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 직접 설계·시공…환경친화적 아파트 조성

▲ 마포 대명비발디아파트 지영조 관리소장
-마포 대명비발디아파트 지영조 관리소장

서울 마포구의 대명비발디아파트 지영조 관리소장은 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맥가이버’로 통한다.
정작 맥가이버를 모르는 지 소장은 그저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해 주는 만능꾼을 그렇게 일컫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입주민들의 신뢰가 담긴 이 한마디에 늘 보람을 느낀다.
관리소장에서부터 기계 및 전기설비까지 1인 3역을 도맡아 관리업무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지 소장은 최근 단지 내에 실개울이 흐르는 물레방아를 직접 설계하고 시공해 입주민들의 휴식처를 마련하는 한편 주변의 환경도 정화시키고 있다.
1개동 1백28세대의 소규모 아파트인 대명아파트에 입사한 지 6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늘 가만히 앉아 쉬는 법이 없을 정도로 입주민들의 편의와 안락을 먼저 생각한다는 지영조 소장을 만나 소규모 아파트의 관리비 절감 기법과 관리 노하우를 들어 봤다.

▶ 단지 내에 설치된 물레방아가 눈에 띄는데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지난 98년 11월 이 아파트에 입사했을 때 인근의 지하수가 하수도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엔 그냥 버려지는 물이 아까워 중온수로 변환시켜 입주민들의 식수로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가 비용문제 등이 있어 추진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에 물레방아나 분수대, 실개천 등 환경친화적인 시설이 도입되는 것을 보고 이 지하수를 이용한 물레방아를 직접 설계, 시공해 입주민들의 휴식처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물레방아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입주민들의 반응은.
올 초부터 물레방아를 만들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여부와 물의 용량을 먼저 검토한 뒤 설계 및 시공을 시작했다. 지하에서부터 36m까지 PVC파이프로 물을 끌어올리고, 두 곳에 배관을 매설해 단지 내 수목에 물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물레방아를 돌리고 나오는 물은 미화원들이 세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레방아와 홈통, 기둥, 모터펌프 등의 구입에 든 약 3백50만원의 비용을 제외하고 모든 과정을 외부에 용역을 주지 않고 손수 처리해 외주를 줄 경우와 비교하면 약 1천여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지하수를 끌어올린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던 입주민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물레방아를 돌리고도 물이 10분의 1가량 남아 그냥 하수로 흘려보내고 있을 정도다. 지금은 입주민들이 가동되는 물레방아를 보고 무척 좋아하고 있다.
특히 지하수는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일년 내내 입주민들이 물레방아를 감상할 수 있고, 주위의 먼지를 제거하고 공기를 차고 맑게 해 주는 데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실개울 주변에는 지압길을 만들어 입주민들의 건강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 관리소장에서부터 기계·전기설비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는데.
소규모 단지이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혼자서 기계설비 일까지 처리하고 있다. 50년간 전매청(현 KT&G)의 지정공장과 호텔, 아파트 등의 기계설비 업무를 해 오면서 축적된 노하우도 있고, 경기도 광주에서 대명아파트까지 고속도로만 버스를 타고 두 대의 자전거로 출퇴근할 정도로 천성이 부지런한 편이라 미화원들과 경비원들의 협조로 관리업무를 해 나가고 있다.
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경력과 연륜을 바탕으로 젊은 소장들을 제치고 이 아파트에 입사할 수 있었고, 입주민들의 격려와 존경을 받으면서 일을 하다 보니 보람을 많이 느낀다.

▶ 관리비 절감을 위한 노력들을 소개해 준다면.
지난 2001년부터 세대별 상수도 검침을 외부 용역을 주지 않고 직접 실시해 검침수당을 비롯, 메인계량기 사용량과의 차이를 상수도사업소에서 지급 받고 있어 연간 1백만원 이상의 관리비를 절감하고 있다.
또 입사 시점인 지난 98년에 사용량보다 과다하게 책정된 기계실의 동력계약 전력을 줄여 한달에 약 15∼6만원, 연간 1백90여만원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바로 옆 단지인 코오롱아파트의 재건축 문제로 인해 소음·분진, 일조권 등의 입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 배상을 신청, 단지 전체 내·외부 도색과 어린이놀이터 교체 등을 보상받아 약 8천여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 입주민들에게는 ‘맥가이버’로 통한다는데.
사실 맥가이버가 누군인지 잘 모르지만 입주민들이 만능재주꾼이라는 표현을 그런 별칭으로 불러 주고 있는 것 같다.
입주민들이 이런 별칭을 붙여 준 것은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보다도 오히려 세대 내부의 고장수리까지 꼼꼼하게 처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대에 필요한 부품을 청계천 등지에서 직접 구입해 실비만으로 밸브 교체, 화장실 배관 수리, 외벽 방수, 열쇠 수리까지 해주고 있어 입주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 인력을 사용해 보수해야 할 경우에는 불필요한 비용과 인력이 사용되지 않도록 조언과 판정까지 내려 주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관리규약에 정년 규정이 없고 입주민들이 계속 근무하길 바라고 있어 앞으로도 대명아파트를 더욱 편안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정성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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