네를 타고 놀던 초등학교 김모 양이 깔려 숨지고 이모 양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4월 서울 성동구 A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 양은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오른쪽 팔이 부러졌고, 2000년 5월 서울 강남구 C아파트에서는 김모 군이 놀이터에 있던 등나무를 타고 놀다 기둥이 무너지는 바람에 기둥에 깔려 대퇴골 등을 다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에서는 상당수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사)한국생활안전연합이 지난해 서울시 내 300세대 미만 아파트의 어린이놀이터를 이용하는 어린이 1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8%가 놀이터에서 다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어린이놀이터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생한 사고는 294건이다. 이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평균 137건에 비해 115%가 증가한 수치다. 또 올 1월부터 5월까지 123건이 발생해 올해는 지난해 건수를 육박하거나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놀이터 안전관리 실태는?
이처럼 어린이놀이터에서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놀이터의 허술한 안전관리에 있다.
(사)한국생활안전연합이 지난해 서울시 내 300세대 미만의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1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아파트의 82.9%가 놀이터 바닥두께가 부적절한 것으로 조사됐다(그림 2). 바닥두께는 최소 30cm 이상이어야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해 추락시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의 72.7%가 놀이기구 표면이 녹 슬거나 깨진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의 62.7%가 놀이기구의 일부가 부서지거나 없어지는 등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경남 양산시가 지난해 말 관내 아파트 등 어린이놀이터 184곳을 대상으로 놀이기구의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에서도 75곳이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북정동 D아파트 어린이놀이터는 시설물이 파손됐는데도 전혀 수리하지 않아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 인천YMCA가 관내 아파트 등 15곳의 어린이놀이터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설치 및 관리부실로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관내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180곳을 대상으로 모래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30.5%인 55개 단지에서 알레르기성 육아종과 빈혈을 유발할 수 있는 개 회충알이검출되는 등 아파트 놀이터 관리가 부실한 실정이다.

◈ 법령·제도 보완 필요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법령이나 제도를 정비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여러 법령에 분산돼 있는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근거법령과 안전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대 법학과 이종영 교수는 최근 개최된 ‘어린이놀이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1차 국제심포지엄’에서 “어린이놀이터의 설치와 안전관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하나의 통합법에서 규율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어린이 놀이시설의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가칭)’ 등으로 단일화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월 시행된 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주체는 어린이놀이터를 매분기 1회 이상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연 2회 이상 위생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전점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나 지침이 없어 이에 대한 보안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놀이터 개보수와 교체 주기,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및 사고피해자의 보상유무에 대한 법적인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

◈ 놀이터 안전의식 개선 ‘시급’
놀이터 안전의식의 부족도 큰 문제다. 아파트 관리주체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어린이놀이터를 대상으로 한 점검을 소홀히 한다거나 점검을 하더라도 형식적인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또 일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놀이터 보수를 미루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한국생활안전연합 정윤경 연구팀장은 “어린이놀이터는 이용대상이 특정인으로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다른 시설물에 비해 보수와 관리가 소홀한 실정”이라며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관리주체와 동대표들이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관리주체와 동대표는 사고예방을 위해 놀이터에 대한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리업체, 지자체, 관련 협회 등은 교육시 놀이터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관리주체는 놀이터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결함 발생시 대표회의에 보수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대표회의도 결함을 방치하지 말고 즉시 보수해야 한다.
또 지자체의 ‘아파트 관리 지원금 제도’를 활용해 아파트 예산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놀이기구의 안전성 확보해야
어린이놀이터 설계 및 놀이기구 설치상의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시공사가 놀이터 안전을 고려해 놀이터를 설계할 수 있는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 또 안전한 놀이기구 설치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 기술표준원이 지난 2004년 12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제정해 안전검사 대상 공산품에 ‘어린이놀이기구’를 추가해 안전검사를 받은 해당 제품만을 놀이터에 설치 및 교체토록 했다. 하지만 이 법령의 개정 이전에 설치된 놀이터 시설물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이수재 팀장은 “어린이놀이기구로 전용자재가 아닌 일반 건축용 자재를 사용한 결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놀이기구 안전점검 의무화 법령 시행 전의 놀이터 시설물의 교체 및 보수를 위해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놀이터 사고 관련 주요 판결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시설의 위험을 방치해 어린이가 다쳤다면 관리주체에도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인천시 연수구 H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다친 황모 양과 가족들이 관리업체 H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H사는 손해액의 30%의 책임이 있으므로 원고 H양 등 가족들에게 모두 7천3백85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업체는 위험을 예측하고 대표회의에 이를 시정토록 건의하거나 그 위험을 방지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서울고법은 2003년 서울시 강남구 C아파트 놀이터에 있던 등나무를 타고 놀다가 벽돌 기둥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 김모 군의 가족들이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에게 3천2백만원을 지급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부산고법은 지난해 부산시 H아파트 대표회의가 “피고의 관리업무 소홀로 인해 놀이터 및 휴게소의 시설물이 대부분 부식돼 입주 5년만에 6천60만원이 소요되는 공사를 실시해 손해를 입었다.”며 관리업체인 J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는 내부의 사정 등으로 인해 보수공사를 지연시킨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외국은 놀이터 어떻게 관리하나?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법전에 놀이터 안전규정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 규정에는 놀이터와 시설에 대한 정의와 관리자·놀이터 안전검사자를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놀이터 운영자는 안전검사자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 검사에 근거해 놀이터 개·보수 및 교체를 한다.
또 놀이터에 대한 설치 및 보수는 미 소비자안전위원회의 놀이터 안전 핸드북의 조항과 미국시험재료학회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영국은 정부가 놀이터에 대한 실질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지자체에서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놀이터 안전의 비결은 효과적인 정밀검사제도를 꼽을 수 있다. 놀이터의 사용레벨에 따라 매일 또는 매월 등 정기적으로 기본적인 현지 안전감독을 하고, 놀이기구에 대한 심도 있는 공학적 조사를 분기별로 실시토록 했다. 이 공학적 조사는 정부당국과 놀이시설물 제조업체와 관계가 없는 독립되고 적절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실시한다.

◐ 놀이터 관련 정부 대책은?
현재 놀이터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산자부는 현재 ‘어린이놀이시설 통합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중이며 연내 보급할 예정이다.
이 매뉴얼은 제조관리, 설치관리, 유지관리 등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유지관리의 경우 ▲놀이기구별 안전수칙 ▲안전점검 방법(년, 분기별 일상점검 등) ▲안전사고 발생시 조치방법 등을 담을 계획이다.
건교부, 보건복지부, 산자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는 이 매뉴얼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자, 관리주체,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놀이터 안전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놀이시설 설치운영과 관련된 개별 법령을 개정하거나 단일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고려중이다.
최근 건교부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보건복지부, 산자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해 빠른 시일내에 어린이놀이터 안정성 확보와 관련해 필요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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