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昌德宮)은 조선시대 다른 궁궐과 다른 모습을 지녔는데 이를 통해 도심 속 자연친화적인 전통 조경 조성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창덕궁은 입지 선정은 전통적인 풍수지리사상을 택했으나 건축물은 유교적인 이념에 따른 상징적 기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국인 경복궁(景福宮)은 평탄 지형 위 남북 일직선 중심축을 기준으로 한 배치한 것에 반해 창덕궁은 궁궐 서남쪽 모퉁이의 정문(돈화문) 진입로에서 직각으로 두 차례 방향을 틀어야 정전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특히 정원적 특징은 다른 궁궐들과 다르
이상하게 영어가 아닌 다른 서구언어권 영화들은 잘 몰입이 되지 않아 안 보게 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다. 처음에는 시대적, 장소적 배경조차 몰라 어떤 영화인가 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흠뻑 빠져본 영화다.우리나라 번안 제목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지만 원제는 훨씬 더 시적이다. ‘Palm trees in the snow’로 그대로 번역하자면 ‘눈속의 종려나무들’이라 해야 한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제목이 주는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되지 않을까.아버지가 죽고 서재를 정리하던 클라렌스는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를 발
한양에서 동쪽 정방향 깊은 골짜기이백만 년 전이라 했던가세찬 푸른파도에 깎이고 깎이다불끈 용솟음쳐올라동해가 되었다.正東沈谷 바다부채길소나무 언덕 지나몽돌길 크고작은 염원은기암괴석 주상절리철썩대는 파도소리에 실려가고철구조물 철컹대는 발길모랫길 사각거림은 그리움이 되고철조망 사이 야생화도 뜸해질 무렵막다른 벼랑길번쩍 고개들어 마주서는 순간아, 내가 너를 보러 여기 왔구나.간절한 기다림 침묵의 시간들님 그린 푸른바다 향해보랏빛 별꽃축제를 펼치는최고의 석부작!가파른 절벽 타는 목마름한줌 흙 물기찾아 뿌리 내리고모나지 않은 두툼한 잎으로 모
그랜드캐니언은 지구의 탄생, 역사가 있는 곳,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이곳은 영국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50위 중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랜드캐니언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70년 존 웨슬리 포웰 소령이 4대의 보트로 72일간 콜로라도강을 여행하며 쓴 기록을 책으로 내면서부터다. 이후 여러 사람들이 그랜드캐니언을 탐험했고 이 지역의 지형과 지질, 생물, 원주민 등에 대해 다양한 보고서가 발표됐으며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해 산타페 철도회사가 그랜드캐니언에 철도를 놓기도 했다.세계인의
다산 정약용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나고 자랐다. 선생이 유배지에서 돌아와 생을 마칠 때까지 머무른 여유당은 그의 숨결이 서린 곳이다. 한옥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다산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장소라 생각하면 의미가 남다르다.정약용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기념 인물이자,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다.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으며 정치와 과학, 경제, 의학,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 정조가 수원 화성(사적)을 축성할 때는 거중기와 녹로 등 창의적인 기구를 설계해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백성의 수고를
1883년 1월 1일, 개항 직후 인천항 주변에는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일본과 청나라 사람은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인도 인천항 인근에 조계지를 형성했다. 이들은 인천구조계조약(일본), 인천구화상지계장정(청나라), 인천제물포각국조계장정(그 외 나라) 등을 체결해 경계를 나누고 개발에 나섰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어 외국인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전만 해도 이곳은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고 전해진다.지금도 인천항 주변인 인천개항장문화지구와 차이나타운에 일본과 청나라 조계지 모습이 남아 있다. 조계지 구
파아란 가을 하늘에흰구름이 자유롭다291계단 타고오른 숨결이바람결되어하늘 가까이 억새가 일렁이는 곳모래내 홍제천 불광천이 만나흙모래가 쌓이고쌓여난초 지초 피어나 소풍을 가던땅콩도 참외도 무르익고철따라 갖은 꽃 피어난 꽃섬만물의 영장이 버린 쓰레기하늘 가까이 차고올라파리떼의 천국에도 연명의 먹이사슬이제 그만 덮자, 덮어버리자!흙으로 흙으로 덮어버려라!하늘같은 염원속에한강수 만큼이나 공들인 재생의 세월억새밭 사이 야고가 귀엽다뽕나무 참나무는 소나무랑 어울리고난초와 지초는 어디쯤에 피어날까태초의 잡초는 거름이 되어라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
조경문화가 전문분야라서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생활 속에 숨은 휴식공간으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오픈 스페이스 공간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조경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조경은 전통에서 현대까지 분야별 대상, 조형물, 수목 및 식재, 재료, 조성 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있으며 일상 속에 점차 확대되고 있다.첫 번째로 소개할 사례로 전통과 근현대 모습이 조화롭게 융화돼 있는 공간인 덕수궁을 선정했다.덕수궁은 조선시대 궁궐 중 그 규모가 가장 작은 궁궐이지만 전쟁과 국난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북성동원조짜장면거리는 중식 먹자골목이다. 붉은빛이 화려한 건물과 홍등이 어우러져 영락없이 중국의 전통 거리가 떠오른다. 거리에는 중국집 외에도 공갈빵, 월병, 탕후루, 양꼬치 등 중국식 주전부리를 파는 집이 많아 외식 나들이 삼아 찾기에 제격이다. 북성동원조짜장면거리는 짜장면박물관부터 관람하고 둘러보는 게 순서다.수도권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에서 길을 건너면 ‘중화가(中華街)’라는 현판을 단 패루가 보인다. 패루는 예전에 중국에서 큰 거리에 길을 가로질러 세운 시설물 혹은 무덤이나 공원 어귀에 세운 문을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앤텔로프 캐니언은 다행히 여행계획을 짜던 4월에 다시 재개장한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여행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 맞는 듯 했다. 앤텔로프는 양의 이름이다. 인디언이 양몰이를 하며 이동하다 한 마리를 잃어 버렸는데 그 양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곳이 이 사암 협곡이었다. 그래서 양의 이름을 따서 앤텔로프 캐니언이 됐다. 사암으로 형성된 깊고 좁은 앤텔로프 캐니언은 미리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가이드와 함께 투어하기 때문이다. 매표소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출발한다
꽃이 안보이면보지 못한다보고서도 모른다없다하면 그만이다꽃없이 달린 열매無花果 아닌가달다 안달다베어물면 그 뿐어찌 내 속을 다 알아주길 바랄까살아가는 이유가 오직내안에 깃든 이를 찾아오는지순한 사랑이 있고입안 가득 풍미를 느끼기 전내 안에 한가득 작은 송이송이아름다운 꽃송이그윽히 바라보는 그대도 있으니나는야 그래도 행복한無花果꽃!고백하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를요. 무화과는 진짜 꽃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한자를 익히고서는 친구나 언니에게 잘난 척하면서 꽃이 없으니까 無花果라 설명도 했지요. 무화과 열매의 껍질 부분이
통영의 밤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남망산조각공원에 조성한 디피랑 덕분이다. 매일 밤 인공조명과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전시로 여행자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해 야간 경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콘텐츠로 단장한 남망산 일대는 강구안 야경과 더불어 통영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행객이 밤마다 강구안으로, 남망산으로 모여드는 이유다.디피랑은 그저 예쁘기만 한 미디어 아트 전시가 아니다. 통영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디피랑의 수많은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근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다. 통영시는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 어둠이 드리울 때 은은하게 피어나는 촘촘한 불빛은 일상 속 따뜻한 위로가 되고,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낭만을 전해준다. 반포한강공원 밤 나들이는 고요 혹은 생기,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품고 있어 그날 마음에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골라서 즐기면 된다.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는 서래섬으로 향하자. 짧은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도시의 번잡함이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다. 꾸밈없는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서래섬은 1986년에 조성했다. 평소에는 주민이 찾는 소소한 산책로다. 듬성듬성 심긴 수양
자이언캐니언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해 다음 목적지 브라이스캐니언으로 향했다. 브라이스캐니언까지의 거리는 140km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은 자연이 빚은 조각공원. ‘후두(Hoodoos, 침식에 의해 형성된 얇고 긴 첨탑)의 아름다움이 모여 시의 노래가 되는 곳, 미국 유타주에 있는 브라이스캐니언 국립공원이다.100만년 전 오늘날의 유타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수백만년 동안 강들은 대부분 용해된 석회암을 큰 호수체계에 퇴적시켰으며 콜로라도 고원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호수들은 말라 버렸고 그들의 퇴적물의 혼합물은 ‘클라론 포모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의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7곳 가운데 평균 고도가 가장 높다. 덕분에 경북 이남 지역에서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김천(구미)역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 말 그대로 오지다. 버스가 하루에 한 번 운행하니 자가용 이용을 추천한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내 주차장은 장애인만 이용 가능하며 일반 방문객은 수도리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산길을 따라 15분 남짓 걸어야 한다.내륙 깊숙한 곳이라는 것은 어쩌면 청정 지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폭우에 휩쓸린 산자락말 잃은 깊은 한숨 사이둥지잃은 까치들의 아우성 소리그제서야 퍼뜩 오래된 층층나무를 찾는다해마다 여린가지 층층이 쌓아가던아파트나무라고 애들이 좋아하던듬직한 바위에 기대어 서 있으니한때는 내가 몹시 부러워도 했던무던히도 듬직하던 바위가 없다층층나무도 없다아니, 있다저만치에 휩쓸려 다른 나무와 뒤엉켜기대섰던 바위보다더 큰 바위를 붙들고 모로 누었다층` 층` 나무가이제야 알겠다층층나무는 바위에 기대어 서있지 않았다는 것을층층이 뻗어가던 가지도시원스레 피어나던 하얀 꽃들도속깊은 뿌리의 일이었음을안간힘으로 마지막까지 움켜
구도심에서의 도발적 등장지금까지 11회 연재된 뮤지엄들과 달리 세계유산 보호구역 안이나 보호구역 경계선에 매우 가까이 신축됐지만 시각적으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을만한 특출한 문화재가 가까이 없는 뮤지엄들이 있다. 중부 유럽에서 역사적 중심구역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어 1999년에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호구역으로 등재된 오스트리아의 2대 도시 그라츠가 2003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면서 신축된 그라츠 미술관(Grazer Kunsthaus, 2003년 완공)이 그렇다. 이 미술관은 존재 자체로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8월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하루 아침에 서울의 모든 건물이 무너진 가운데 ‘황궁아파트’만이 그대로 남아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외부 생존자들이 몰려들자 입주민들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살아간다. 삭막한 느낌의 ‘콘크리트’ 속에 만들어진 유토피아. 유토피아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를 말한다. 영화 속 황궁아파트나 우리가 사는 현실 속 아파트는 삭막함을 뚫고 진정한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아파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경복궁 정문을 나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면 세종대왕 사거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세종대왕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충정아파트가 있다. 걸어서는 약 40분, 차로는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한때 경복궁 바로 앞에 있었던 조선총독부 청사에서도 비슷하게 걸렸을 것이다. 식민지 서울의 아파트 열풍 속에서 탄생충정아파트가 준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1937년 8월 29일은 서울에 아파트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다. 매일신보 1937년 6월 5일 판에서는 ‘소방, 위생
여름은 숲이 가장 다정해지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초록빛 숲은 누구에게나 싱그러운 휴식을 선물하고 어둠이 내린 상쾌한 숲에서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시원한 수평선까지 눈에 담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여름 숲이 주는 모든 즐거움이 강릉솔향수목원에 있다.강릉솔향수목원은 칠성산 자락에 자리한다. 구정면 어단리와 왕산면 도마리·목계리 사이에 있는 칠성산은 산꼭대기에 7개 바위가 칠성(七星)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높이 953m에 기암괴석과 우거진 숲이 주민들 사이에서도 꽤 험한 등산 코스로 꼽힌다. 1996년 강릉 안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