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방범 시설물 보강하고 순찰 강화해야

공동주택이 우리 나라의 주거비율에서 6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비율도 점차 증가함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각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빈집털이 등 세대 도난사고를 비롯해 단지 내 주차장에서의 차량 도난사고, 승강기 사고, 화재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사고 당사자들의 부주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만 도난사고의 경우처럼 비용절감을 이유로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거나 관리업체나 대표회의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이로 인한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와 관련해 입주민·관리직원·입주자대표회의·시공사간에 분쟁을 겪고 있으며, 법원에서 민·형사상의 책임 여부를 판단받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 관련 분쟁과 판결례를 알아보고 이같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알아보자.

▶ 세대 도난사고 관련 분쟁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빈집털이 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세대 내 도난사고에 대해 관리업체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A아파트 입주민 김모 씨가 관리업체인 H주택관리(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 아파트 출입구의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피고 업체의 직원 이모 씨가 출입자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 도난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방법, 범인 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이상 도난사고가 관리업체의 관리계약상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인정, 원고 김모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사건번호 2003다60204>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00년 7월 “아파트 세대에 도둑이 들었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한 경비원의 수가 부족해 제대로 경비를 설 수 없었다면 관리업체가 도난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99가합91541)을 내렸다.
아울러 인천지법도 지난 2000년 12월 아파트 입주민이 세대 내에서 도난사고를 당했다며 관리소장과 위탁관리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2000가소142856>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자치관리 아파트에서 경비원의 무단이탈로 세대 내 도난사고가 발생해 입주민이 피해를 입었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피해금액의 70%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2004다2045)을 내렸다.

▶ 차량 관련 도난사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된 차량의 카오디오 도난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제한된 경비인원으로 순찰에 어려움 등을 인정, 관리주체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8년 12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자동차 카오디오 도난사고의 경위 및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대규모 단지를 관리하는 업체의 경비원에게 경비상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관리업체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98나17496>
법원은 또한 아파트에서 차량을 도난 당했다는 김모 씨와 관리업체의 분쟁에 대해 “김모 씨는 이 아파트에 거주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주차스티커를 교부 받은 적도 없는 등 아파트 관리규약상의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관리업체는 업무상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김모 씨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없으며 경비원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관리업체의 손을 들어줬다(서울중앙지법 2001가합1428).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9년 6월 “CCTV가 설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차량 파손 및 도난사고는 관리업체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CCTV 모니터 화면으로도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리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명백히 인정한 것이다.
이밖에 서울북부지법은 도봉구 D아파트 입주민 김모 씨가 “단지 내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으므로 이를 배상하라.”며 관리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체가 이 승용차에 대한 손괴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주의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업체는 배상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관리소에서 수차에 걸쳐 방송을 통해 주차상태를 시정하라고 했음에도 김모 씨가 장기간 이를 방치한 과실이 있으므로 관리업체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97가소67526>

▶ 아파트 화재 관련 분쟁
지난해 우리 나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천7백75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의 5.65%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사망 45명, 부상 1백91명 등의 인명피해와 28억9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아파트 화재로 인한 피해 배상을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10월 서울 금천구 J아파트 입주민 서모 씨가 대표회의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표회의는 적절한 보험사를 선정해 업체로 하여금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토록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고, 업체도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대표회의로 하여금 화재보험에 가입토록 보험계약에 관한 조언이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대표회의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방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들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서모 씨가 화재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됐으므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00다18073>
또한 청주지법은 “아파트 세대에서 발생한 화재로 동(棟) 전체에 대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비용이 소요됐더라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입주민의 보존상 하자로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 대표회의는 화재를 당한 입주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2003가합2571).
이와 함께 수원지법은 “방화관리자인 관리직원이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반의 전원을 차단했다면 방화관리자뿐만 아니라 관리소장, 위탁관리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2003고정75)했고, “소방시설 시정보완명령을 받았으나 대표회의가 소방공사에 관한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못한 관리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관리소장에게 선고유예 판결(2003노1053)을 내렸다.

▶ 승강기 사고도 잦아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승강기 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이에 따른 책임 여부를 법원에서 가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아파트 승강기 밑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한 입주민의 가족들이 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관리직원이 승강기 고장사실을 전층에 표시하지 않고 안내방송을 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입주민이 사고를 당했으므로 관리직원의 사용자인 위탁관리업체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2003다62958>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승강기가 최하층으로 급하강해 입주민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됐다면 승강기 유지보수업체와 보험사는 입주민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서울중앙지법 2002가단353716)을 내렸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승강기 고장으로 문이 작동하지 않자 교체작업 중에 직원이 사망해 가족들이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관리업체는 승강기 수리자격증을 갖지 못한 직원이 승강기를 사용하거나 수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지도·감독하고, 교육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해액 중 40%를 배상하라.”며 피고 업체의 항소를 기각했다.<2000나39772>
아울러 아파트 승강기가 정상적인 위치에 정지하지 않는 바람에 입주민이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면 지속적인 점검과 보수업무를 게을리 한 승강기 유지보수업체는 입주민이 입은 손해 중 70%와 위자료 7백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서울동부지법 2002가합10200)도 내려졌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자치관리 아파트의 경우 안전점검 불이행 등 승강기 관리의 형사상 책임을 입주자대표회장이나 관리소장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는 판례(95도343)도 남겼다.
이밖에 승강기 관련 판결로 ▲관리직원이 고장난 승강기의 수리에 있어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관리업체에 유죄 선고(대법원 95도368) ▲승강기 부품을 적기에 교체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와 관련 유지보수업체 직원에 유죄 선고(서울동부지법 2003고단4906) 등을 꼽을 수 있다.

▶ 해결방안 없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아파트 단지 내 도난사고를 비롯해 승강기 사고, 화재 등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입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관리주체의 방범순찰 강화와 함께 승강기와 소방시설물에 대한 철저한 점검 및 관리도 요구된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발견된 문제는 보완해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관리주체는 수시로 소방시설물과 피난·대피시설을 점검하고,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은 자동으로 해야 하며, 소방차 진입로 확보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한 방범교육을 비롯해 입주민들과 관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화재 예방교육 등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단지 내 도난사고나 화재예방, 승강기 사고를 대비한 시설물 보강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단지 내 취약지역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통합경비시스템의 도입 등 방범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단지 내 CCTV 등 경비시스템은 범죄예방이나 도난사고 발생시 범인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낡거나 사용할 수 없는 소방시설물을 즉시 보수나 보강하여 화재시 신속하게 초기 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보수해야 할 승강기 부품도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관리주체는 이들 사고와 관련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단지 내 게시판, 관리비 부과내역서, 방송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도난·승강기사고와 화재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아파트 도난·승강기사고와 화재는 입주민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시설물에 대한 보수·보강을 미룬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동대표를 비롯해 입주민들은 시설물에 대한 적절한 보수와 보강이 이뤄지도록 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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