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관리규약 등 준수하며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에 따라 동별 대표자로 구성돼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결정하는 아파트 내 의사결정기구이다.
이러한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과 의사결정 등 운영을 놓고 입주민들간에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한 단지 내 두 개의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서로 적법한 대표회의라고 다투며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대표회의 의결사항이나 동대표 선출 등과 관련해 아파트 관리규약의 해석을 법원의 판단에 맡겨 해결하기도 한다.
이같은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분쟁은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일부 아파트에서는 관리규약 등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며, 동대표들의 운영미숙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분쟁과 판결례를 알아보고 이같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 권리능력 없는 사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법적 성질에 있어 법인격 없는 사단이라고 보는 것이 법원의 견해이다.
대법원은 지난 91년 4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의사결정기관과 대표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자치관리기구를 지휘, 감독하는 등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사건번호 1991다4478>
또한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규약과 대표자를 갖추고 있는 사단으로서 입주예정대책위원회와는 별개의 단체”라며 “대표회의는 입주예정대책위원회의 권리·의무의 포괄승계 대상이 안 된다.”는 판결(2003다13185)을 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과 관련해 단지 내 공용부분을 불법으로 점유하는 제3자에 대해 방해배제와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구분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고유 권한이므로 대표회의는 이를 청구할 권한이 없다고 해석했다.<대법원 2003다17774>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서울지법)은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잡수입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총유(總有)재산이므로 동대표 또는 입주자 자격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판결(2001나28892)을 내렸다.

⊙ 동대표 자격과 선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동대표 선출을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동대표 자격은 공부상 주민등록의 등재여부보다는 실제 거주여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전고법은 지난해 8월 충북 진천군 W아파트 입주민 4명이 대표회장 김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관리규약이나 관계 법령을 살펴봐도 동대표의 자격요건으로 주민등록 전입신고까지 돼 있는 것을 요구하는 명문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 거주하느냐 여부는 공부상 주민등록이 등재돼 있는지 여부보다는 실제로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에 비춰 타당하다.”며 “김모 씨가 주민등록을 일시 이전했더라도 계속 거주하고 있어 동대표 자격이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고 신청인들의 항고를 기각했다.<2003라25>
이같은 법원의 결정은 실제 아파트에 6개월 이상 거주하더라도 주민등록을 일시 이전했다면 동대표가 될 수 없다는 기존건교부의 유권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지난 2002년 11월 하자가 있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선출 결의로 선출된 회장에 의해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을 인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해 후임 동대표를 선출한 것은 무효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2002다25310>
이밖에 동대표 선출 관련 법원의 판단 사례로 ▲관리규약에 정하지 않은 사항을 이유로 동대표 피선거권 제한은 무효(수원지법 안산지원 2003가합711) ▲입주자대표회의 정원의 과반수에 미달한다는 사유만으로 당초의 동대표 선출공고 무효화 공고할 수 없어(서울북부지원 2001카합670) 등이 있다.

⊙ 대표회의 의결 관련 분쟁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의 유효 여부를 놓고 입주민간에 의견 대립이 있어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대전고법은 지난해 7월 “입주자대표회의 소집 전에 통지나 공고되지 않은 대표회장 해임안과 신임 회장 선출 안건을 대표회의에서 의결했다면 무효”라며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은 대표회의에서 선출된 박모 씨가 적법한 회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2002나9354>
이와 함께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임시회의 소집절차상의 하자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채 대표회장에 대한 제명을 의결한 것(서울동부지법 2003카합365)과 관리규약에 대표회장 해임 규정이 없어 표준관리규약에 따라 의결한 경우(대구지법 2003카합275)도 모두 무효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수원지법은 군포시 C아파트 대표회의 전 감사 박모 씨가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자치관리로 전환할 것을 건의한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를 대표회의에서 비방하는 행위로 규정해 해임 의결한 것은 무효”라며 박모 씨의 손을 들어줬다.<2002가합8677>
이에 반해 장기수선충담금 일부를 일반 운영자금으로 보아 인출키로 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은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2001다51459).
이밖에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관련 판결로 ▲관리직원의 임금 인상 건은 관리비 예산의 확정항목에 포함되므로 대표회의 의결사항(서울중앙지법 2003나32178) ▲대표회의의 결의무효 확인은 입주자대표회의로 한정되므로 동대표 개인에 대한 결의무효 확인청구 못해(의정부지법 2002가합7319) 등이 있다.

⊙ 대표회의 불신임 ‘유효’ 사례

입주민들이 관리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동대표나 대표회의를 불신임한 경우 적법하다는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8월 “관리규약에 따라 동(棟) 입주민 2/3 이상이 불신임 결의해 동대표를 해임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2002가합6740)을 내렸고, 인천지법도 “입주민들이 관리규약에 따라 대표회장을 불신임해 대표회의가 해산된 것은 정당하다.”는 결정(2003카합1856)을 내렸다.
이와 함께 관리규약에 규정된 절차나 방법을 따르지 않더라도 입주민들의 불신임 결의를 적법하게 본 사례도 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입주민들이 대표회의에 대한 불신임 결의 과정에서 관리규약에 규정된 절차나 방법에 따르지 않았더라도 추후 입주민들이 몇 차례에 걸친 주민투표를 통해 대표회의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계속 유지했다면 이 불신임 결의는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2003가합377, 항소심 계류중>
또 입주민의 대리인이 관리규약에 따라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대표회의의 불신임 결의에 대한 서명을 했더라도 무효가 아니라는 결정(서울북부지법 2003카합1298)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와 같이 입주민들이 대표회의에 대해 불신임 결의를 했다면 대표자로서의 권한은 새로 대표회의가 구성될 때까지 상시업무로 제한되므로 상시업무에 해당되지 않는 위탁관리업체 선정 및 계약은 무효라고 법원은 보고 있다(서울고법 2002라132).

⊙ 타당성 없는 불신임 ‘무효’

입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했더라도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면 불신임할 수 없다는 결정을 법원이 내리기도 했다.
수원지법은 경기 용인시 S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동대표 5명을 상대로 회계감사 등을 미룬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제기한 가처분신청에서 이같이 기각 결정(2002카합742)을 내렸다. 이 결정은 대표회의에 대해 불신임 결의를 위해서는 그에 타당한 이유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또한 인천지법은 “대표회의가 관리방법을 변경하기 위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 입주민들이 이들 내용을 왜곡하고 입주민 2/3 동의를 얻어 대표회의에 대해 불신임하는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결정(2002카합838)을 내리기도 했다.
동대표의 불신임 요건과 관련해서도 울산지법은 “관리규약에 ‘동대표는 해당 동의 입주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 또는 불신임할 수 있다’고 명시된 규정은 해당 동의 입주자들이 각 동대표를 개별적으로 불신임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전체 입주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전체 동대표를 불신임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2000카합697>

⊙ 해결방법은 없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에서 관련 법령이나 아파트 관리규약 등을 따라야 한다.
아파트에서는 관계 법령과 관리규약 등에 규정된 동대표 선출, 입주자대표회의 개최시 회의소집 절차를 비롯한 대표회의 의결사항과 방법, 동대표나 대표회의의 불신임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항상 숙지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특히 입주민들이 합의해 관리규약을 합리적으로 만들고, 동대표들은 대표회의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법령이나 관리규약을 아파트에서 준수하며 합리적으로 운영하려 해도 법령이나 관리규약이 모호하거나 세부적인 사항에 명시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분쟁이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은 “아파트에서 건교부에 질의한 내용 중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사항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관련 법령 등이 모호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건교부에서는 민원이나 질의가 많은 사항을 법령의 제·개정시 반영하고, 지자체에서도 표준관리규약의 제정시 이러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누가 적법한 입주자대표회장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분쟁해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대표회의 구성 및 변경신고 제도를 부활하거나 공시제도 도입이 요구된다.”며 “지자체의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같은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태준 기자> nicetj@aptn.co.kr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