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 안전 위해 승강기 사고 예방 철저히

“승강기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난 2002년에 발생한 승강기 사고로 지금까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L군 아버지의 말이다.
현대인의 생활에 있어서 필수 교통수단인 승강기는 고장시 사용자들에게 많은 불편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고장으로 인한 승강기 사고는 피해자를 중·경상에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최근 승강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이 개정되고, 검사기관에서는 검사기준을 강화키로 하는 등 승강기 안전관리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승강기 정기점검이나 고장수리 등을 외부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수업체의 수가 증가하면서 과당 경쟁으로 인한 보수품질의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승강기 안전관리에 대한 관리주체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아파트 승강기 사고 꾸준히 발생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집계한 공동주택 승강기 안전사고(인명피해 수반)는 지난 9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3건으로 전체 승강기 사고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승강기 안전사고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여주군 H아파트에서 승강기에 탑승하려던 박모(31) 씨가 문틈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가 1층에서 승강기에 탑승하기 위해 한쪽발을 들여놓는 순간 승강기 문이 열린 채 갑자기 카가 상승한 것이다.
이 사고로 박씨는 1층과 2층 사이 승강기와 외부벽 사이에 가슴이 끼어 119구급대가 출동했으나 결국 숨졌다.
같은해 인천시 부평구 M아파트에서는 18층을 향해 올라가던 승강기가 갑자기 7층에서 4층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강기에 타고 있던 임산부 이모 씨의 태아에 응혈 현상이 나타나고 주부 이모 씨는 목과 어깨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지난해 6월 인천 부평구의 모 아파트에서는 15세 남자 어린이가 승강장 문의 깨진 방범창 안으로 머리를 밀어넣는 순간 하강하던 카가 머리에 충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지난달 대전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4명이 승강기에 갇혀 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10여분만에 구조됐으며, 강원도 속초시 모 아파트에서도 15층으로 향하던 승강기가 2층에서 멈춰 입주민 한명이 전기마저 끊긴 승강기에 갇혔다가 10분만에 구조되는 등 승강기 갇힘사고는 전국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 유지관리 부실이 사고로 이어져
승강기 안전사고는 영세 보수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당 출혈경쟁과 함께 저가 보수료 입찰 경쟁으로 야기된 허술한 승강기 유지·보수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승강기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보수업체의 자체점검 부실”이라며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덤핑 등 저가 수수료 수주가 이뤄지면서 형식적인 유지관리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에서 고시한 규정에 따르면 20층 건물을 기준으로 승강기 대당 19만1000원의 월 보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평균 7만원 이하로 보수계약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3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질 좋은 관리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승관원 관계자는 “실제 아파트 등에서 보수업체 선정시 보수업체의 기술력이나 보수품질 보다는 보수료가 낮은 업체를 우선순위로 선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보수의 질은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적격자에 의해 자체검사가 이뤄지는가 하면 설치한지 수년이 지나도록 정기검사 및 자체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사고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보수업체가 승강기 점검을 통해 부품 교체를 요구해도 정기검사에서 지적될 경우 교체하겠다며 부품 교체를 미루는 등 보수업체와 관리주체간 신뢰 결여도 승강기 안전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승강기 안전사고의 주요원인으로 ▲형식적인 자체검사 및 고시규정 미준수 ▲보수업체 인력부족 ▲설비에 대한 사후관리 부실 ▲관리주체 계약시 동의규정 미준수 ▲승강기 제조 및 검사를 망라한 기술기준 부재 등이 꼽히고 있다.

◈ 이용자 의식 부족도 사고원인
승강기 갇힘사고 발생시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는 등 이용자들의 의식 부족도 승강기 사고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는 갇힘사고가 발생해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피해자가 구출자에 의지하지 않고 성급히 카에서 뛰어내리다 중심을 잃고 승강로 피트로 추락해 숨졌다.
또한 경남 마산시 모 아파트에서는 7세 남자 어린이가 밧줄을 목에 감고 놀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어린이는 집에 가기 위해 1층에서 승강기에 탑승, 9층으로 가던 중 밧줄의 한쪽 끝 매듭이 1층 승강장에 걸려 어린이의 목을 조른 것이다.
승관원 관계자는 “지난 97년 이후 이용자 부주의로 인한 승강기 사고로 총 8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며 “이용자의 안전수칙 미준수 혹은 어린이들의 장난으로 인한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승강기 안전 관련 법령 개정
승강기 안전사고가 꾸준히 발생하자 정부도 이에 관심을 갖고 최근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승강기 안전사고에 대한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해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난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달에는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하고 각각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승강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승강기 핵심부품에 대한 제조 단계에서부터의 강제인증제도 도입과 이용자 편의를 위한 승강기 안전기준의 강화다.
또한 관리주체는 승강기 사고 발생시 승강기 사고 현황을 당해 승강기 검사기관에 보고해야 하며, 산업자원부는 사고조사판정위원회를 구성해 승강기 사고를 조사하고 사고의 원인을 판정하도록 했다.
개정법은 또 불량 승강기의 운행을 막기 위해 검사기관이 현장에서 불합격 표지를 직접 교부, 승강기 운행을 즉시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승강기 검사기관인 승관원과 한국승강기안전센타는 지난 4월 ‘승강기 안전검사 강화 선포식’을 개최하고 검사 강화를 통해 이용자 안전을 확보할 것을 결의, 앞으로 승강기 안전사고가 감소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검사기관은 ‘승강기 안전검사’의 개념을 재정립해 200여개의 검사 부품항목 중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25개 안전부품을 선정, 이 항목에 대해선 단순 작동이나 기능 확인 차원을 넘어서 성능상태까지 엄격히 검사키로 했다.
또한 승강기 안전검사시 승강기의 유지·보수 품질조사서를 작성, 인터넷에 공개하는 한편 검사대상자에게 이를 제공키로 했다.

◈ 사고예방 위한 관리주체 노력 필요
아파트 관리주체 또한 승강기 안전관리에 관심을 갖고 철저한 승강기 유지보수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관리주체는 승강기 유지보수업체 계약서 작성시, 보다 꼼꼼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보수계약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보수품질 수준, 계약해지의 구체적 적용 조항, 보수하자에 대한 보수업체의 구체적 보상방법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황정선 책임연구원은 “계약서 작성시 보수품질수준의 경우 월고장율, 월비운행시간, 갇힘사고시 출동시간, 성능(소음, 진동 및 착상정밀도) 등을 명시해야 한다.”며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보상방법을 명시하고 계약을 위반할 경우 처리방법도 담겨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승강기 안전관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평소 일상점검을 통해 승강기 검사이력, 보수이력, 고장 및 사고이력, 부품교체이력, 자체검사 이행 시간 등의 정보를 관리하고 이들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주 7년간 승강기 사고가 한번도 없었다는 충남 천안시 H아파트 관리소장은 “승강기 카 내부에 승강기 부품교체 현황 및 안전사고 현황, 보수현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며 “이렇게 수집된 승강기 안전사고 현황과 자료를 모두 취합해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에게 통보하며, 아파트 승강기 유지보수업체 계약시에도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사고 예방을 위해 관리주체는 갇힘사고 발생시 비상연락망을 가동시키고 카내에 갇힌 승객에게 비상연락장치(인터폰 등)를 이용해 행동요령 및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야 한다.
승관원 관계자는 “승강기의 고장수리는 반드시 승강기 전문기술자에게 맡기도록 하고 승객 구출은 119구조대, 유지보수업체 및 검사기관에 연락해야 한다.”며 “이용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관리주체가 카 내에 이용자 안전수칙표지 등을 부착, 비상시 대처요령 및 이용자 안전수칙을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