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김병기 의원 발의 법안 현장반응
국회의원 잘못된 관리인식 심각
입주민 비용부담 상승 우려
중복감사로 사적자치 침해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공동주택에 변호사 법률 감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대표발의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입주민들과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김 의원이 5일 발의한 개정안은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를 외부업무감사로 두도록 했다. 이는 기존에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실시되고 있는 외부 회계감사와 구분되는 것으로,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토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업무감사 내용은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부과·징수·지출·보관 등의 적정성 ▲공사, 용역 계약 등 관리주체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되는 각종 계약 체결의 적정성 ▲관리업무 담당 인력의 구성·관리 등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다.
외부 업무감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토록 하면서, 입대의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업무감사 추천을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부 업무감사를 두지 않을 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뒀다.
김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로 “공동주택 관리 부실 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현행법이 공동주택의 회계감사를 위주로 규율하고 있는 반면,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에 대한 법적 차원의 감사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유효 적절한 감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1년 상반기 경기도 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인 4617개 아파트 단지 중 55개 단지에서 부적정 관리 사례가 536건이나 적발된 감사 결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지만 전체 4617개 단지 중 55개 단지는 1.19%밖에 되지 않아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의 이번 개정안은 변호사협회와의 공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도시정비법상 조합 및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의 부패 예방 및 적발을 위한 변호사 외부업무감사 의무화’ 연구를 진행하고 이 성과를 법제화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12월 2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바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미 많은 점검과 의무로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높아져 있는데 또 한 번 불필요한 일에 부담요인을 만들고 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본지로도 많은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비용은 누가 충당하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준다면 모를까’,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호구인가. 툭 하면 공동주택에서 어떻게 울궈먹을까 궁리만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책들. 그보다 입주자 대상 참여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소양 함양이 되면 비리와 부정은 사라진다고 본다’, ‘아파트 관리소장들은 관리비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정부는 또 입주민의 주머니를 털려고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전해졌다.
지자체 감사 결과에서 적발된 부적정 관리 사례들은 장기수선공사에 수선유지비 사용, 회계감사 결과 기한 내 미공개 등 사소한 실수에 의한 것이 많은데 이를 이유로 관리업무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아파트 회계는 단순하고 대다수 인건비와 공과금으로서, 변호사가 법률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자체 감사나 입주민들이 부과내역서, K-apt 공개 내역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굳이 수백억원의 비용 부담을 하면서까지 변호사 외부 업무감사를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전아연은 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과 협조해 이번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반대 의견을 적극 피력할 계획이다.
주관협은 “변호사 외부 업무감사는 공동주택의 사적자치 침해 및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라며 전국 단위의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주관협은 “해당 법안은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대한 통상적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법안이며 오히려 변호사의 업무감사 의무화로 인해 관리비 증가, 중복감사에 대한 업무간섭 및 피로도 증가, 주택관리사 제도 도입에 대한 제도 및 체계의 무시 등과 같은 많은 문제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매년 외부회계감사, 지방자치단체 업무감사, 자체 내부감사 등 유사한 중복 감사업무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외부 감사업무가 추가된다면 이는 공동주택의 안전과 투명성 및 효율적 관리를 위해 도입(1990년)된 전문 주택관리사 자격제도를 배척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주관협은 “공동주택 관리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동주택 관리를 입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완해 나가야 함에도 최근 들어 각종 규제(관리비 공개의무 확대, 사업자선정지침 강화, 전자입찰 확대, 계약서 공개 강화, 외부회계감사 확대 등)가 무분별하게 확대돼 공동주택의 사적자치가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 외부 업무감사와 같이 또다른 중복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자칫 공동주택 입주민의 자율성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지는 입주민들의 비용부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기 위해 김병기 의원실에 연락을 취했지만 반응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