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의·노조 협력해 관리환경 발전시켜야”

▲ 전국아파트노동조합연맹 서초·강남지역 아파트 노조지부장들이 월례회의를 갖고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주택유형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아파트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기, 기계설비, 건축, 영선, 경비 등 아파트 관리업종에 종사하는 시설관리 근로자의 규모는 약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반관리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근로자들이 아파트 관리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아파트 근로자들이 단지별로 노동조합을 구성해 활동해 온 지도 지난 87년 구반포주공아파트의 노동조합 결성 이후 17년이 흘렀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의 산하 조직으로서 산별 노조를 결성해 아파트 근로자들의 힘을 결집시켜 온 지도 7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아파트의 근로여건과 그에 따른 노조활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파트 노동조합이 태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우리 나라 아파트 관리문화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 아파트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역사와 쟁점들, 아파트 관리의 발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어 봤다.

★ 노동조합의 태동
아파트 노동조합은 지난 80년대 중후반 서울과 수도권 등의 자치관리 아파트를 주축으로 단지별로 결성됐다.
우리나라 아파트 노동조합의 시초는 노조의 결성과 해체가 반복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았던 서울의 둔촌동 일대가 80년대 초반부터 노동조합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는 설도 있으나, 서울 서초구의 구반포주공아파트가 87년 노동조합을 결성해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이하 연합노련)의 인준을 받고 처음으로 아파트 노조활동을 시작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87년 6.29선언을 전후한 대대적인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극에 달해 있었고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노동조합이 폭발적으로 생겨나던 시기였다.
또한 이 시기는 아파트 위탁관리업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관리업무가 용역화로 진행된 시점이기도 했다.
이후 연합연맹에서 떨어져 나온 몇몇 서울지역 아파트 노동조합들이 서울지역아파트노동조합을 결성해 상급단체 없이 활동을 하다가 97년에야 인천지역아파트노동조합, 부산지역아파트노동조합 등과 합치면서 비로소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아파트노동조합연맹(이하 아파트노련)이라는 산별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0년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시설관리노조(이하 시설관리노조)가 결성되면서 아파트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노조 연합체가 3곳으로 분리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아파트노련의 김혜영 총무차장은 “89년도에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원의 급여가 20만원 가량이었을 정도로 급여수준이 매우 낮았다.”며 “당시 아파트가 사회적인 직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경비원을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입주민들이 많았는데, 지금까지도 이같은 인식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노동조합의 성격과 규모
연합노련은 다른 산업별 연합단체가 소속되기 어려운 업종이나 직종을 포괄하는 노동조합 연맹체로서 아파트를 비롯해 공공·서비스, 의료, 식품, 환경, 제조, 유통업 등의 분과위원회로 조직돼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분과위원회에 소속된 단지 수는 서울과 과천, 부천, 인천, 안양, 광주,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 걸쳐 총 55개 단지, 조합원수는 2천5백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합노련에서 분리된 서울지역아파트노동조합이 주축이 돼 지난 97년 결성한 전국아파트노동조합연맹은 창립 당시 89개 단지, 5천2백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90년대 초반에는 서울의 상계동과 목동 아파트 단지를 포함해 단위별 노조가 2백개 이상을 기록하면서 아파트 노조활동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과 인천, 성남, 강원도 홍천 등 70여개 단지, 조합원 수 3천여명으로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딩, 오피스텔, 대학교, 공원 등의 시설관리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시설관리노조의 경우도 지난 2000년 하남, 수원, 분당, 부산 등지에 흩어져 있던 아파트 단지 단위 노동조합이 결집해 약 4천여명에 달하는 아파트 근로자들이 노조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12개 단지 3백여명 가량으로 지부의 수와 조합원 수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들 아파트 노동조합들은 90년대 초반까지 노조활동의 전성기를 맞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서초구와 반포구 등 강남권, 경기도 분당권, 부산지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노동조합이 단위별 조합원 수나 구체적인 활동 면에서 침체 위기에 접어들면서 아파트 노조운동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노동운동의 쟁점이 돼 왔던 위탁관리 아파트의 사용자 문제, 위탁관리회사 변경시 고용승계 문제 등이 법원의 판단으로 일단락 된 데다 경비업무 등의 용역전환 등이 아파트 노조활동의 답보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대다수다.
아파트노련 최승성 위원장은 “초창기 주를 이루었던 자치관리 아파트가 위탁관리로 전환되고 경비업무 등이 용역으로 전환되면서 노조지부가 해체되거나 조합원들의 대거 이탈로 소수의 지부회원들만 남아 노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노련 산하 가운데 서초나 동작 등 강남의 일부 지역이 그나마 노조가 결성된 지 오래된 단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파트의 근로조건
용역과 도급형태가 시설관리직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업체간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아파트 근로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하락했고, 이에 따른 산별 노조 결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근로자 파견법이 도입된 97년 이후에는 용역 및 도급형태가 촉발되면서 아파트 사업장에도 용역화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전국시설관리노조에 따르면 아파트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은 용역형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열악해졌다.
용역업체가 1년이나 2년 단위로 용역계약을 체결하면 근로자들의 근로계약기간도 용역계약 만료시까지로 결정될 수밖에 없어 지속적인 고용불안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고용승계로 수년 또는 십수년간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더라도 해당 용역업체의 근무일수로 퇴직금이 계산돼 근로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관리직원들의 월 평균 임금체계도 기능직은 1백20∼1백30만원, 경비직은 73만원, 미화직은 64만원 정도로 포괄임금이나 연봉제 등 ‘총액임금’으로 지급되고,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제’도 인정되지 않아 10년 근무한 근로자와 초년생 근로자들과의 임금에 별반 차이가 없어 근로의욕 면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관리직원들의 업무내용을 보면 기관직의 경우 24시간 맞교대나 3교대로 업무를 하는데, 이 가운데 24시간 맞교대의 경우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주간에는 기계실 펌프나 세대 배관 등을 보수하고 야간 시간대에는 보일러 가동, 세대 민원 등을 처리한다.
수면시간은 저녁 11시부터 1시까지 2시간여 정도로 다시 보일러 가동을 위해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근무를 한다.
부산의 H아파트 노조지부장은 “경비원의 경우 단지 내 순찰, 주차확인, 분리수거, 잡초제거 등 끊임없이 일을 하게 돼 가만히 앉아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며 “저녁 시간대에 잠깐 눈을 붙이면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게 돼 근로하기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호소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아파트의 근로여건이 지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노조활동의 과제도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며 “입주자 대표와 노동조합이 협력을 통해 아파트 관리환경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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