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대 궁궐의 으뜸으로 조선 개국 당시 창건된 법궁이며 ‘대대손손 큰 복을 누리고 번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경복궁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한 번쯤은 방문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경복궁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270여년간 폐허로 방치되다 왕권 강화를 꾀한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됐다. 조선왕조 500년 굴곡의 역사 속 건물 곳곳에 보이는 상징물마다 숨은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경복궁의 남쪽 정문인 광화문 양옆에는 이마에 뿔이 달린 해치가 입장객을 처음 맞이한다. 해치는 예로부터 옳고 그름을 가리는 재주가 있다는 상상의 동물로
‘엿 먹어라’는 대표적인 욕 중 하나로 분류된다. 최근 들어서는 ‘빅엿’ 처럼 영어와 혼용된 합성어로도 사용된다. 사실 이런 표현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다가 어느날 문득 왜 ‘엿 먹으라’는 표현이 욕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린 시절 군것질거리가 거의 없던 그 시절 리어카에 강냉이와 엿을 싣고 와서 이 귀한 군것질거리를 빈병이나 고물들과 바꿔주던 고물상들이 있었다. 이 고물상이 방문하길 학수고대하며 빈병이며 고물을 열심히 모았었다. 그런데 강냉이보다 엿이 단연 비싸 빈 병 몇 개에 강냉이는 풍성하게 줬었지만 엿은 고작 작은 토막
늦가을에 홑잎나무 몇 그루 심었습니다한겨울을 이겨내고 새 잎이 움트기를보고 또 보고 기다렸습니다새 잎이 보입니다, 드디어 보았습니다기쁨도 잠시, 새 잎들을 누군가 뜯어갔어요이른 봄 새 순을 얻기 위해애타게도 기다린 이가 또 있었을까요야속하고 안타깝다가쌉싸름한 홀잎에 한 생명이 되살아나기를뜯긴 자리 새 움이 두 갈래로 자라나서붉게도 곱게도 이파리는 물들고요하이얀 눈밭에 한 잎 한 잎 내려놓고사랑의 화살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화살나무 붉은 단풍이 참 곱다는 것은 다 아시죠?산기슭과 산 중턱의 암석지, 특히 석회암지대에서 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북서부 와이오밍(Wyoming)주 북서부, 몬태나주 남부와 아이다호주 동부에 걸쳐있는 거대한 공원이다.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1872년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공원설립은 1871년 미국의 지질학자 페르디난드 헤이든이 옐로스톤을 탐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옐로스톤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보물이라며 미국 의회를 설득해 공유지 경매 대상에서 제외하게 만들었다.‘옐로스톤’ 이름은 지하의 유황 온천수들이 분출되면서 황 성분이 바위를 노란색으로 물들여 붙여
푸른 바다와 푸른 숲, 푸른 하늘까지 울진의 매력은 온통 푸른색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같은 푸른색이 없다. 같은 바다라도 날마다 푸른빛의 깊이가 다르다. 울진이 품은 다채로운 푸른색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등기산스카이워크다.지난 2018년에 첫선을 보인 등기산스카이워크는 총 길이 135m로 당시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자체의 스카이워크 설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이틀을 빼앗긴 지 오래다. 등기산스카이워크를 찾아가는 길, 멀리서 존재감을 뽐내는 구조물은 높이 20m로 우뚝 솟아 올려다보기만
안산 시화방조제 가운데 우뚝 선 달전망대는 달이 수놓은 그림이다. 달을 모티프로 만든 공간으로, 달이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풍경이 바뀐다. 작은가리섬에는 이루나타워의 달전망대, 시화나래휴게소, 시화나래조력공원, 시화나래조력문화관이 모여 대부도로 직행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시화나래는 ‘훨훨 날개를 펼치듯 널리 알려지고 솟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시화호 주변 관광자원을 아우르는 이름이다.먼저 달전망대로 가자. 주말이면 타워 바깥으로 탑승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중심 기둥은 노출 콘크리트로 매끈한 직사각형이고 꼭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昌德宮)은 조선시대 다른 궁궐과 다른 모습을 지녔는데 이를 통해 도심 속 자연친화적인 전통 조경 조성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창덕궁은 입지 선정은 전통적인 풍수지리사상을 택했으나 건축물은 유교적인 이념에 따른 상징적 기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국인 경복궁(景福宮)은 평탄 지형 위 남북 일직선 중심축을 기준으로 한 배치한 것에 반해 창덕궁은 궁궐 서남쪽 모퉁이의 정문(돈화문) 진입로에서 직각으로 두 차례 방향을 틀어야 정전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특히 정원적 특징은 다른 궁궐들과 다르
이상하게 영어가 아닌 다른 서구언어권 영화들은 잘 몰입이 되지 않아 안 보게 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다. 처음에는 시대적, 장소적 배경조차 몰라 어떤 영화인가 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흠뻑 빠져본 영화다.우리나라 번안 제목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지만 원제는 훨씬 더 시적이다. ‘Palm trees in the snow’로 그대로 번역하자면 ‘눈속의 종려나무들’이라 해야 한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제목이 주는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되지 않을까.아버지가 죽고 서재를 정리하던 클라렌스는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를 발
한양에서 동쪽 정방향 깊은 골짜기이백만 년 전이라 했던가세찬 푸른파도에 깎이고 깎이다불끈 용솟음쳐올라동해가 되었다.正東沈谷 바다부채길소나무 언덕 지나몽돌길 크고작은 염원은기암괴석 주상절리철썩대는 파도소리에 실려가고철구조물 철컹대는 발길모랫길 사각거림은 그리움이 되고철조망 사이 야생화도 뜸해질 무렵막다른 벼랑길번쩍 고개들어 마주서는 순간아, 내가 너를 보러 여기 왔구나.간절한 기다림 침묵의 시간들님 그린 푸른바다 향해보랏빛 별꽃축제를 펼치는최고의 석부작!가파른 절벽 타는 목마름한줌 흙 물기찾아 뿌리 내리고모나지 않은 두툼한 잎으로 모
그랜드캐니언은 지구의 탄생, 역사가 있는 곳,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이곳은 영국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50위 중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랜드캐니언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70년 존 웨슬리 포웰 소령이 4대의 보트로 72일간 콜로라도강을 여행하며 쓴 기록을 책으로 내면서부터다. 이후 여러 사람들이 그랜드캐니언을 탐험했고 이 지역의 지형과 지질, 생물, 원주민 등에 대해 다양한 보고서가 발표됐으며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해 산타페 철도회사가 그랜드캐니언에 철도를 놓기도 했다.세계인의
다산 정약용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나고 자랐다. 선생이 유배지에서 돌아와 생을 마칠 때까지 머무른 여유당은 그의 숨결이 서린 곳이다. 한옥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다산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장소라 생각하면 의미가 남다르다.정약용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기념 인물이자,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다.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으며 정치와 과학, 경제, 의학,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 정조가 수원 화성(사적)을 축성할 때는 거중기와 녹로 등 창의적인 기구를 설계해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백성의 수고를
1883년 1월 1일, 개항 직후 인천항 주변에는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일본과 청나라 사람은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인도 인천항 인근에 조계지를 형성했다. 이들은 인천구조계조약(일본), 인천구화상지계장정(청나라), 인천제물포각국조계장정(그 외 나라) 등을 체결해 경계를 나누고 개발에 나섰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어 외국인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전만 해도 이곳은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고 전해진다.지금도 인천항 주변인 인천개항장문화지구와 차이나타운에 일본과 청나라 조계지 모습이 남아 있다. 조계지 구
파아란 가을 하늘에흰구름이 자유롭다291계단 타고오른 숨결이바람결되어하늘 가까이 억새가 일렁이는 곳모래내 홍제천 불광천이 만나흙모래가 쌓이고쌓여난초 지초 피어나 소풍을 가던땅콩도 참외도 무르익고철따라 갖은 꽃 피어난 꽃섬만물의 영장이 버린 쓰레기하늘 가까이 차고올라파리떼의 천국에도 연명의 먹이사슬이제 그만 덮자, 덮어버리자!흙으로 흙으로 덮어버려라!하늘같은 염원속에한강수 만큼이나 공들인 재생의 세월억새밭 사이 야고가 귀엽다뽕나무 참나무는 소나무랑 어울리고난초와 지초는 어디쯤에 피어날까태초의 잡초는 거름이 되어라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
조경문화가 전문분야라서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생활 속에 숨은 휴식공간으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오픈 스페이스 공간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조경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조경은 전통에서 현대까지 분야별 대상, 조형물, 수목 및 식재, 재료, 조성 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있으며 일상 속에 점차 확대되고 있다.첫 번째로 소개할 사례로 전통과 근현대 모습이 조화롭게 융화돼 있는 공간인 덕수궁을 선정했다.덕수궁은 조선시대 궁궐 중 그 규모가 가장 작은 궁궐이지만 전쟁과 국난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북성동원조짜장면거리는 중식 먹자골목이다. 붉은빛이 화려한 건물과 홍등이 어우러져 영락없이 중국의 전통 거리가 떠오른다. 거리에는 중국집 외에도 공갈빵, 월병, 탕후루, 양꼬치 등 중국식 주전부리를 파는 집이 많아 외식 나들이 삼아 찾기에 제격이다. 북성동원조짜장면거리는 짜장면박물관부터 관람하고 둘러보는 게 순서다.수도권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에서 길을 건너면 ‘중화가(中華街)’라는 현판을 단 패루가 보인다. 패루는 예전에 중국에서 큰 거리에 길을 가로질러 세운 시설물 혹은 무덤이나 공원 어귀에 세운 문을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앤텔로프 캐니언은 다행히 여행계획을 짜던 4월에 다시 재개장한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여행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 맞는 듯 했다. 앤텔로프는 양의 이름이다. 인디언이 양몰이를 하며 이동하다 한 마리를 잃어 버렸는데 그 양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곳이 이 사암 협곡이었다. 그래서 양의 이름을 따서 앤텔로프 캐니언이 됐다. 사암으로 형성된 깊고 좁은 앤텔로프 캐니언은 미리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가이드와 함께 투어하기 때문이다. 매표소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출발한다
꽃이 안보이면보지 못한다보고서도 모른다없다하면 그만이다꽃없이 달린 열매無花果 아닌가달다 안달다베어물면 그 뿐어찌 내 속을 다 알아주길 바랄까살아가는 이유가 오직내안에 깃든 이를 찾아오는지순한 사랑이 있고입안 가득 풍미를 느끼기 전내 안에 한가득 작은 송이송이아름다운 꽃송이그윽히 바라보는 그대도 있으니나는야 그래도 행복한無花果꽃!고백하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를요. 무화과는 진짜 꽃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한자를 익히고서는 친구나 언니에게 잘난 척하면서 꽃이 없으니까 無花果라 설명도 했지요. 무화과 열매의 껍질 부분이
통영의 밤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남망산조각공원에 조성한 디피랑 덕분이다. 매일 밤 인공조명과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전시로 여행자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해 야간 경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콘텐츠로 단장한 남망산 일대는 강구안 야경과 더불어 통영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행객이 밤마다 강구안으로, 남망산으로 모여드는 이유다.디피랑은 그저 예쁘기만 한 미디어 아트 전시가 아니다. 통영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디피랑의 수많은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근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다. 통영시는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 어둠이 드리울 때 은은하게 피어나는 촘촘한 불빛은 일상 속 따뜻한 위로가 되고,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낭만을 전해준다. 반포한강공원 밤 나들이는 고요 혹은 생기,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품고 있어 그날 마음에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골라서 즐기면 된다.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는 서래섬으로 향하자. 짧은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도시의 번잡함이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다. 꾸밈없는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서래섬은 1986년에 조성했다. 평소에는 주민이 찾는 소소한 산책로다. 듬성듬성 심긴 수양
자이언캐니언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해 다음 목적지 브라이스캐니언으로 향했다. 브라이스캐니언까지의 거리는 140km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은 자연이 빚은 조각공원. ‘후두(Hoodoos, 침식에 의해 형성된 얇고 긴 첨탑)의 아름다움이 모여 시의 노래가 되는 곳, 미국 유타주에 있는 브라이스캐니언 국립공원이다.100만년 전 오늘날의 유타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수백만년 동안 강들은 대부분 용해된 석회암을 큰 호수체계에 퇴적시켰으며 콜로라도 고원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호수들은 말라 버렸고 그들의 퇴적물의 혼합물은 ‘클라론 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