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단속적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제외’에 반발

-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고용승계 문제

아파트 노동운동의 최고 쟁점이 됐던사안은 단연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 문제였다.
위탁관리업체 변경의 계약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노조원들의 주장이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표회의의 사용자성 문제와 위탁관리회사 변경시 고용승계 문제가 맞물리게 됐다.
이에 노동부는 고용승계 문제로 인해 아파트 관련 분쟁이 쇄도하자 지난 1999년 11월 ‘아파트 관리업무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지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지침은 ‘아파트 주택관리업자 변경시 신규 업체에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행정해석이었다.
이후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는 위탁관리회사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지난 2001년 은마아파트 사건을 통해 내려지면서 그동안 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 등을 통해 엎치락뒤치락했던 사용자성 판단 논란은 일단락됐다.
당시 대법원은 아파트노련의 산하 지부인 서울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위탁관리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관리사무소의 운영과 인사에 관여했다 해도 입주자대표회의는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은마아파트는 기존 노조조합원이자 관리직원 1백80여명이 전원 해고됐고 이 사건은 전국의 많은 아파트 단지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 줬다.
이어 서울의 목동10단지가 같은 이유로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직원들의 업무내용을 정하고 그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 구체적·개별적인 지휘 감독을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는 근로자들의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사용자가 아니다.”고 판시해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 문제와 고용승계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이들 사건에 대해 당시 노조에서는 “고용조건의 엄청난 후퇴를 가져 왔다.”며 강력 반발했다.
오늘날 근로자의 고용승계 문제는 아파트 사업장뿐만이 아니라 원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사업장 전반에 걸친 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시설관리노조 관계자는 “위탁관리 아파트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자치관리 아파트에서 노조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원청업체의 용역계약 해지 등이 근로자들에게는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노조 활동의 또 다른 쟁점이 돼 온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 노조는 시설관리 및 경비직 근로자들을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서 제외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당초 ‘감시 단속적 근로’란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덜하고 근무시간보다 대기시간이 많은 농업, 어업, 수산업 등 1차 산업 종사자들의 근로를 지칭했다.
감시 단속적 근로에는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지 않는 수위와 경비, 물품감시원 등이 포함돼 이들이 감시 단속적 근로로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게 되면 근로기준법 제49조의 근로시간, 제52조의 연장근로의 제한, 제55조의 연장 및 휴일근로 등의 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최저임금의 적용제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지난 87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감시 단속적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부 장관의 ‘승인’과 해당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노조가 구성된 경우 노조의 동의 절차)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감시 단속적 근로에 동의하지 않은 서초구의 J아파트, 양천구 M아파트, 성동구 J아파트 등 일부 노조에서는 집단적으로 사용자의 인가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경비원의 경우 적어도 매월 1백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단지도 있다.
아파트 노조에서는 “아파트 경비원과 시설관리직원들의 업무형태가 근로시간보다 대기시간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기본업무 외에도 각종 공사나 제초작업, 파지수거 등 잡무들을 도맡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을 감시 단속적 근로자로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매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최저임금의 현실화, 감시 단속적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철폐 등 최저임금 제도개선 노력을 펼쳐 왔다.

- 노동조합 권리보장 활동

그동안 아파트노조는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약 체결 등 노조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매년 임금가이드라인이 결정되면 아파트 실정에 맞는 임금인상안을 요구해 각 단지별 협상시 활용토록 하고 임금교섭이 지연될 경우에는 조직적인 지원을 한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예를 들면 연월차휴가수당 산정이나 퇴직금 지급 여부, 연봉제, 최저임금, 정년, 계약만료, 수습근로자 등과 관련한 각종 문의사항이 접수될 경우 정보를 제공해 주고, 관리업체의 변경으로 해고되거나 기타 부당한 사유로 해고 또는 징계 조치되는 근로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중앙 차원의 구제신청에 적극 나선다.
이 중에서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 문제라든가 영업양도시 고용승계 문제와 같이 대규모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입법 청원이나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사건이 법원의 판단을 받을 당시에는 ‘사업양도시 고용승계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국노총에서는 ‘사업 양도시 고용승계에 관한 입법론적 고찰’, ‘아파트 근로자의 법적 보호에 관한 연구' 등 논문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1999년 구 공동주택관리령 개정시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에 대해 직원의 인사·노무관리 등의 업무수행에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아파트노련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선된 점은 전무하다.”며 “오히려 노조의 활동을 혐오하는 입주자 대표들로 인해 노조가 해체되거나 입주자 대표들과 관리소장들이 아예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역전환이나 관리형태 변경으로 인한 고용승계 문제, 단체협상 지연 등을 둘러싸고 입주자대표회의와 노동조합간 첨예한 대립을 거듭한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도 부산시 사하구 D아파트 노동조합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와의 단체협상 지연 및 결렬 등으로 장기간 파업을 강행하고 단지 내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다 관리업무가 일부 마비되는 상태가 빚어졌다.
분당의 P아파트에서는 지난 2001년 경비용역업체 변경으로 해고 위기에 직면한 1백30여명의 근로자들이 99일째 파업농성을 벌이다 결국 노조원들의 자진 퇴직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조합원 20여명의 부산 H아파트는 노사간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 아파트 노조는 매월 월례회의를 개최, 노조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대주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연초에 전기, 설비, 영선 등 부서별 계획표를 작성해 보수 및 교체가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하고 외부용역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자체공사를 실시하는 등 관리비 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이 아파트 노조에 따르면 위탁관리회사와의 단체협상 등도 마찰없이 잘 이뤄지고 대표회의에서도 관리직원에 대한 임금인상 등을 적극적으로 의결해 주고 있다.
연합노련 산하 서울 성동구의 H아파트도 노사관행이 협력적으로 구축돼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매년 임금인상은 물론이고 관리직원들도 관리비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아파트 노조지부장은 “아파트 관리업무 중 시설관리는 입주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을 찾아서 하려면 끝이 없고 반대로 일을 안하고 있더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며 “그런 측면에서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은 결국 입주민들의 관리비를 줄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조합이 결성된 단지의 경우는 임금인상 면에서 노조 결성이 안된 타 단지의 임금인상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설관리노조 산하 분당의 H아파트 노조지부장은 “경기침체로 인한 파급효과가 아파트 근로자들에게 임금동결이나 임금삭감으로 전가되는 현실 속에서 아파트 노조가 결성된 단지의 경우는 입주자대표회의와의 합의를 통해 최소한 매년 5∼6% 이상씩은 임금인상 혜택을 받고 있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경우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임금동결 수준에 머무는데 반해 노조가 결성된 단지의 인근 단지는 노조결성 단지의 임금 인상률을 따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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