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권익대변 역할 수행 위한 체계적인 ‘동대표 교육’ 시급

▲ 고양시입주자대표회의협의회에서 동대표와 부녀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거비율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동주택. 이곳에 사는 입주민들이 선출하는 동대표는 입주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관리업무를 의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동대표는 관리업무에 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동대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9년에는 아파트 공사 관련 금품수수나 관리비 유용, 회계장부 조작 등 아파트 관리 관련 비리들이 드러나 경찰이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등 아파트 관리구조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체계적인 준비 없이 아파트 동대표나 관리소장, 입주민을 대상으로 아파트 비리 방지와 투명한 관리 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은 체계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채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대부분 축소된 상태이며 일부 지자체나 시민단체의 교육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파트 관리문화를 한층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동대표 대상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 단체 스스로 입주자대표회의의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동대표, 교육 필요성에 공감
군포경실련과 가톨릭대 은난순 교수가 지난 10월과 11월 경기지역의 아파트 동대표 및 입주민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대표 대상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 가운데 92.4%가 ‘매우 필요하다(53.6%)’와 ‘조금 필요하다(38.8%)’라고 답하는 등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또한 지난해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부산지역 동대표와 관리소장 100여명을 상대로 동대표 대상 교육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 81%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61%나 됐다.
이처럼 아파트 동대표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었다.
군포경실련 곽 도 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올바르게 운영돼야 집행기관인 관리사무소가 관리업무를 철저히 할 수 있다.”며 “아파트 관리분야의 비전문가인 동대표가 맡은 임무를 원활히 수행하려면 관리·운영에 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동대표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기도 고양시 D아파트 김모 대표회장은 “아파트 관련 법령이나 아파트 관리에 관한 양질의 정보를 습득하려고 해도 적당한 통로가 없다.”며 “스스로 책이나 인터넷을 보며 관리 노하우를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타 아파트 동대표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현장감 있는 교육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관리소장도 ‘동대표 교육’에 긍정적
동대표뿐만 아니라 관리소장들도 동대표 교육이 아파트 관리문화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D아파트 우모 관리소장은 “동대표들이 관리소장들을 아파트 관리를 위한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관리문화 발전을 위해 동대표와 관리소장이 동등한 관계로 인식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관리소장들은 현재 일부 아파트가 몇몇 개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적절한 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행정관청이 아파트 관리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동대표나 관리소장에 대한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도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J아파트의 최모 관리소장은 “아파트 관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동대표들이 많은 경우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관리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기보다는 외부기관 등을 통해 관리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 동대표 대상 교육 절대 부족
본지에 게재된 교육 관련 보도(지난 2000년 1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자체와 경찰서, 소방서, 입주민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동대표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고 양적으로도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6항에는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에게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과 관련해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대로 동대표 대상 교육을 실시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매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일선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공동주택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량도 많아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동대표 교육을 정례화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교육을 실시해도 대표회장을 제외한 동대표들은 시간과 관심부족으로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동대표 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000년 당시 동대표 교육의 구심점이었던 시민단체의 교육이 대부분 축소된 것도 인력 및 재정 부족, 참여율 저조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시민단체 관계자는 말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교육을 위해 아파트에 공문을 보내고 단지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도 실제 참석률은 매우 저조하다.”며 “아파트 관련 전문가도 많지 않고 교재를 만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입주민 단체도 시화, 광주, 수원 등을 제외하면 동대표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거의 없어 교육 기회가 매우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자체 교육 의무화 입법 무산
최근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이 동대표 의무교육 실시 등을 골자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입법발의 했으나 입법과정에서 삭제됐다. 삭제 이유는 지자체의 예산 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관리소장에 대한 교육만 의무화하고 동대표 대상 교육은 제외한 것은 정작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의 의결기구로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사)서울특별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총연합회 임태선 회장은 “김동철 의원의 발의안에 당초 동대표 교육 의무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많은 기대를 했으나 결국 입법화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아직 동대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연합회 등 입주민 단체들은 지자체에서 동대표 대상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다면 교육을 위탁받거나 입주민 단체가 스스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아파트연합회 송진덕 회장은 “입주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입주민 단체가 동대표의 어려운 점이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동대표 교육에 필요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획일적 교육 내용도 문제
동대표 교육의 양적 부족 문제와 함께 획일적 교육 내용이나 방법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지를 통해 보도된 동대표 교육과 지난해 군포경실련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시된 교육은 교육주체와 상관없이 아파트 관리 관련 주요 내용(하자보수, 관리비, 공동체 형성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대부분 한 두시간 정도의 일회성 교육에 그치기 때문에 교육대상자의 수준에 따른 단계별 교육은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커리큘럼 마련 등 체계적인 교육 준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 은난순 교수는 “교육 내용 선정시 교육대상자의 요구사항이나 수준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등 동대표 교육의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교육 방법도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아파트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안양시 D아파트 한모 동대표는 “교육이 대부분 두시간 가량의 지루한 강연으로 진행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례 위주로 실제 관리에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개발하면 동대표들의 참석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양명희 기자
lambyang@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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