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기온이 오르고 햇볕이 넉넉해지면서 나무들은 새순을 틔운다. 이어 약속이나 한 듯 새소리도 한결 다양해지고 생기가 넘친다. 봄의 기운은 새로운 생명을 불러온다. 새들은 서둘러 짝을 정하고 둥지를 지을 장소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려는 부모새들은 봄이 되면 분주해진다.박새는 우리나라 산림에서 흔히 번식하는 텃새인데 3월 초순이 되면 둥지를 만들고 4월 초순에는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들이 둥지를 짓는 장소는 일반적으로 딱따구리가 파 놓은 나무구멍이나 바위 틈새의 구멍 등이다. 비바람이나 천적으로부터 안전
소덕동 팽나무를 아는가! 한적한 시골 마을 언덕배기에 수호신처럼 우뚝 선 위풍당당한 모습의 팽나무 말이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연속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500살 노거수 팽나무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는 이야기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었다. 주연급 역할을 한 그 나무는 이후 천연기념물로 등록되면서 행운의 주인공이 됐고, 지금은 경남 창원시 북부리에서 연속극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겨울철 조경에서 돋보이는 것은 늘푸른나무다. 낙락장송 소나무가 악단을 지휘하듯 단지 가운
한겨울 추윌랑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푸른 잎 곧추세우고 늠름하게 살아가는 나무들 말이다. 키가 큰 소나무와 향나무, 주목, 잣나무류 말고도 자그마한 사철나무도 있고 무릎높이의 회양목도 있는데, 겨울철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책임져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중 이름값 톡톡히 하면서 제 역할 다하는 측백나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측백나뭇과에 속하는 바늘잎 큰키나무의 측백나무(側柏, Thuja orientalis)는 편백, 화백과 더불어 늘푸른나무로서 조
한겨울이다. 요즘 들어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매서운 추위가 우리 몸을 열흘 가까이 꽁꽁 얼어붙게 하더니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 단지는 금세 하얀 눈밭으로 변해버렸다. 이런 추윌랑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마냥 즐기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자작나무다. 눈처럼 흰 수피를 자랑이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늘씬하게 곧추선 자작나무가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의 겨울 풍경을 이국적으로 수놓고 있다.자작나뭇과의 자작나무(White Birch, 백화피(白樺皮), 백단(白椴), 화수피(樺樹皮), 화목피(樺木皮))는 키가 30여m에 이르는 큰 키
8월로 접어들면서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초화류 말고는 나무꽃 구경하기가 쉽질 않다. 감이며 모과, 대추 같은 과실들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 살을 찌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그나마 꽃댕강나무의 꽃이 산책길에 향기를 더하는 정도다. 늦가을 자수정 구슬을 만들기 위한 좀작살나무꽃의 몸부림이 연이어지지만 작은키나무들의 외침이다 보니 정원에 색을 입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그런 가운데 20~30m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성하고 품위 있는 생김새에 우윳빛 꽃을 덮어쓴 나무가 있으니 바로 회화나무다.옛사람들로부터 ‘선비나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빠알간 열매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다. 늦은 봄 희거나 연하디연한 노랑꽃을 다닥다닥 피워대더니 어느새 통통한 열매로 살찌우고 있는, 어른 키 두 배 정도로 빼곡하게 덤불을 이루고 선 보리수나무 얘기다.보리수나무(Elaeagnus umbellata)는 보리수나뭇과에 속하는 떨기나무(주로 사람의 키보다 작고, 원줄기와 가지가 확실히 구별되지 않는 나무)다. 어렸을 적 산에서 따먹던 ‘보리똥’ 나무라 일컫던 것이 우리나라 자생종인데 요새는 맛도 좋고 열매도 큼지막하니 먹음직스럽게 개량
신사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훤칠한 키에 매끈한 수형을 자랑하는 백합나무 말이다.오뉴월에 피는 꽃이 지금 한창인데, 지름이 6cm나 되는 튤립 모양의 꽃이 무척 아름답다.꽃은 연둣빛을 띤 노란색으로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피어 마치 와인 잔을 올려놓은 모양새다. 세 장의 꽃받침과 아래쪽에 오렌지색 반점이 있는 여섯 장의 긴 타원형 꽃잎이 어우러져 녹색의 잎 사이로 돋보인다. 하지만 커다란 키를 자랑하다 보니 꽃이 높은 데 있어 어지간
화살 깃은 공기의 저항을 유발해 좌우로 요동치는 것을 감소시키며, 화살의 회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화살이 최대한 빠르고 곧게 날 수 있도록 달아 놓은 깃털이다. 실제 수리나 매의 깃털을 사용하기도 하고 합성 재료로 만든 깃을 사용하기도 한다.화살나무는 나뭇가지에 화살 깃을 닮은 회갈색의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다. 폭 5mm 정도의 얇은 깃이 가지를 따라 서너 줄씩 붙어 있어 다른 나무들과 금방 구분이 되는데, 이 특별한 모양새가 그의 이름을 만들었다.화살나무(Burning bush spindle tree, 참빗나무)는 사람 키 남짓
진달래꽃은 산 너머 어디에선가 따스한 봄바람이 보드랍게 불어올 때쯤 피는 꽃이다. 동네 앞산은 물론 바위가 있는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대표적인 우리네 봄꽃인 것이다.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저 무리 지어 피는 모습은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진달래(Korean Rosebay) 나무는 진달랫과의 낙엽 떨기나무다. 꽃을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라고 부르는데 꽃 색깔이 붉은 것은 두견새가 밤새 울어 피를 토한 것이라는 전설 때문에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한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점심을 먹고 단지 옆 개울을 따라 산책을 나선다. 햇살은 등살에 퍼져 따사롭지만, 손은 아직 곱다. 꽃이 피기에는 아직 철이 이르다는 얘기다. 봄바람에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주위를 둘러봐도 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향기에 이끌려 발길 멈춘 곳. 거기에는 작은 꽃을 별처럼 달고 있는 회양목이 있었다.아직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날 회양목은 서둘러 꽃을 피운다. 연한 녹황색 빛깔에 꽃잎도 없이 손톱만 한 꽃을 피워대니 화려한 다른 꽃들처럼 누가 알아줄 리가 없다. 이처럼 회양목꽃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작다.
매화 옛 등걸에 봄이 돌아오니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도 하다 마는춘설(春雪)이 하 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조선시대의 가사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있는 매화타령의 첫머리로 늙음을 한탄한 노래다. 매화는 이처럼 동장군이 채 물러가지 않은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 가을은 북쪽부터 아래로 차츰 내려오지만, 봄은 멀리 남녘에서 소리 없이 섬진강을 따라 올라온다. 마치 언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듯 시나브로···. 그렇게 봄을 알리는 매화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품격있는 우리네 꽃으로 자리매김했다.지난겨울
한겨울 눈 속에서 세 번이나 피는 꽃이 있다. 강렬한 붉은빛으로 나무에서는 예쁘장하고도 또렷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처연하리만큼 송이째 툭 떨어져 땅에서도 쉽게 시들지 않는 꽃, 동백이라. 이렇게 두 번 핀 동백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피게 되는데, 함께 한 그대의 눈에 음영처럼 비치거나 또는 내 가슴에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아 세 번 피는 격이다. 설경을 물들이는 붉은 꽃 동백의 이야기다.동백(Camellia, 冬柏)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인데 다른 꽃들이 모두 지고 난 추운 겨울에 홀로 피어 사랑을 듬뿍 받는 꽃이다. 겨울이라
눈 덮인 겨울이면 나무줄기가 흰 눈과 대비돼 유독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 붉은색의 나무껍질은 고요한 겨울의 분위기를 보다 밝게 연출하는데, 설경을 배경으로 한 붉은 가지는 매혹적이기까지 하다.여름철엔 보지 못했던 친구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전부터 그곳에 꿋꿋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창 자랄 때야 무성한 잎으로 속살을 가리고 있었으니 줄기를 볼 여지가 없었기에 이 나무가 그 나무인가 싶을 것이다.바로 홍서목(紅瑞木)이라고도 불리는 흰말채나무(Korean Dogwood) 얘기다. 여기서 궁금증이 든다. ‘흰’은 무엇이고
요즘처럼 눈보라에 혹한이 몰아칠 때면 한 번쯤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 때가 정월(正月)이라면 마음도 새롭게 다질 겸 겨울 산으로 인기 만점인 태백산이 제격일 터. 그 여정에서 천년을 훌쩍 넘어 백두대간을 오롯이 지키고 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을 만난다는 것은 여간 기쁘지 않을 것이다. 주목이 태백산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이유다.주목(朱木, Japanese Yew)은 주목과의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나무줄기의 겉은 물론 속까지 적갈색을 띠어 ‘붉은 나무’라는 뜻의 주목이라 이름 붙여졌다.주목이 속한 속한
연말연시가 되면 관리하는 단지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단지 나름대로 나무 등을 트리로 장식하곤 하는데, 구상나무, 전나무, 주목, 아로우카리아가 쓰이거나 그것들을 흉내 낸 가짜나무를 이용한다.선물 보따리도 주렁주렁 매달고, 함박눈 맞은 모습도 연출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맘때면 자주 볼 수 있는 사랑의 열매가 있다. 사랑의 열매는 3개의 빨간 열매와 녹색 줄기로 돼 있는 이웃돕기의 상징으로, 3개의 열매는 각각 ‘나’와 ‘이웃’ 그리고 ‘가족’을 의미하며 따뜻한 사랑의 마음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우리의 약속이다.이
단풍잎 우수수 떨어져 뒹굴던 아파트 단지 풍경도 며칠 가지 못하고 말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은빛 억새가 이따금 바람에 일렁일 뿐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의 나무들은 죄다 옷을 벗었다. 늘푸른나무는 한여름 초롱초롱한 기운은 간데없고 삭풍을 견디기 위해 겨울잠에 들어가 검어 퉤퉤 해진 초록 눈만 깜박인다.그런 삭막하고 보잘것없는 단지에 온통 빨간 잎과 열매를 달고 있다면 얼마나 예쁠까! 바로 남천이다. 가지는 여리여리한데 탐스러운 열매를 줄기마다 매달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특히 복을 가져다준다고 전해져 많
가을이 깊어지면 모과는 모양새뿐만 아니라 향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대체로 서리가 내리고 단풍 든 노란 잎이 가지에서 떨어질 즈음의 모과 향이 으뜸이다. 노랗게 잘 익은 모과는 자동차 뒷좌석이나 거실 또는 서재에 둬도 좋다. 서너 개만 둬도 문을 열 때마다 스멀스멀 퍼져 나오는 향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천연방향제로 충분하기 때문이다.흔히 모과(木瓜, Chinese quince)는 못난이의 대명사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옛말이 있듯 쭈글쭈글하고 울퉁불퉁한 타원형 열매는 못생긴 축에 든다
숲속 정자에 가을이 깊어지니(林亭秋已晩)시인의 생각에 한이 없어라(騷客意無窮)멀리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遠水連天碧)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을 받아 붉구나(霜楓向日紅)(이후 생략)‘어머! 벌써 단풍이네~’ 입주민들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단지에 심긴 나무에서 단풍을 만난다. 가을이다. 단풍에 대한 느낌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꿈 많은 소녀의 책갈피에 끼워진 단풍도 있을 테고, 비에 젖은 후줄근한 단풍잎도 있으며,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리는 도시의 단풍도 있다.추측건대 그런 단풍잎에서는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소년을 향한
맥문동(麥門冬)은 30cm에서 50cm 정도의 키에 백합과에 속하는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5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연한 보라색을 띠고 무리 지어 피며, 윤기 나는 열매는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으로 익는다. 맥문동이라는 이름은 그 뿌리가 보리의 뿌리와 닮은 수염뿌리로 겨우내 생생하게 살아있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최근 들어 조경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햇볕이 잘 드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잘 자란다. 그래서 조경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 같은 친구로, 사시사철 촘촘한 푸른 잎이 땅
‘억새’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어릴 적 억새잎에 손을 베어 울던 적도, 반바지 차림으로 산길을 나섰다가 팔다리가 온통 억새 생채기로 쓰라린 적도 있었다. 키도 크고 억세기로도 유명한 참억새에 대한 산골 소년의 아스라한 추억이다.그리고 바람 불어 좋은 가을날, 하얀 물결 일렁이던 억새의 추억도 있으니, 명성산과 하늘공원이다. 명성산은 자연이 빚은 빼어난 작품으로 한참을 땀 흘려 올라가야 풍경을 내어주지만, 지척에 있는 하늘공원은 인공미가 가미된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다.가을의 신사 억새꽃은