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삶의 질 향상 위해 리모델링 추진해야”

리모델링 증축 가능범위를 담은 주택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해 말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부터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단위 세대별로 낡고 부서진 부분을 개·보수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리모델링 사업의 수익성과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용부분까지 포함한 사업계획 수립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증축규제와 관련해 업계와 입주민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으며, 이르면 오는 2010년경 건설시장의 상당 부분을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쏟아지고 있어 입주민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모델링에 대한 입주민들의 인식은 증축을 통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고, 정부의 세제지원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상당해 향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또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의 특성상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여부 등과 관련한 입주민들의 질의도 상당한 편이다.

이에 효율적인 리모델링 사업 수행을 위해 입주민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과 리모델링 사업이 성장하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앞두고 있는 주택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당초 안과는 달리 업계와 입주민들의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 시장의 위축을 막고 안전진단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시 증축 가능범위를 각 세대 전용면적의 30% 이내(최대 9평)로 허용했으며 계단실과 승강기, 복도, 지하주차장 등 공용면적과 발코니 등 서비스면적에 대해서는 건축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증축규모를 제한하지 않는다.
또한 리모델링 허가신청시 구조계획서와 시방서, 기존 골조 존치계획서 등 구조안전에 관한 서류를 모두 제출토록 하고 감리도 신축 아파트와 동일한 수준에서 실시토록 하는 등 안전기준도 마련했다.
현재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아파트 입주민들과 건설업계측은 당초 주장했던 최대 12평 증축규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리모델링 추진 단지 급증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리모델링 시공이 완료된 공동주택은 총 3개 단지이며 현재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는 전국 수십여 단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시공을 완료한 단지는 건교부가 리모델링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서울 마포 용강아파트와 이촌 현대 사원아파트, 한남동 외인아파트 등 3곳이며, 현재 서울에서만 강남, 서초, 용산, 영등포 지역에서 약 20여개에 이르는 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증축허용 면적이 당초 20%에서 30%로 확대됐고 이미 리모델링 시공을 마친 3개 아파트의 사례를 통해 공사기간 및 공사비 측면에서 재건축에 비해 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리모델링 사업을 선택하는 아파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오는 2009년까지 20년차 이상의 공동주택 중 11만9천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되고, 2020년경에는 연평균 10조1천3백억원대의 리모델링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허청도 최근 리모델링 관련한 건설특허 출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오는 2010년경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부문 리모델링 규모가 20조7천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부분 리모델링에 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 장기수선계획 수립시 리모델링도 포함시켜야

이러한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수행하려는 아파트 현장에서는 리모델링 절차 등과 관련해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와 서울시 일선구청 관계 부서에는 최근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 여부와 입주민 동의절차 등 리모델링과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중 가장 빈번한 문의로 리모델링시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 여부를 꼽을 수 있다.
주택법시행령 제66조 2항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의하되, 사용절차는 관리규약으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장기수선충당금을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사용하려면 장기수선계획에 리모델링 사업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장충금 사용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리모델링 사업 절차상 큰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는 10년차 이상의 각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염두에 둔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과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단지 전체가 아닌 특정 동 리모델링을 위한 장충금의 사용은 타당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리모델링 사업 진행에 있어 가장 필수적 요건인 입주민 동의사항도 해당 단지의 큰 관심대상이다.
이는 각 아파트별 특성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계획의 내용이 천차만별이고, 입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법시행령 제47조 제1항에는 “주택단지 전체의 리모델링의 경우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와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일부 동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해당 동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표회의 등의 사업제안 이후 지자체 건축심의위원회 심의 요청의 경우 입주민 동의기준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으나, 건교부는 주택법시행령 별표3에 정한 행위허가 동의기준인 입주자 3분의 2에 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관계자는 “관계 법령과 건교부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입주민들에게 리모델링 사업 추진시 주민 동의 기준 등을 설명해 주고 있으며 충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뒤 동의를 묻는 절차를 거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의 효율성을 두고 입주민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어 대표회의나 리모델링주택조합 등은 입주민 동의절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지원대책·입주민 인식 변화 필요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세제·금융지원과 입주민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요건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정부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정비, 국민주택 규모(25.7평) 이하의 경우 부가가치세가 면제됐으나 여전히 소형 평형 아파트는 자금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국민주택 리모델링시 취·등록세 면제와 국민주택기금의 확충, 저리 융자, 주택담보 대출비율 완화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주택공사 리모델링부 김남식 과장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축과 조세, 공사비 조달 등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며 “입주민들의 일시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포괄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입주민들의 리모델링 관심부분이 증축과 아파트 가격 상승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한국리모델링협회 윤영선 부회장은 “아파트 리모델링과 관련한 입주민들의 관심은 대부분 증축을 통한 아파트 가치 상승에 치우쳐 있다.”며 “사용연수와 노후화 정도, 입주민들에게 필요한 부대시설 등 단지 여건과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최대 증축에 중점을 두고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한다면 오히려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부회장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삶의 질 향상과 건축 폐기물 억제, 에너지 절약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평소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고 입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풍부한 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에 있어서도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효율적인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최초 아파트 건축시 리모델링이 쉬운 벽체시공기법 도입 ▲표준 공사비 기준 마련 ▲공동주택 리모델링 관련 전문 자문기관 설립 ▲입주민 대상 교육·홍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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